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2건 단행' GS, 미래전력 확보
[양형석 기자]
GS칼텍스가 동시에 2건의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며 미래전력을 확보했다.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구단은 27일 공식 SNS를 통해 오지영 리베로를 데려 오면서 페퍼저축은행의 2024-2025 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GS칼텍스 KIXX로 보내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역시 같은 날 흥국생명의 2023-2024 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GS칼텍스로 보내고 이원정 세터를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오지영은 작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대표팀의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을 정도로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지만 GS칼텍스에는 오지영 외에도 한다혜, 한수진 리베로가 있다. 이원정 세터 역시 안혜진, 김지원 세터에 밀려 이적 후 많은 출전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GS칼텍스로서는 당장 출전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 주면서 미래전력을 확보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한 셈이다.
▲ 2020 도쿄 올림픽 주전 리베로 오지영은 오는 28일 기업은행전부터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을 예정이다. |
ⓒ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
흔히 배구에서 모든 전술은 서브리시브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일단 서브리시브가 안정적으로 올라와야 세터가 공격수들에게 다양하게 토스를 올려 줄 수 있고 공격수들이 더 좋은 공을 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페퍼저축은행은 리시브효율 32.99%로 7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문슬기 리베로에 이어 김해빈 리베로를 활용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개막 16연패의 수렁에 빠진 페퍼저축은행은 현재와 미래를 바꾸는 선택을 했다. 2024-2025 시즌 1라운드 지명권을 GS칼텍스에 내주고 국가대표 출신 리베로 오지영을 영입한 것이다. 오지영 리베로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대표팀의 주전리베로로 활약하며 디그 1위에 올랐던 선수로 KGC인삼공사 시절이던 2017-2018 시즌과 2018-2019 시즌에는 리베로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된 바 있다.
작년 4월 FA로 이적한 이소영(인삼공사)에 대한 보상선수로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은 오지영은 지난 시즌 39.89%의 리시브 효율과 세트당 3.92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GS칼텍스의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1라운드 막판부터 컨디션 난조를 보인 오지영은 2라운드부터 한다혜 리베로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며 웜업존으로 물러났고 결국 트레이드를 통해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게 됐다.
아무리 오지영이 도쿄 올림픽 4강을 이끌었던 베테랑 리베로라 하더라도 공격에서 기여할 수 없는 리베로 한 명이 바뀌었다고 해서 페퍼저축은행의 전력이 갑자기 강해질 거란 기대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페퍼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분위기 전환이 반드시 필요했다. 따라서 2년 후 신인 지명권을 내주면서 경험이 풍부한 오지영을 영입하는 변화를 주는 모험을 선택했다.
한편 GS칼텍스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베테랑 리베로를 내주고 미래전력을 위한 귀중한 신인지명권을 가져 왔다. 물론 페퍼저축은행의 2024-2025 시즌 1라운드 지명권이 전체 몇 번째 순위가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의 다음 시즌 성적에 따라 GS칼텍스가 2024년 고교배구의 최대 유망주를 영입할 수 있는 확률이 더욱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이원정 세터가 건강하게 제 몫을 다 해주면 흥국생명의 세터진은 지금보다 더욱 강해질 수 있다. |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
지난 2019-2020 시즌이 끝나고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이효희 세터(도로공사 코치)가 현역 은퇴를 선택하자 세터영입이 시급해진 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은 '절친'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에 트레이드를 제안했다. 그리고 차상현 감독은 도로공사의 급한 사정을 활용해 이고은 세터(페퍼저축은행)와 아웃사이드 히터 한송희(양산시청)를 내주고 젊고 유망한 아웃사이드 히터 유서연과 이원정 세터를 데려왔다.
하지만 이적 후 GS칼텍스의 살림꾼 역할을 하며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유서연과 달리 이원정 세터는 좀처럼 GS칼텍스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했다. 2000년생의 젊은 선수임에도 워낙 부상이 잦았고 국가대표 세터 안혜진의 입지가 확고한 데다가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출신 김지원 세터까지 가세하면서 백업 경쟁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이원정 세터는 27일 2023-2024 시즌 1라운드 지명권과 트레이드되며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게 됐다.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박혜진 세터가 무릎부상을 당하면서 사실상 김다솔 세터 혼자서 세터라인을 책임지고 있었다. 물론 박은서 세터가 백업으로 간간이 코트에 들어오고 있지만 박은서 세터는 지난 시즌까지 프로 입단 후 네 시즌 동안 단 3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을 정도로 실전경험이 부족한 선수다. 흥국생명은 김다솔 세터가 흔들릴 경우 대안이 없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원정 세터가 가세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원정 세터 역시 프로 데뷔 후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적은 없지만 프로 입단 초기부터 백업세터로 꾸준히 활약하며 지난 시즌까지 V리그에서만 108경기에 출전한 바 있다. 실전 경험에서는 지난 시즌까지 125경기에 출전했던 김다솔 세터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건강 문제만 없다면 김다솔 세터의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는 재능 있는 세터가 바로 이원정이다.
GS칼텍스는 이원정을 흥국생명에 보내면서 2023-2024 시즌 흥국생명의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얻어왔다. 물론 검증된 세터 자원을 보낸 것은 아쉽지만 GS칼텍스에서 이원정 세터는 현실적으로 많은 기회를 얻기 힘들었다. 물론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상위권이 유력해 내년 상위 순번을 얻을 확률은 썩 높지 않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향후 2년 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장의 1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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