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헌법 50년…"기본권 대신 '권력세습' 보장"

장희준 2022. 12. 2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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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헌법행사 집권 이래 처음 참석
기본권 대신 권력세습 보장하는 北헌법
최룡해 "헌법, 강국건설 추동하는 무기"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회주의헌법 제정 50주년 기념 보고대회에 참석했다. 헌법 제정 기념행사에 참석한 건 집권 이래 처음으로, 최근 북한이 '법과 제도에 따른 통치'를 강조하는 흐름과 맞물린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의 법치는 보편적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게 아니라 김씨 일가의 권력세습을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 제정 50돌 기념 보고대회가 12월 26일 저녁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되었다"며 김 위원장이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6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사회주의헌법 제정 50주년 기념 보고대회가 열리고 있다. /조선중앙TV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북한의 헌법은 1948년 9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제정된 뒤 2019년 8월 국무위원장의 권능을 강화하는 헌법 수정에 이르기까지 15차례에 걸쳐 개정됐다. 이 과정에서 1972년 12월27일 최고인민회의 제5기 1차 회의를 거치면서 기존 헌법을 폐지하고 사회주의헌법을 채택했다. 국가 최고직인 주석제를 도입하고 주체사상의 통치 이념을 명문화해 '김일성 1인 지배 체제'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때를 '헌법절'로 정해 기념하며 이날 50주년을 맞은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헌법 제정 기념행사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집권 내내 단 한 차례도 헌법 관련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 행보는 헌법절이 '정주년'인 50주년을 맞았다는 의미에 더해 체제 수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헌법절 보고대회에 김정은이 참석한 건 집권 이후 최초"라며 "정주년이라는 측면과 최근 북한이 법과 제도에 따른 통치를 강조하고 있는 측면까지 2가지가 함께 고려된 게 아닌가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6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사회주의헌법 제정 50주년 기념 보고대회가 열리고 있다. /조선중앙TV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다만 북한이 강조하는 법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인식되는 법치와 결이 다르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기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게 아니라 '김씨 일가'의 권력세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뒤 사회주의헌법을 '김일성헌법'으로 명명하며 국방위원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에는 '김일성·김정일헌법'으로 개정하면서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명문화했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입을 통해서도 '헌법'이 권력 보장의 '수단'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그는 이번 행사에서 기념보고를 통해 "공화국의 비약적인 발전은 주체적법건설에서 나서는 이론실천적 문제들을 환히 밝혀주신 김정은 동지의 탁월한 영도의 빛나는 결실"이라고 찬양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헌법은 앞으로도 강국건설위업을 강력히 추동하는 무기로서의 력사적사명을 계속 훌륭히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6일 사회주의헌법 제정 50주년 기념 보고대회가 열린 가운데 북한 각지에서 국기게양식이 진행되고 있다. /조선중앙TV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울러 북한은 주민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법을 사용하고 있다. 2020년 12월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엔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최대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조항이 포함됐는데, 실제로 지난 10월 남한 영화와 드라마 등을 시청하고 이를 주변에 유포한 10대 청소년을 총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이 밖에도 북한은 내년 1월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주요 안건으로 '평양문화어보호법' 채택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남한스러운' 이름을 개명토록 지시하고 '남한 말투'까지 단속하고 있는 만큼 법 제정을 통해 북한 내부로 유입되는 외부 문물에 대한 통제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구상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일군들과 근로자들이 올바른 준법의식을 지니고 국가의 법규범들을 엄격히 지키도록 하며 특히 청소년들을 반동적인 사상문화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사업이 심화되는 속에 온 나라에 애국주의적이며 집단주의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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