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315명 목숨 앗아가는 음주운전…10명 중 4명은 '재범'
지난 23일 새벽 1시쯤 인천시 서구 청라동에서 술을 마시고 외제차를 몰던 30대 남성이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 3대를 들이받고는 도망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이 남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08% 이상이었다.
앞서 21일 오후 10시 40분께 경기도 화성시에선 술에 취한 채 SUV 차량을 몰던 30대가 다세대주택의 지상 주차장 기둥과 유리 출입문을 들이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맞이하는 첫 연말연시에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음주운전 재범 비율도 40%대에서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27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유동 인구와 술자리가 줄어든 영향 등을 고려하면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평가다. 여전히 한 해 평균 315명이 음주운전 탓에 목숨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운전 경력이 짧은 20대와 30대 운전자가 음주운전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최근 5년간 음주운전 사고에서 20대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 30대는 23.4%였다. 둘을 합하면 43.7%로 음주운전 사고 10건 중 4건은 이들 연령대에서 발생했다는 의미다.
사망자가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에서도 이들 연령대가 가장 많은 42.3%를 차지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통상 40~50대 운전자 비율이 높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40%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음주운전 재범률도 골칫거리다. 지난 2017년 44.2%이던 재범률은 지난해에는 44.8%로 오히려 약간 늘었다.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운전자 10명 중 4명 이상은 앞서 한차례 이상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적발된 적이 있다는 얘기다.
음주운전 사고를 요일별로 살펴보면 금요일 밤과 토요일 새벽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불금(불타는 금요일의 줄임말)' 이라고 부르는 시간대로 술자리가 많고 늦게까지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또 전체 차대 차 사고에선 비중이 21%이던 추돌사고가 음주운전 사고에선 47%까지 치솟는 것으로 확인됐다. 술을 마시고 운전하면 공간지각능력과 반응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주민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범죄”라며 “연말연시에 술자리가 있으면 아예 차를 놓고 가거나, 한잔이라도 마셨으면 절대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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