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담은 컨테이너 2년 방치…대법 "1년 지난 손배소도 유효"
화물 운송이 완료됐지만 배송 과정의 오류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면, 운송 완료 시점이 아닌 추가비용 발생 시점부터 1년 안에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된다는 판례가 나왔다. 상법에 명시된 ‘채무의 소멸 시한’을 폭넓게 해석한 결과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대만의 해상운송업체 A사가 국내 무역회사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시작은 2017년 2월 전남 광양항에서 베트남 호치민항으로 운송된 뒤 방치된 컨테이너 6개였다. B사는 A사와 이 컨테이너들을 운송하는 계약을 맺고 화물을 보냈지만, 베트남에 도착한 뒤 통관을 하지 못해 컨테이너들이 터미널에 방치되며 보관비용이 계속 발생했다. B사는 A사에 이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고, 추가로 운송 계약을 맺은 또다른 6개 컨테이너의 선적도 미루면서 인천항 터미널 체류 비용도 추가로 발생했다.
이후 재판에서 B사가 수출용 케이블이라며 운송을 의뢰한 컨테이너에 실제로는 폐기물이 가득 들어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1심은 운송업체 A사가 무역회사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호치민항 터미널 초과 사용료에 이자와 지연손해금 등을 합해 4억193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 지급분 중 2억8839만원에 대한 청구를 각하했다.
상법 814조 1항은 “운송인(A사)의 수하인(B사)에 대한 채권·채무는 운송물을 인도한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항소심인 부산고법은 “첫 컨테이너 6개 화물이 재활용 폐기물이고, 수령 가능성이 없어보인다”면서도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됐다면 호치민항 도착일 1개월 이내에 이뤄졌을 것이고, 그 후 1년이 지난 뒤 제기한 손배소에서 호치민항 수화물에 대한 청구 부분은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봤다. 제척기간이란 권리의 효력이 유지되는 기간을 말한다. 화물 운송이 완료된지 1년이 넘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상법에 따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제척기간은 적어도 권리가 발생한 것을 전제로 하고,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권리까지 제척기간에 관한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컨테이너 초과 사용료와 터미널 보관료에 상응하는 손해는 날마다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이처럼 ‘운송물을 인도한 날’이 지나서 발생하는 손해배상 채권의 제척기간은 채권 발생일로부터 1년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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