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한류에, 인기 유튜버에…숟가락 얹기 바쁜 MBC 예능

장수정 2022. 12. 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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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세치혀’ 등 인기 유튜버 적극 기용
새로운 듯 익숙한 맛으로 애매한 반응

MBC가 최근 짧은 호흡의 파일럿 예능을 꾸준히 선보이며 시청자들과의 접점을 찾고 있다. 빠니보틀, 풍자 등 인기 유튜버를 섭외하고, 해외에서 K-문화를 전파하는 등 트렌드를 꾸준히 반영하려 하지만, 결국에는 식상함에서 탈피하지 못하며 애매한 결과들을 얻고 있다.


지난 11일 기안84와 이시안, 빠니보틀의 극사실주의 여행기를 담는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가 첫 방송을 시작했다. 가방 하나만 들고, 계획없이 남미로 떠나는 기안84의 모습으로 시작한 ‘태계일주’는 4.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경쟁작이었던 SBS ‘런닝맨’을 단번에 위협했다. ‘나 혼자 산다’에서도 보여줬던 기안84의 자유로운 면모가 해외여행과 만나 예상치 못한 재미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다만 이후 이시언이 합류하고, 기대 포인트였던 인기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의 합류했음에도 2회 시청률은 첫 회와 마찬가지로 4.6%를 기록했으며, 3회 차에서는 3.5%를 기록하며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옷 두 개만 챙긴 채 열흘간의 남미 여행을 떠나는 기안84의 엉뚱함이 웃음을 자아내기는 했으나, 이시언과 티격태격하며 아슬아슬 여행을 이어가는 모습이 ‘나 혼자 산다’에서 본 듯한 느낌을 준 것. 제작발표회 당시 기안84에 대해 “친한 친구랑 여행 가지 말라고 하는데 여행 스타일이 저랑 너무 다르더라. 멀어졌다기보다 매력을 많이 잃었다”며 리얼함을 강조한 이시언이었으나, 이들의 티격태격 케미는 이미 시청자들이 수년간 접했던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남미 여행 유경험자인 빠니보틀이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주진 않을까’가 ‘태계일주’의 기대 포인트 중 하나였다. 이에 빠니보틀이 첫 등장이 예고된 최근 회차가 기대를 모으기도 했으나, 빠니보틀 역시도 기안84와의 여행을 버거워하는 비슷한 그림을 연출했을 뿐이다. 빠니보틀에 대한 특별한 활용법은 보여주지 못한 채 해당 회차가 마무리됐었다.


풍자, 김계란 등 또 다른 인기 유튜버들이 대거 등장한 파일럿 프로그램 ‘세치혀’ 또한 새로운 듯 익숙한 맛으로 애매한 반응을 얻었다. 입담꾼들이 오로지 이야기 하나만으로 겨루는 대한민국 최초의 ‘썰 스포츠’라는 색다른 콘셉트로 궁금증을 유발한 것도 잠시, 이미 유튜브상에서 활약 중인 유튜버들을 그대로 옮겨오면서 흥미를 떨어뜨린 것이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썰’에 능한 유튜버들을 섭외,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미 공개한 에피소드를 그대로 담는 등 ‘토크’를 내세운 프로그램에서 ‘토크를 재탕’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받은 풍자는 이미 여러 차례 공개했던 자신의 커밍아웃 과정을 다시금 반복하면서 피로감을 유발했다.


‘태계일주’ 이전에 방송됐던 ‘도포자락 휘날리며’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이었다. 예능인, 배우 조합으로 떠나는 해외 여행기를 담는 동시에 이들이 K-문화를 전파한다는 색다른 메시지를 가미하는 노력을 보여줬으나, 억지 결합으로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만들게 된 것. 한복을 입고, 갓을 쓴 종국, 지현우, 주우재, 노상현, 황대헌이 덴마크에서 양초 받침대, 찻잔 등 K-아이템을 판매하는 모습을 담았는데,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이 무작정 K-아이템을 판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K’ 열풍을 이용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MBC는 올해 여성 컬링 예능 ‘컬린퀸즈’를 비롯해 악역 배우들의 합창 도전기를 담는 ‘악카펠라’ 등 여러 파일럿 예능들을 적극적으로 선보였다. 이 가운데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처럼 정규편성에 성공해 방송을 이어가는 프로그램도 없지 않았다.


다만 대다수가 인기 키워드를 익숙한 포맷과 결합하는 뻔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색다른 듯 결국에는 식상한 맛으로 대중들의 큰 관심을 이끄는 데는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인기 소재를 담는 것이 시청자들의 관심사를 반영하려는 노력이겠으나, 그 의도를 제대로 살리는 기획과 만나지 못해 애매한 결과들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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