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연주가 되는 마지막까지 작곡은 멈추지 않아요"
[이규승 기자]
▲ 김동명 작곡가는 피아노 내부에서 울리는 다양한 소리를 가지고 짧고 강한 에너지와 서서히 사라지는 소리의 연속을 통해 당야한 역동성을 표현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반향'이라는 곡을 만들었다. |
ⓒ 아창제 |
"곡을 꾸준히 써왔지만, 무대에 올라가는 과정에 대한 집중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이번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배운 점은 무대 연주까지 작곡의 과정은 멈추지 않았다는 거죠."
오는 2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되는 제14회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이하 '아창제')에 참여하는 김동명(37) 작곡가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이번에 공개하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반향'>이라는 곡은 피아노 내부에서 울리는 다양한 소리를 가진 짧고 강한 에너지와 서서히 사라지는 소리의 연속을 통해 다양한 역동성을 표현했다는 설명과 함께.
이 곡을 위해 김 씨는 작은 공간에서 피아노의 울림을 오랫동안 주목했다. 소리는 울림과 동시에 서서히 옅어지면서 밖으로 퍼져 나가는 사실을 발견했다. 피아노 내부에서는 현의 마찰뿐 아니라 작고 다양한 소리들이 다가오는 것도 알아챘다. 제한된 공간에서 강한 소리가 발현된 이후 반사되어 들리는 음향을 주목한 것이다. 소위 '반향'이라 불리는 이것은 자연스럽고 신기하게 그의 마음을 울렸다.
페달을 밟고 피아노를 치니, 예상치 못한 소리가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이 과정이 흥미로웠다. 그가 귀를 기울이는 공간이 무대라고 믿었다. 피아노를 가지고 소리를 연구해온 그는 길게 들어보니 갈수록 불확정적이지만 새로운 소리가 마음을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그는 순간의 스케치를 멈추지 않고 기록했다.
▲ 한불수교 130주년 콩쿠르 입상 연주-파리 |
ⓒ 김동명 |
김동명 작곡가는 경북대학교에서 음악학과 작곡전공을, 동 대학원과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석사를, 뷔르츠부르크 국립음대에서 최고과정(Meisterklasse)을 졸업했다. 이밖에 수많은 대회에서 수상한 그는 학업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기 직전에 또 하나의 수상소식을 들려줬다. 2019년 6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현대음악제 중에 하나인 독일 '도나우에싱엔 현대음악제(Donaueschingen Festival)'에 선정됐다.
베를린에서도 계속 곡을 써왔지만, 작품에 대한 확신이 적었던 그는 이 수상을 통해 곡을 쓰는 방식에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것은 한국에 들어온 직후 당선된 '아창제'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예전에는 곡을 통해 다양한 것을 실험했는데, 이 대회에서는 무대화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런 방식으로 곡을 써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오는 2월의 정기공연을 앞두고 마무리 연습에 한창인 그를 지난 22일 유선으로 만나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그동안 수상했던 경연대회, 음악제와 이번 '아창제'는 어떤 점에서 가장 다른가?
"아창제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대편성 곡이다 보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곡을 만드는것이 쉽지 않다."
"그동안 보통 악기를 가지고 곡을 써왔는데, 악기에서 예상치 못한 소리들을 주목했다. 어쩌면 잘못된 소리까지 음향적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런 것을 주제로 음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예를 들어, 피아노를 두들긴다든지, 현을 긁어본다든지 등의 소리가 그렇다."
▲ 한불수교 130주년 콩쿠르 입상 연주-통영국제음악제 |
ⓒ 김동명 |
"특별히 무엇을 계획을 했다가보다는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한국에 더 많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래서 가장 필요했던 것은 연주활동 자체였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을 선택했다."
- '아창제'는 3년만에 다시 당선되는 영광을 얻었다. 그 사이에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작곡을 하면서 무대 상영까지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3년 전에 경기필하모니라는 유능한 오케스트라랑 연주를 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동안 곡을 쓸 때 주제에 집중했다면, 이후로는 홀의 울림, 연주 자체에 느껴지는 울림을 생각하며 작곡을 이어왔다. 그것은 어떻게 하면 악기를 더 이해하고 제가 원하는 음향을 뽑아낼 수 있을지에 관한 이해인 듯하다."
