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학자도 "최악"...눈치우다 죽는 '뉴욕 겨울폭풍' 안끝났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미국 전역을 강타한 겨울폭풍으로, 전국에서 최소 57명이 사망하고, 뉴욕주 버펄로시 인근에서만 최소 28명이 숨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악의 폭설 피해를 입은 뉴욕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명령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은 미국 뉴욕주 2대 도시 버펄로를 포함한 이리카운티가 이번 겨울폭풍에 최악의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120㎝가 넘는 눈이 내린 이리카운티의 사망자는 전날보다 2배 가량 늘어난 27명, 인근 나이아가라 카운티의 사망자는 1명으로 집계됐다. 시 당국은 구조작업과 피해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런 브라운 버펄로 시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사망자들은) 차에 갇혀 숨졌거나, 집에 갇힌 가족을 구하러 집을 나섰다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며 “한 세대에 한번 있을 법한 매우 고통스럽고 위험한 폭풍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기상학자 리드 티머 박사 역시 “(버펄로의 날씨는) 내가 경험한 최악의 눈보라”라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리카운티의 사망자 가운데 14명은 건물 밖에서, 3명은 차량 안에서 발견됐다. 다른 3명은 바깥에 쌓인 눈을 치우다 심장에 무리가 와서 목숨을 잃었다. 4명은 거주지의 난방이 끊긴 상태에서 발견됐다. 나이아가라 카운티에서는 27세 남성이 폭설로 집 굴뚝이 막혀 집안으로 역류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졌다.
눈보라 속에 구급차와 소방차·경찰차가 구조 요청을 받고 출동하다 눈 속에 갇히면서, 구조대원들이 구조를 요청하는 비상 상황도 이어졌다. 주 재난 당국은 폭설이 쏟아진 사흘간 500건 가까이 구조작업을 진행했지만, 장비가 모자라 주민들에게 스노모빌을 빌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리카운티는 이날 오후 기준 1만1000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긴 상태다. 80세의 한 할머니는 아파트 통로까지 막아버린 눈덩이를 마을 사람들이 치워줄 때까지 전기와 난방이 들어오지 않는 방에 갇혀 있었다. 버펄로 대학의 학생인 앤드류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건전지로 작동되는 담요 하나에 의지했다”면서 “발이 얼어 감각이 없다”고 말했다. 마크 폴론카츠 이리카운티 행정관은 “27일까지 전기가 복구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봇대가 넘어질 정도로 강력하던 눈보라의 기세가 약간 누그러지면서 버펄로 주민들은 밖으로 나와 식량을 구하고 있다. 데이비드 리바이스(52)는 “참치캔과 육포 등을 구하기 위해 눈더미를 헤치고 45분을 걸어갔다”고 말했다. 또 버펄로 시민들은 소셜미디어에는 식료품과 기저귀 등을 요청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일생에 한 번 경험할까 말까한 어마어마한 폭풍”이라며, 백악관에 비상대책을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뉴욕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폭설로 인한 뉴욕 주민의 고통을 완화하고 지역내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국토안보부(DHS) 및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재난 수습에 필요한 권한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별도로 트위터에 “이번 연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두와 마음으로 함께 하겠다”면서 “나와 질(영부인)이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적었다.
버펄로 지역은 캐나다를 거쳐 내려온 북극 공기가 미국 동부로 이동하는 통로가 된 데다, 주변의 이리호 등 오대호가 습기를 제공해 눈구름을 강화시키면서 폭설 피해가 커졌다. 이틀간 강력한 폭설과 강풍으로 ‘화이트 아웃(가시거리 0인 현상)’ 상태가 이어졌고, 일부 지역엔 눈더미가 최고 2m 가까이 쌓였다.
NWS는 버펄로 지역의 눈보라와 한파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7일엔 눈이 9인치(23㎝) 가량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애쉬튼 로빈슨 쿡 NWS 기상학자는 “기온이 서서히 상승하면서 이번 주말께 기온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폴론카츠 행정관은 “우리는 터널의 끝에 있는 작은 빛을 보고 있지만, 아직 터널 끝에 와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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