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태원 참사 후 또... 재난안전통신망 있으나 마나
[소중한 기자]
▲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0월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백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가 발생한 좁은 골목길 바닥에 사람들의 소지품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
ⓒ 권우성 |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재난안전통신망'의 허점이 또다시 실제상황에서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운용해 온 행정안전부의 그간 실책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참사 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재난안전통신망 이용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실질적 활용을 위한 구조적 과제 해결을 보다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종합방재센터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위)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화재 때 재난안전통신망이 가동됐지만 관계기관 중 한 곳인 영등포구청이 이에 곧장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서울종합방재센터는 비상연락망을 통해 영등포구청에 연락했고 '재난안전통신망용 단말기를 가지러 갔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서울종합방재센터가 전한 당일 시간대별 상황은 아래와 같다.
오전 6시 35분 화재 발생
오전 6시 49분 '대응 1단계' 발령
오전 7시 24분 서울종합방재센터 소장 지시 "재난안전통신망 현장 활용 조치"
오전 7시 35분 영등포구청 재난상황실 참여 불가
오전 7시 37분 '서울재난상황실01(재난안전통신망 공통통화그룹)'을 통해 영등포구청에 연락 요청, 서울재난상황실 비상연락망을 통해 영등포구청에 연락, 영등포구청이 '재난안전통신망용 단말기를 가지러 갔다'고 수신
오전 7시 49분 '서울재난상황실01'에서 서울종합방재센터 상황 전파 시작
영등포구청은 화재 현장에서의 대응 자체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대응 1단계 발령 후 다수 직원이 화재 현장에 나가 있었고 현장에서 1차적으로 화재가 소화(초진)됐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라며 "재난안전통신망은 초진 판단 이후에 가동됐고 11분 후 이를 확인해 그때 응답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등포구청이 영등포소방서 재난대응 현황판과 재난안전통신망용 단말기 기록을 토대로 밝힌 당일 시간대별 상황은 아래와 같다.
오전 6시 36 영등포소방서 출동
오전 6시 49분 '대응 1단계' 발령
오전 6시 55분 영등포구청 안전교통국장 외 17명 현장 지원 (이재민 없음 확인)
오전 7시 33분 영등포소방서 1차 상황판단회의 (초진 완료)
오전 7시 38분 재난안전통신망 가동
오전 7시 49분 영등포구청 응답
행안부 '1일 1훈련' 필요하다 해놓고...
재난안전통신망의 허점은 단순히 위 사례에서 드러난 문제뿐만이 아니다.
재난안전통신망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도입을 준비해 지난해 5월 개통됐다. 행정안전부는 경찰, 소방, 군,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무선통신망을 하나로 통합해 재난 대응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예산 1조 5000억 원을 들여 이를 구축했다. 하지만 단말기 도입부터 일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등 삐걱대는 모습을 보였고 교육·훈련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현장에서 존재감·활용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 스스로도 이 같은 문제를 알고있었다. 지난 6월 행정안전부가 생산한 '제1차 재난안전통신망 기본계획'을 보면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 기능 및 사용 방법 위주로 훈련을 시행했으나 실제 재난 대응(2022년 3월 4일 울진 산불 등)을 위한 관계기관 간 합동훈련은 미흡"했다고 나와 있다. 이 문서에는 "관계기관 간 지속적인 재난대응훈련 실시 필요", "관련기관 간 정기교신(1일 1회 이상)을 정례화", "관련 실적 주기적 점검·평가" 등의 방안도 담겨 있다.
하지만 1일 1회 이상 정례화하라던 정기교신 등 훈련은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겨진 상황이었고 그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위)이 확보한 '서울시 지역재난안전상황실 재난안전통신망 점검' 자료를 토대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간 서울시 재난안전통신망 교신 점검 훈련은 18일만 진행됐다. 또한 41개 참여 기관의 평균 응답률은 58%에 불과했다. 응답률 0%의 기관도 8곳, 응답률 20% 이하의 기관도 4곳에 달했다.
이 같은 허점은 이태원 참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재난안전통신망은 행정안전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각 공통통화그룹이 운영되는데 이태원 참사 때 각 그룹별 최초 통화 시점은 참사 후 한참 뒤에 이뤄졌다.
첫 112 신고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이태원 참사 시작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서울재난상황실(서울특별시청 주관) 10월 29일 오후 11시 41분
서울용산재난상황실(용산구청 주관) 10월 30일 오전 0시 43분
중앙재난상황실(행정안전부 주관) 10월 30일 오후 2시 38분
이태원참사대책위도 "재난안전통신망 철저히 조사"
중대본은 이태원 참사 후 13일 뒤인 11월 11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재난관리기관 간 상호통신이 미흡했던 재난안전통신망에 대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며 "우선 운영매뉴얼에 맞게 활용되지 않은 원인을 파악한 후 현장중심의 교육과 사용기관 합동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재난안전통신망 이용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했다.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위의 2차 현장조사가 진행된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재난안전통신망 등 참사와 관련한 재난관리시스템의 실제 작동 여부 등 서류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요소에 대한 진상규명이 철저히 진행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장혜영 의원은 "영등포구 화재 사례에 비춰보면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재난안전통신망법에서 정한 대로 재난안전통신망을 사용한 상황 전파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법에 벌칙 조항을 신설해서라도 통신망 활용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난안전통신망 활용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행정안전부가 나서서 단말기 보급과 배분부터 숙달훈련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다시 확인하고 점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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