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R&D가 만든 반세기 포장기계 명가

김철현 2022. 12. 27. 11: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67년 설립…'로터리 자동 포장기' 자체개발
90년대부터 해외시장 개척… 지난해 수출 2000만弗 달성
개발의 최우선 목표는 '내구성'
리팩의 자동 포장기 조립 현장

인천시 서구 가재울로에 위치한 자동 포장기 업체 리팩. 공장과 연구소가 함께 있는 이곳의 생산 현장에선 80여명의 인력이 다양한 형태의 자동 포장기를 조립하는 작업으로 분주하다. 여기서 만든 자동 포장기는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접하는 여러 식품 제조 공정의 맨 마지막을 책임진다. 어쩌면 우리 집 냉동실 속 만두도 리팩의 포장기를 거쳐 시중에 나왔을 수 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이 포장기 기술을 개발하는 데 리팩은 반세기 이상 매진해 왔다. 우리나라 포장 설비 기술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리팩 현장을 찾았다.

27일 이상건 리팩 대표는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포장기 업계에서 리팩이 50년 넘게 경쟁력을 인정받는 핵심은 매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제품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끊임없이 기술개발(R&D)을 지속한 것이 리팩을 현재 포장 솔루션 분야에선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힘이라는 얘기다.

◆포장 설비 R&D 50년=리팩은 이 대표의 조부가 1967년 ‘한국전자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그동안 포장 설비와 관련한 R&D 한길만을 걸었다. 비닐 접착 기계부터 시작해서 진공 포장기, 분말 충전기 등을 만들다 현재 주력이 된 ‘로터리 자동 포장기’를 자체 개발했다.

로터리 자동 포장기는 회전하면서 자동으로 제품을 파우치에 담는다. 김치나 만두 등을 만드는 식품 공장에서 주로 쓰인다. 뼈대가 되는 모델이 있지만 20~30%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바꾼다. 이 대표는 "로터리 자동 포장기를 연간 300대 만들고 있다"며 "로터리 자동 포장기만 보면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말했다.

리팩이 기술력을 세계 무대에서 견줄 수 있었던 것은 1990년대부터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수출 2000만 달러를 달성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 대표가 합류할 2009년 당시 연 매출 150억원 선에서 현재 5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한 데도 수출의 역할이 컸다. 내수와 수출이 매출의 절반씩을 차지할 정도다. 이 대표는 "미국 시장에 25년 이상 납품을 해 현재 매출의 20%가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며 "미국 외에도 유럽, 대만, 인도, 태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팩 이상건 대표

◆시행착오 속 新기술 도전=리팩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도 꾸준히 R&D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도 30여명이 근무하는 연구소에서 새로운 포장기 기술에 대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지원을 받아 함께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자동 포장기에서 사람의 손이 필요한 부분이 빈 파우치를 적재하는 것인데 좀 더 많은 양의 파우치를 넣고 에러 없는 설비를 만들기 위한 과제를 함께했다"며 "기술 개발은 완료돼 기존 제품에 적용하는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율적인 생산과 직결된 만큼 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양산되면 파우치 완제품을 생산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R&D 50년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연질의 파우치를 효율적으로 다루는 방법은 늘 과제였다. 작업장의 온도가 예상과 달라 시운전 과정에서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식품은 동일 레시피로 만들지 않고 시장 자체도 빨리 바뀐다"며 "새롭게 출시했는데 예상과 달라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했다.

리팩이 애로를 겪으면서도 놓지 않았던 개발의 목표는 간명하다. 배로 내구성이다. 이 대표는 "어떤 기계에서도 10년 내에는 고장이 나지 않도록 내구성 있게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다. 30년 전에 납품한 기계가 여전히 가동되는 식품 공장도 있다고 이 대표는 부연했다.

내년 목표도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파우치 중에서도 뚜껑을 달 수 있는 스파우트 파우치 포장기에 대한 개발이 완료돼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로터리 포장기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제품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한국산업단지공단 공동기획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