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판타지 충족"…'리얼돌 전신형' 허용에 여성단체 뿔났다

장구슬 2022. 12. 2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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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24일 서울에 위치한 성인용 여성 전신인형 '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에서 관계자가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여성단체인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이하 전국연대)는 26일 ‘리얼돌(사람을 형상화한 성기구)’ 중 전신형의 국내 통관이 허용된 것과 관련 “여성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성범죄를 사소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연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리얼돌은 단순 사적 영역이 아니라 산업의 영역이며 여성 신체 훼손의 문제”라며 “정부는 리얼돌 통관을 전면 재검토하고 리얼돌 제조와 유통 산업 전반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연대는 관세청의 전신형 리얼돌 수입통관 허용에 대해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물로 만드는 리얼돌이 끼치는 사회적 영향을 무시한 처사이며 정부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리얼돌은 여성 인간의 몸·신체를 성 기구화하는 것이며 거래 가능한 몸이라는 인식을 강화시킨다”며 “리얼돌의 판매와 사용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실제 남성의 강간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각본에 충실하게 짜여 있다. 포르노적 각본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연대는 “국내에서 제작된 리얼돌은 별도의 규제 없이 제작·유통된다. 통신 배달 업체를 통해서도 리얼돌의 판매가 이뤄지며, 인터넷의 성인용품 판매업체에서도 다양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임에도 아직 국내에는 리얼돌 제작·판매·유통을 규제하는 법률이 없다”고 지적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26일 ‘전신형 리얼돌’의 국내 통관이 허용된 것과 관련한 입장문을 냈다. 사진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페이스북 캡처


또한 “리얼돌 수입 통관을 허용하는 판결이 나자마자 전국에는 ‘리얼돌체험방’이라는 이름의 유사 성매매업소가 우후죽순 생겨났다”며 “지금까지도 체험방은 단속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묵인·방치되고 있으며, 이번 관세청의 결정은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적 영역이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국가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며 “리얼돌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성범죄를 사소화하며 여성들의 안전을 저해한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귀를 기울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관세청은 이날 ‘리얼돌 수입통관 지침’을 개정·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성인 형상을 갖춘 ‘전신형 리얼돌’의 통관을 허용하되, 미성년 형상의 전신형 리얼돌 등은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길이·무게·얼굴·음성 등 전체 외관과 신체 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미성년 형상이거나 ▶특정 인물의 형상이거나 ▶전기제품 기능(온열·음성·마사지 등)을 포함해 안전성 확인이 필요한 경우 등을 제외한 리얼 돌의 통관을 허용한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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