시고니 위버였어? 73세를 14세 소녀로 만든 '아바타2' 마법

나원정 2022. 12. 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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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 육박 영화 '아바타: 물의 길'
'3D 혁신' 1편보다 판키운 제작기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은 최신 퍼포먼스 캡처 기술로 배우의 연기를 감정 표현까지 자연스럽게 컴퓨터 그래픽(CG) 캐릭터에 담아냈다. 사진은 올해 일흔셋 배우 시고니 위버가 영화에서 연기한 14살 나비족 소녀 '키리' 모습이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기술의 발달 덕분에 14세 소녀를 연기할 수 있으니 정말 경이롭죠. 평소와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연기해야 했어요.”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의 주연 배우 시고니 위버는 14살 외계 소녀 ‘키리’ 역을 연기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올해 일흔셋인 그가 60년 가까운 세월을 되돌릴 수 있었던 건 할리우드 ‘CG(컴퓨터그래픽) 장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뉴질랜드의 세계적 특수효과 회사 웨타 FX가 손잡은 ‘퍼포먼스 캡처(performance capture)’ 기술 덕분이었다. 웨타 FX는 '반지의 제왕' '혹성탈출' 등을 작업하며 명성을 쌓았다.
‘아바타2’가 개봉 14일 만인 27일 관객수 600만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데는 첨단 CG 기술로 빚어낸 외계 행성 ‘판도라’의 아름다운 풍광, 실사같은 나비족의 움직임 등 영상미가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타이타닉’ ‘에이리언2’, ‘터미네이터’ 시리즈 등 할리우드 기술 혁신을 선도해온 캐머런 감독이 3D 풀(full) CG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쓴 ‘아바타’ 1편에 이어 또 한 단계 기술 수준을 끌어올렸다.


케이트 윈슬렛이었어? 진화한 CG 캐릭터


특히 1편보다 비중이 더 커진 주인공 나비족 가족은 배우의 몸짓과 표정을 포착하는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통해 100% 디지털 배경에 옮겨낸 가상 캐릭터인데도 실사 영화의 인물 못지 않게 풍부한 감정을 전달한다. 1편에 이어 주연을 맡은 위버와 전직 미 해군 출신의 나비족 주인공 제이크 설리 역의 샘 워싱턴, 원주민 아내 네이티리 역의 조 샐다나에 더해 바다 부족 역할로 새롭게 합류한 케이트 윈슬렛 등 유명 배우들의 원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데도 캐릭터 몰입도가 높다.
‘아바타’ 1‧2편에 모두 참여한 존 랜도 프로듀서는 속편의 가장 두드러진 기술 발전으로 배우의 얼굴 표정을 눈동자 움직임까지 정확히 잡아내는 ‘페이셜 캡처 기술’을 꼽았다. 배우들이 머리에 장착하고 얼굴 표정을 촬영하는 ‘헤드리그 카메라’가 눈 움직임까지 기록하는 등 1편보다 업그레이드됐다.

한국 스태프가 꼽은 '아바타2' 최고 장면은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은 최신 퍼포먼스 캡처 기술로 배우의 연기를 감정 표현까지 자연스럽게 컴퓨터 그래픽(CG) 캐릭터에 담아냈다. 사진은 촬영 당시 제임스 캐머런(왼쪽) 감독과 주연 배우 샘 워싱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캐머런 감독은 “퍼포먼스 캡처 촬영이 흥미로운 이유는 연기를 온전히 담을 수 있다는 거다. 신체와 감정, 표정 연기, 눈빛 전부”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촬영 당시 '볼륨'이라는 특수 스튜디오의 물탱크에서 퍼포먼스 캡처 단자를 몸에 붙이고 연기하는 배우들 모습이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아바타2’에 참여한 웨타 FX의 한국인 스태프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26일 최종진 CG 슈퍼바이저와 함께한 한국 취재진 화상 인터뷰에서 “배우들의 얼굴 작업에만 3년이 걸렸다. 다른 영화에 비해 굉장히 긴 것”이라며 “나비족은 눈이 인간보다 크고 코 부위는 동물 같은 구조여서 배우의 표정 데이터에 호랑이의 코와 미간 주름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합성해 완성했다. 시고니 위버의 10대 ‘키리’ 캐릭터는 실제 위버의 젊은 시절 모습과 표정을 가이드 삼아 작업했다”고 했다.
그는 "1편에선 배우에게서 캡처한 움직임을 직선 데이터로 저장했기 때문에 CG 캐릭터의 굴곡진 눈꺼풀이 종종 눈동자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 생겼고, 이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다시 그려야 했다"며 "2편에서는 보다 섬세한 곡선 표현이 가능해져 장면의 완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비족 네이티리가 인간 침략자 진영의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을 협박하는 후반 감정신을 최고 명장면으로 꼽았다.

