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뮤지컬 ‘물랑루즈’, 작품·대중성 모두 잡았다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사랑할 수 없다면 왜 살아야 하나요?”
1899년 파리, 보헤미안의 핫플레이스 ‘물랑루즈’를 찾은 천재 무명 작곡가 ‘크리스티안’은 물랑루즈 최고의 스타 ‘사틴’과 사랑에 빠진다. 물랑루즈 단장인 ‘지들러’가 경영난에 허덕이는 물랑루즈의 부활을 위해 몬로스 공작을 이용하려는 과정에서 사틴이 크리스티안을 몬로스 공작으로 착각하면서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 것. 이후 전개는 삼각 러브스토리다. 흡사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리도 좋더냐”를 떠올리게 하는 흐름. 돈과 사랑의 갈림길에 놓인 사틴에게 크리스티안은 위와 같이 기함한다.
영화 원작을 기반한 뮤지컬은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본공연 시작 10분 전부터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실제로 물랑루즈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원색적인 분위기는 눈과 귀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파티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익숙한 음악을 선보인다, 3개 대륙에서 160년이 넘게 사랑받아온 70여곡의 음악이 관객의 귀를 자극한다. 특히 마돈나, 시아, 비욘세, 아델, 리한나, 레이디가가 등의 현대 팝은 영화와 차별되는 지점이다.
‘매시업(mash-up)’으로 꾸며진 뮤지컬 물랑루즈 넘버는 풍성하다. 대화를 강조하기 위해 때때로 여러 곡을 한 넘버에 담았다. 1막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코끼리 사랑 메들리 (Elephant love medley)’에는 한 넘버에 무려 스무 곡이 담겼다. 음악수퍼바이저 저스틴 르빈은 “일반 주크박스 뮤지컬은 노래에 맞춰 스토리를 짜기 마련인데, 물랑루즈는 스토리에 맞춰 사랑을 주장하는 노래와 사랑을 반대하는 노래를 나열하고, 이것들을 퍼즐 맞추듯이 매시업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영화가 쇼 형태의 화려한 볼거리를 강조했다면, 뮤지컬은 서사에 좀 더 무게를 싣는다. 크리스티안과 사틴의 애정에 좀 더 초점을 맞춰 대사와 노래를 구성하고 무대를 연출한다. 예주열 CJENM 사업부장은 “영화 후반부가 볼거리 위주의 화려한 쇼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뮤지컬은 사틴과 크리스티안 간 관계 중심의 드라마로 재탄생했다”며 “화려함과 드라마적 요소가 잘 밸런싱 됐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레플리카(현지화 각색하지 않고 원작 유지) 작품으로 7개월의 오디션 끝에 출연진을 갖췄다. 세계적으로 균일한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무대, 의상, 소품, 가발 등을 미국, 호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지정 제작소에서 제작해 공수했다. 다만 번역은 현지 관객 정서를 반영해 변화를 허락했다. 협력 연출가인 맷 디카를로는 “배우들과의 친밀한 대화를 통해 원작의 유머가 효과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배우들로부터 한국적 특색을 끌어내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실제로 공연은 한국인의 유쾌한 정서를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특히 크리스티안과 그를 물랑루즈로 인도하는 툴루즈-로트렉과의 첫 만남 장면은 유쾌감의 극치다. 대사마다, 노래마다 웃음이 뒤따른다.
화려한 말솜씨의 주인공 해롤드 지들러도 무한 감초 매력을 내뿜는다. 뮤지컬의 시작부터 끝까지 매력적인 목소리에 화려한 말을 얹어, 유쾌한 춤사위로 몰임감을 더한다.
지난 20일 첫 공연을 관람한 바즈 루어만 감독은 한국 배우와 관객을 극찬했다. 그는 "한국 프로덕션이 유독 감정선이 진하고 페이소스가 많이 느껴져 인상 깊다. 배우들의 가창력이 굉장히 뛰어나며, 크고 화려한 연기부터 낮고 조용한 내면 연기의 대조를 훌륭하게 해낸다. 한국 배우들과 관객 간의 유대감과 관계가 특별해 보인다. 서로 쌍방향으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특별히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이렇게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관객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미래가 무척 밝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공연마다 관객들은 기립 박수로 환호했다.
뮤지컬 물랑루즈는 내년 3월5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 카드홀에서 관객들을 맞는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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