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지지 명분 3가지
숙원이던 시총 10조 달성
노조도 지지…대안 부재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KT가 새 대표 선임 절차에 나서며 구현모 현 KT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이 확정될지, 제3의 인물이 등장할지 여부에 재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를 심사한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적격' 판정을 내렸지만 구 대표는 "복수 후보와 경쟁하겠다"며 경선 구도를 자처했다. 취임 후 3년간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KT'로 변화를 이뤄낸 구 대표임에도, 'KT 대표이사'라는 자리가 정치적 외풍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구 대표가 연임할 수밖에 없는 이유 3가지를 정리해봤다.
"30년 넘는 정통 KT맨 파워의 상징이다"
구 대표는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KT와 처음 연을 맺었다. 이후 경영전략 담당과 비서실장, 경영지원총괄 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2020년 3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를 때까지 33년가량을 KT에서 근무했다. 내부에서 쌓아온 성과도 많다. 2008년 디지털 미디어렙(인터넷 매체 광고대행) 회사인 나스미디어 인수를 주도했고, 2009년에는 당대 최대 현안이었던 KT와 KTF 합병을 이끌었다. 대표이사 후보 시절 당시에는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역임하며 IPTV·인터넷 등 KT의 유선 네트워크 부문 1위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황창규 전 회장과의 인연도 돈독하다. 삼성그룹 출신 황 전 회장이 취임한 후 구 대표는 첫 비서실장을 지냈다. 황 회장 퇴임 후 진행됐던 2019년 말 대표이사 경선에서는 37대1의 치열한 경합을 벌였지만 구 대표를 넘어서는 이가 없었다. 경선 당시 '유력 후보'라는 타이틀이 따라붙은 이유다. KT 대표로 내부 인사가 선임된 것은 2005년 취임한 남중수 사장 이후 처음이다. 그 뒤로는 관료 출신인 이석채 전 회장과 삼성전자 기술총괄사장을 지낸 황창규 전 회장 등 외부 출신들이 12년 동안 KT를 이끌었다.
"취임 후 숙원이던 시총 10조를 달성했다"
구 대표는 2020년 3월 대표이사 취임 후 '디지코 KT'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발 빠른 변화를 시도했다. 탈(脫)통신이 주력 화두였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DX) 등 기업간거래(B2B) 분야를 강화했다.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현대백화점 계열 HCN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 성과도 챙겼다. 지난달 8일 연임 의지를 밝혔던 구 대표는 17일 'AI 발전전략 기자간담회'서 직접 연단에 올라 '초거대 AI 상용화, AI 인프라 혁신, AI 미래인재 양성' 등 3대 발전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통신사는 미디어 사업 못 한다'는 편견도 깼다. 중간 지주회사 격인 KT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성공 등 미디어·콘텐츠 부문서도 성과를 냈다.
KT의 2022년 상반기 매출은 총 12조5899억원, 영업이익은 1조858억원이다. 매출은 역대 상반기 매출 기준 최대 실적이다. 기업가치도 덩달아 높아졌다. 취임 직전인 2020년 2만6700원(1월 2일 종가 기준)이었던 주가는 대비 12월 26일 3만6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구 대표가 KT를 지휘한 뒤 주가는 약 35% 뛰었다. 시가총액 역시 현재 9조4000억원가량으로 10조원에 육박한다. 주가가 고점을 찍었던 지난 8월 한 때 시총 10조의 벽을 깨기도 했다. 경쟁사와 비교해도 가파른 성장률이 돋보인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액면분할 등을 고려한 수정주가 기준 22% 상승했으며, LG유플러스는 14.8% 하락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KT가 CEO경선 체제로 돌입했지만, 실적이나 주가 성과로 볼 때 구현모 현 대표의 연임이 유력한 상황"이라며 "연임 이후엔 구현모 대표가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
"노조도 지지, 대안도 없다"
구 대표를 향한 KT 임직원들의 목소리도 긍정적인 편이다. 최창복 위원장이 이끄는 KT 직원 1만6000명이 가입된 제1 노조 역시 최근 구 대표 연임을 공식 지지했다. 최 위원장은 이달 6일 KT노동조합 홈페이지에 '대표이사 연임관련 조합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연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제2 노조인 KT새노조가 '구현모 대표 연임 반대'를 외친 것과 관련, 맞불을 놓았다. 회사 내부에서도 구 대표의 합리적인 경영 스타일과 관련해 호평을 내놓고 있다. KT 한 관계자는 "구 대표는 무리하지 않고 합리적인 지시를 내려서 임직원 사이에서 평판이 나쁘지 않다"며 "(여타 후보들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안이 부재하다는 점 역시 구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높인다. 새 후보가 외부 추천을 통해 들어와도 구 대표의 3년 성과를 능가하는 실적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서다. 외부 인사 중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김기열 전 KTF 부사장, 임헌문 전 KT 사장, 홍원표 전 삼성SDS 대표이사, 이경수 전 KT네트웍스 네트워크엔지니어링 부문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 사장 등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선거대책위원회 IT 특보 겸 ICT코리아 추진본부장을 맡았던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도 언급된다. 다만 트렌드 변화가 발 빠른 ICT 업계에서 경쟁을 주도해야 하는 KT 수장에 나이가 많은 과거 인사를 선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한 치 앞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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