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보고 北무인기 침범 알았다"…5시간 주민에 안알린 지자체

심석용, 김하나 2022. 12. 2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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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과 관련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4시 30분 북한 무인기의 국내 영공 침범사실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북한의 군사용 무인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사건의 불똥이 접경지역 지자체로 튀었다. 북한 무인기 5대가 서울, 강화, 김포 상공을 5시간 동안 오가는 동안 해당 지자체들이 주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하지 않은 탓이다. 해상의 어선과 여객선에 안전해역으로 이동하라고 한 해양경찰의 조치와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10시 25분쯤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항적 5개가 포착됐다. 이 중 1대는 경기도 파주 도심을 지나 서울 북쪽으로 비행했고 4대는 한강 하구 중립수역을 넘어 강화도 일대를 오갔다고 한다. 군이 대응작전에 나서면서 인천국제공항(오후 1시22분)과 김포공항(오후 1시8분)에서 항공기 이륙이 제한됐고 인천항을 떠나 연평도로 가던 카페리가 오후 2시38분쯤 소연평도 인근에서 해경의 통보로 멈춰섰다.

그러나 육상엔 특별한 조치나 통보가 없었다고 한다. 뒤늦게 뉴스를 본 뒤에야 상황을 인지했다는 게 접경지역 주민들의 말이다. 황교익 강화군 인사리 이장은 “26일 오후 1시30분쯤 동네 주민으로부터 ‘총소리가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는 연락을 받고 해병대에 물어봤는데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는 답이 되돌아왔다”며 “평소에도 훈련 등으로 총소리가 많이 들리긴 하지만 아무런 정보를 알 수 없으니 답답했다”고 말했다. 교동도에 사는 권모(59·여)씨는 “오후 1시쯤 교동대교로 들어오는데 평소보다 경계가 철저했고 헬기 소리가 더 가까이서 들려서 불안했다”며 “보통 특이사항이 있으면 방송을 하는데 이뤄지지 않았다. 저녁에 집에 와서 뉴스를 보고 나서야 북한 무인기가 내려왔다는 걸 알았다”라고 말했다.


“제한된 정보 탓에 전달 안 한 것”


북한 무인기 여러 대가 26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영공을 침입했으며 이중 1대는 서울 시내 상공에 진입했다가 빠져나갔다.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이 공식 확인된 건 2017년 6월 이후 5년6개월 만이다. 사진은 2017년 6월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뉴스1
각 지자체는 군 당국으로부터 받은 정보가 제한적이다 보니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기가 조심스러웠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민방위 경보통제소는 26일 1시30분쯤 항공기 이륙 제한 등의 소식을 접한 뒤 해병대에 북한의 이상 징후가 있는지 문의했다. 이에 군은 “NLL 인근에서 저속기가 식별됐다”고 인천시에 답변했다고 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전달받은 정보엔 주민들에게 알릴 만큼의 내용이 없었다.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면 오히려 혼선을 빚을 수 있고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는 판단에 주민들에게 통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26일 오후 4시30분 행정안전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로부터 “내일까지 경계근무를 강화하라”란 통보를 받고 야간 비상근무 인원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렸다.

북한의 무인기 도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함동참모본부 등 종합]

김포시는 26일 오후 3시쯤 해병대 2사단으로부터 “김포, 파주, 고양 일대에 무인기가 출현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김포시 관계자는 “군으로부터 ‘김포가 특별한 상황은 아니다. 경계태세만 강화했다’는 제한된 정보만 전달받았다. 주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전할 정보가 없었다”며 “오늘 경기도와 해병대로부터 잔여물 여부를 수색할 예정이니 협조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같은 날 오후 1시30분쯤 수도방위사령부로부터 저속기가 출현했다는 연락을 받고 10여명으로 초기대응반을 꾸렸다. 정부의 북한군 침투·도발 행동 매뉴얼에 따른 조치였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합방위 태세는 수도방위사령부가 주관이 되고 서울시는 연계하는 역할이다. 수방사와 행안부에서 별도의 통지가 없어서 따로 주민들에게 알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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