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 날려버린 '해리 케인'의 멋진 헤더 골
[심재철 기자]
▲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발표한 MOTM 해리 케인 |
ⓒ premierleague.com |
축구로 입은 마음의 상처는 역시 축구로 씻어내야 한다는 것을 유능한 골잡이 해리 케인이 가르쳐주었다. 카타르 월드컵이 끝나고 재개된 잉글리스 프리미어리그 그라운드에 자신을 향한 조롱과 야유의 목소리가 쏟아져내렸지만 해리 케인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조롱과 야유를 잠재울 멋진 골까지 터뜨리며 이 게임 최우수선수(MOTM)로 뽑혔으니 더 뜻깊은 결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가 한국 시각으로 26일(월) 오후 9시 30분 브렌트포드에 있는 G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202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브렌트포드와의 어웨이 게임을 2-2로 비겨 4위 자리를 지켰다.
해리 케인, 우뚝 솟아오르다
선두권을 노리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입장에서 리그 중위권에 머물고 있는 브렌트포드와의 어웨이 게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임 시작 후 15분만에 먼저 골을 내주며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으니 반전 기회를 좀처럼 잡아내기 어려워 보였다. 마티아스 옌센의 오른발 발리 슛이 토트넘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되어 굴러온 기회를 비탈리 야넬트가 놓칠 리 없었다.
후반전 초반에도 홈 팀 브렌트포드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54분, 브라이언 음베모가 왼발로 감아올린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크리스티안 뇌르가르드 헤더 패스를 받은 이반 토니가 왼발로 가볍게 추가골을 밀어넣은 것이다. 위험 지역에서 상대 팀 선수를 너무 쉽게 풀어주는 토트넘 홋스퍼의 수비 불안이 또 한 번 드러난 순간이었다.
하지만 4위 자리를 지켜야 하는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이 여기서 포기할 게임은 아니었다. 특히 간판 골잡이 해리 케인에게 쏟아지는 야유와 조롱을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본때를 보여줘야 했다. 지난 11일 열린 카타르 월드컵 8강 프랑스와 잉글랜드 게임 종료 직전 결정적인 페널티킥 기회를 실수한 해리 케인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목소리들이었다.
그 순간의 실수로 좀처럼 지워내기 힘든 충격을 받은 해리 케인과 잉글랜드 축구팬들이 다시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롱과 비난의 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듯 해리 케인은 65분에 멋진 골을 뽑아냈다. 클레망 랑글레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받아 골문 앞에서 높이 솟구쳐 헤더 골을 꽂아넣은 것이다. 귀중한 골을 넣은 해리 케인은 왼쪽 손가락에 입을 맞추며 반지 세리머니를 펼쳤다. 자신을 끝까지 믿고 사랑해줄 사람들은 가족 뿐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보름 전 카타르에서 케인이 페널티킥을 실패할 때 골 라인 위에 서 있던 프랑스 골키퍼 위고 요리스도 함께 팀 동료로 돌아와 벤치를 지켰고, 케인의 이 골을 정확한 크로스로 어시스트한 선수는 전 프랑스 국가대표 클레망 랑글레였으니 더 묘한 순간이었다. 직전까지 해리 케인에게 비난을 퍼붓한 브렌트포드 홈팬들도 이 순간만큼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6분 뒤에 토트넘 홋스퍼의 동점골까지 터졌다. 데얀 클루셉스키가 오른쪽 끝줄 앞에서 내준 컷 백 크로스가 브렌트포드 수비수 다리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뀌었지만 미드필더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의 오른발 슛이 골문 왼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들어갔다.
사실 이 게임 종료 직전에 해리 케인의 헤더 슛이 소름돋는 역전 결승골로 들어가는 줄 알았다. 크로스 위치나 궤적까지 65분 케인의 골과 매우 비슷했으나 케인의 이마를 떠난 공은 상대 수비수 머리에 맞고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왔다. 마스크를 쓰고 뛴 케인의 친구 손흥민도 후반전 추가 시간에 결정적인 왼발 슛으로 짜릿한 결승골 주인공이 될 것처럼 보였지만 홈 팀 골키퍼 다비드 라야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고 말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이 게임 최우수선수 MAN OF THE MATCH에 해리 케인 이름을 올려놓았다.
2022-23 잉글리스 프리미어리그 결과(26일 오후 9시 30분, G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브렌트포드)
★ 브렌트포드 2-2 토트넘 홋스퍼 [득점 : 비탈리 야넬트(15분), 이반 토니(54분,도움-크리스티안 뇌르가르드) / 해리 케인(65분,도움-클레망 랑글레),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71분)]
◇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2월 27일 순위표
1 아스널 FC 40점 13승 1무 1패 36득점 12실점 +24
2 뉴캐슬 유나이티드 33점 9승 6무 1패 32득점 11실점 +21
3 맨체스터 시티 32점 10승 2무 2패 40득점 14실점 +26
4 토트넘 홋스퍼 30점 9승 3무 4패 33득점 23실점 +10
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6점 8승 2무 4패 20득점 20실점 0
6 리버풀 FC 25점 7승 4무 4패 31득점 18실점 +13
7 브라이튼&호브 알비온 24점 7승 3무 5패 26득점 20실점 +6
8 풀럼 FC 22점 6승 4무 6패 27득점 26실점 +1
9 첼시 FC 21점 6승 3무 5패 17득점 17실점 +0
10 브렌트포드 20점 4승 8무 4패 25득점 27실점 -2
11 크리스탈 팰리스 19점 5승 4무 6패 15득점 21실점 -6
12 애스턴 빌라 18점 5승 3무 8패 17득점 25실점 -8
13 레스터 시티 17점 5승 2무 9패 25득점 28실점 -3
14 본머스 16점 4승 4무 7패 18득점 32실점 -14
15 리즈 유나이티드 15점 4승 3무 7패 22득점 26실점 -4
16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14점 4승 2무 10패 13득점 20실점 -7
17 에버턴 FC 14점 3승 5무 8패 12득점 19실점 -7
18 울버햄튼 원더러스 13점 3승 4무 9패 10득점 25실점 -15
19 노팅엄 포레스트 13점 3승 4무 8패 11득점 30실점 -19
20 사우스햄튼 12점 3승 3무 10패 14득점 30실점 -16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일선 경찰이 직접 119 신고까지...공조시스템·컨트롤타워 붕괴
- "잘못 시정하러 왔다" 놀라운 독일 행보, 그 속의 큰 그림
- 정부가 노조 회계 들여다보겠다? 초헌법적 발상
- 업무용 도시락 먹고 '우주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 거대 양당 패싸움 두고만 볼 것인가
- "국가가 '대마'에 오명 뒤집어 씌웠다"
- 불친절한 일본 요리 이름, '차가운 노예'는 대체 뭘까
- 박홍근 "국힘은 유정회? 안전운임제 약속 지켜야"
- 북한 무인기 용산 상공까지 침투했다... 대통령실 촬영했을 가능성
- [오마이포토2022] 유가족협의회, 국조특위 기관보고 앞두고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