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문 연 우리 교회, 벌금 내야 한대요”
“한국에서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가는 것과 같다.” 어느 정치인의 푸념이다. 선거를 통해 입신양명 하는 게 꿈인 정치인들에게는 선거법, 정치자금법이 그만큼 무섭다. 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교회 담임목사도 아슬아슬하다. 비록 정교분리라는 보호막이 있기는 하지만 목사는 치외법권적 특권층이 아니다. 때문에 담임목사가 건축법, 공직선거법, 세법, 감염병법,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교회 대표자로서 책임을 지고 처벌받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어떻게 하면 담임목사가 이런 ‘법 리스크’를 피할 수 있을까?
우선, 교회가 돈을 잘 관리해야 한다. 소득세법은 목사의 사례비만을 과세대상으로 하며 교회의 공적 경비는 상관이 없다. 담임목사가 목회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종교활동비도 공적 경비로서 얼마가 되었든 그 금액을 세무서에 신고할 필요가 없으며 세무조사 대상도 아니다. 다만 종교활동비는 담임목사 재량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사례비와 유사하므로 비과세 특례를 받으려면 ‘구분기록⋅관리’를 해야 한다. 즉 종교활동비와 사례비를 구분해서 회계처리하고 통장을 관리하며, 그 사용처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면 된다. 교회가 잘 몰라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담임목사가 탈세, 횡령의 누명을 쓰는 일이 없어야 한다.
두 번째,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에서의 예배문제이다. 코로나 사태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방역당국은 ‘거리두기 4단계조치’를 발령하면서 특별히 교회에 대해서는 대면예배를 19인 이하로 제한했다. 이에 반발해 현장예배를 강행한 교회나 목사도 있었다. 그러나 그 일로 감염병법 위반으로 벌금이 부과되었고 소송까지 하며 다투고 있다. 현재 법원의 입장은 재판부에 따라 엇갈린다. 하나는 현장예배 금지는 타인의 생명과 건강을 배려하려는 목적으로 종교자유의 침해가 아니며 오히려 ‘인간에 대한 사랑’을 근간으로 하는 종교의 본질에도 부합하므로 이를 위반한 목사를 처벌하는 것이 옳다는 판결이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 방역조치로 우울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교회가 제공하는 심적 위안이나 마음의 평화가 음식점 등 다른 생산필수시설이 제공하는 기능보다 덜 중요하다고 볼 이유가 없으므로 특히 교회의 대면 예배만을 금지하는 차별조치는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이라는 판결이다.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남겨두고 있지만 목사가 예배로 인해 처벌받는 여부는 그냥 조심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세 번째, 설교내용이 명예훼손, 선거법 위반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법원은, 2020년 4·15선거를 앞두고 불과 10여명의 교인이 모인 작은 교회 예배에서 그것도 전체 50분에 걸치는 설교 중 1분 30초라는 짧은 시간에 특정 정당 후보자 지지를 호소한 목사에게는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한 반면 수천, 수만 명이 모인 대중집회에서 집권 여당과 대통령을 비난하고 우파 정당 지지를 주장한 목사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얼핏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선거법 위반이 되기 위해서는 목사의 발언이 각 당의 후보자가 정해진 이후라야 하고, 또 교회라는 장소에서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가 관건이다. 나아가 대통령을 향해 ‘주사파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한 것은 단순한 의견이 개진이지 명예훼손이 되는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예배에서의 발언을 문제삼아 목사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하는 일이 잦은 험한 세상이다.
마지막으로 담임목사가 법을 위반하기 쉬운 게 근로기준법이다. 최근 춘천의 어느 교회에서 생긴 일이다. 담임목사와 전도사 4명이 시무하는 개척교회에서 매월 130만원 정도의 사례비를 받고 5년 정도 근무하다가 그만둔 전도사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휴일근로수당과 퇴직금 등 1억 원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담임목사를 고발하여 법정에 서게 됐다. 담임목사 측에서는, 전도사는 본인의 신앙에 따라 자발적으로 헌신, 봉사하는 사역자로서 근로자가 아니라는 항변을 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목회자의 충성과 헌신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한국교회로서는 부교역자에게 어떤 대우를 해야 하는 지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교회의 영적 지도자인 담임목사가 더 이상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비둘기 같이 순결하고 뱀같이 지혜로운’ 한국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서헌제 교회법학회장은 중앙대 명예교수이자 목사다. 서 학회장이 활동하는 사단법인 한국교회법학회는 교회분쟁에 대한 교리적, 법리적 기준을 제시해
교회내 법적 분쟁을 예방하고 해결함으로써 교회의 공공성과 신뢰성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문의 전화는 1600-9830,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처치앤로’로도 접속 가능하다.
더미션 jonggy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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