- 낯선 악기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는가?
"연주를 할 때, 매번 연주자와 컨택을 하고, 가급적 연주회를 많이 다니려고 한다. 웬만한 연주회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가봤다. 또한 그 홀에 대한 이해도 구하려고 한다."
- 이번에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하는 것을 알고 (아창제에) 지원했을텐데, 이곳을 위해서 작곡가가 더 신경을 쓴 것은 무엇인가?
"3년 전에 (첫 당선이 된 이후) 들었을 때는 음량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들렸던 기억이 난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그런 부분을 염두해서 작업을 했다."
▲ 도나우에싱엔 현대음악제 공모 당선 작품 연주-독일 도나우에싱엔 |
ⓒ 김동명 |
- 작품을 준비해온 과정을 소개해달라.
"피아노의 페달을 누르고 긴 시간 소리를 들어보니까 처음에는 확정된 소리가 있었고, 갈수록 예상치 못한 소리가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이 과정이 흥미로웠다. 두 번째는 귀를 기울이는 공간이 어쩌면 무대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를 가지고 많은 연구를 해왔는데, 소리를 길게 들어보니 갈수록 불확정적이지만 새로운 소리가 들렸다. 그 모든 순간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 이번 작품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다고 들었다. 논리적인 구조를 바탕으로 한 것과 일상의 소리를 곡에 연결시킨 것이다.
"찰나를 순간을 기록한 것은 음악을 확장시킬 때, 규칙적이며 논리성을 부여한 것이다. 일상의 소리를 곡에 연결시킨 것은 작업하는 시간이 최소 몇 달에서 일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특별하게 다가온 일상적인 소리들도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 안에 녹여내려고 시도했다. 예를 들어, 창틈에서 새어나오는 소리는 현악기를 통해서 구현했고, 창문 열리는 작은 틈에서 새어나오는 소리는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창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들어온 바람에서 착안했다."
"이번 곡은 총 10분 정도 예상한다. 10분을 위해서 거의 1년이 걸렸다. 당연히 다른 곡도 썼겠지만 이 곡을 들고 있는 순간만 하면 일 년은 된 듯하다."
▲ 도나우에싱엔 현대음악제 공모 당선 작품 연주 전 악보 |
ⓒ 김동명 |
"창작관현악 작품이 한국에서 연주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그래서 이런 기회가 하나하나 소중하다. 아창제 연주 이후 스스로의 작곡방향에 있어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 가장 해보고 싶은 음악은 무엇인가?
"영상과 무용 등 다매체적인 것을 써보고 싶다. 현재 오페라를 작업하고 있는데, 이처럼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고 싶다. 얼마 전 연주회에서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한 아주머니께서 (제가 작곡한 곡을 듣고) 어렵다는 얘기를 엿들었다. 그리고 나서 다른 곳에서 무용이랑 같이하는 연주회가 있었는데, 그 때는 난이도가 비슷했는데도 불구하고 편안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 다른 영역에 대한 도전이나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오페라는 예전에도 몇 번 썼본 경험이 있다. 얼마 전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4명의 작곡가를 선정해 '카메라타'라는 작품했다. '봄의 향기'라는 곡인데, 피아노로만 두 번의 쇼케이스를 했고 지금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또다른 오페라는 2018년에 이상화 시인을 주제로 '빼앗긴들에도'라는 작품에서 야외공연을 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대구오페라하우스 야외광장에서 '춘향전'을 했던 적도 있었다."
- 작곡가로서 연주를 들었을 때 소감이 어떤가?
"공들였던 작품이 연주되는 것을 들었을 땐 너무 행복하다. 다만 아쉬웠던 점도 있었는데, 동시에 3년 전에는 무대를 고려하지 못했던 점이다. 지금은 그 부분을 보완해서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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