물 표현 "1편 데이터 20배…수영장서 바다로 확장"


'아바타2' 촬영 당시 주연 배우들이 물탱크에 들어가있는 모습. 물 표면에는 빛 반사를 막기 위한 작은 공을 빈틈없이 뿌려놓았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1편보다 더 사실적으로 묘사한 물 표현도 큰 성과로 꼽힌다.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아바타’ 1편이 수영장 규모의 물을 표현했다면 2편은 바다 규모로 확장됐다. 1편에 사용된 영화 전체 데이터량이 1페타바이트(PT), 즉 100만 기가바이트(GB) 정도라면 2편은 그것의 20배에 달한다”면서 “빛이 물결에 굴절돼서 일렁이는 무늬를 표현하는 기술은 20년 전에 나왔지만, 그간 영화에서 대규모로 쓰이는 게 불가능했는데, ‘아바타2’에선 하드웨어 성능이 좋아지고 기술이 발달해 햇빛을 조절해가며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물을 보다 정교하게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미국 맨해튼비치에 있는 퍼포먼스 캡처 스튜디오 ‘볼륨’에 길이 36m·폭 18m·깊이 9m의 거대 물탱크를 마련하고, 여기에 96만ℓ 이상의 물을 채워 파도를 만들며 수중 장면을 촬영했다. 배우들의 몸에 부착한 퍼포먼스 캡처용 작은 공과 물속 기포를 구분하지 못하는 컴퓨터 시스템 탓에 물탱크에 들어간 사람은 스태프부터 배우까지 모두 숨을 참아야 했다. 특별 잠수 훈련을 2개월 간 받은 배우들은 얼굴 표정을 찡그리지 않기 위해 목 뒤로 숨을 참는 법도 터득했다.
캐머런 감독과 영화 ‘타이타닉’을 찍으며, 물탱크 촬영을 경험한 케이트 윈슬렛은 스태프와 배우들 가운데 최장 잠수 기록(7분 14초)을 세우기도 했다.

캐머런 "'아바타2' 흥행 못하면 3편서 끝날수도"


제임스 캐머런 감독(오른쪽)이 '아바타2' 촬영 당시 물탱크 밖에서 촬영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한편 미국 타임(TIME)지는 ‘아바타2’의 제작비가 3억5000만 달러(약 4448억원) 이상이라고 지난 16일 보도했다. 디즈니의 투자‧배급 작품으론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3억7900만 달러),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3억6500만 달러), ‘어벤져스: 엔드게임’(3억5600만 달러)에 이어 4번째로 비싼 영화다. ‘아바타’ 1편은 2009년 개봉 당시 한국에서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외화 최초 천만 흥행을, 전세계적으론 29억 달러(3조 6859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역대 흥행 1위에 올랐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2’의 제반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선 역대 세계 흥행 4~5위에 올라야 한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흥행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현재 세계 흥행 5위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로 전세계 20억 달러(2조 5430억원) 수익을 기록했다.
캐머런 감독은 지난 10월 부산 국제영화제 화상 간담회에서 ‘아바타’ 시리즈가 극지방‧사막 무대 이야기 등 5편까지 각본이 나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영국 영화 매체 ‘토털필름’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2편이 흥행하지 못하면 시리즈가 3편에서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6일 현재 ‘아바타2’의 전세계 40여개국 누적 수익은 8억9000만 달러(1조 1316억원)로, 이 가운데 한국 수익이 북미‧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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