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키워드-드라마] 우영우 신드롬, 에미상, 유연해진 드라마 편성, OTT 간 감독들 희비 교차

장수정 2022. 12. 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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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사극에도 ‘고증’ 논란
‘안나’로 쿠팡 간 이주영 감독, ‘편집권’ 두고 갈등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6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높였다. 이 가운데 이준익, 윤종빈, 연상호, 노덕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진출하는 영화감독들도 늘어나면서 K-드라마 전성시대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재벌집 막내아들’ 등 TV 드라마들의 활약까지. 다채로운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시청자들의 즐거움도 배가되고 있다.


◆ 0.9%→17.5%…ENA 드라마 ‘우영우’ 깜짝 흥행


올 한 해 드라마 중 가장 뜨거웠던 작품을 묻는다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7월 이름도 생소했던 ENA라는 채널에서 방송된 이 드라마는 0.9%의 저조한 시청률로 출발, 최종회에서는 17.5%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다룬 드라마. 국내는 물론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까지 받으며 최고 히트작이 됐다. 인지도 낮은 채널에서, 장애인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이렇듯 어마어마한 기록들을 써 내려갈 것이라곤 그 누구도 쉽게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오롯이 콘텐츠의 힘으로, 입소문을 타며 스스로 반전 결과를 써 내려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지만, 남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영우의 활약을 현실감 있게 담아내면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편견의 시선을 한 겹 걷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이 드라마를 본 자폐인이 직접 드라마 후기를 게재하는가 하면, 장애인들이 직접 쓴 에세이가 주목을 받는 등 긍정적인 효과들이 이어졌다. 물론 일각에서는 장애인들의 진짜 아픈 현실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채 담아내지 못했다며, ‘지나친 판타지’라고 지적하기도 했으나, 이와 관련해 활발한 논의가 오갈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외에도 드라마 내에서 긴 시간 마을을 지켜온 팽나무에 대한 에피소드가 등장하자, 실제 나무의 가치가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등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담은 착한 메시지가 남긴 여파도 컸었다.


◆ 퓨전 사극에도 ‘고증’ 논란, 엄격해진 잣대


지난해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여 2회 만에 폐지가 되는 되는 사태를 겪었었다. 악령으로 인해 환각에 휩싸인 태종(감우성 분)이 무고한 백성을 잔혹하게 학살하는가 하면, 중국풍 소품, 음식을 사용해 시청자들의 분노를 야기한 것. 김치, 한복 등 우리 문화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문화공정에 대한 반감과 맞물려 시청자들의 뜨거운 비난이 이어졌었다.


이후 지난 1월 종영한 JTBC ‘설강화’가 민주화 운동을 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대규모 보이콧 사태가 일어나는 등 역사적 사실에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하는 퓨전 사극, 시대극들이 연이어 고증 논란에 휩싸였었다.


최근 방송된 tvN ‘슈룹’ 역시도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었다. 2회에 자식을 세자로 만들려는 야망을 가진 황귀인(옥자연 분)이 물건이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간다’는 의미로 ‘물귀원주’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때 한자 표기가 중국어 표기법인 ‘物归原主’로 됐던 것.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제작진이 자막을 수정했다. 이 외에도 중전이 대군들을 “내 새끼”로 칭하고, 왕자들이 세자를 향해 중전을 지칭하면서 “너희 엄마”라고 표현하는 등의 일부 디테일들도 사실과는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물론 정통 사극이 아닌, 퓨전 사극인 만큼 지나친 지적은 창작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는 반발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콘텐츠를 향한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현재, 더욱 엄격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12부작, 주 3회 등 한층 유연해진 TV 드라마 편성 트렌드


OTT와 TV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러닝타임과 회차다. OTT 드라마들은 6부작, 또는 10부작, 12부작 등 콘텐츠 전개에 맞춰 유연하게 회차를 조절하고 있으며, 러닝타임 또한 30분 내외의 미드폼부터 60분 이상의 긴 호흡까지 아우르고 있다. 콘텐츠에 맞게 회차도, 러닝타임도 조절하면서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 것이다.


TV 드라마 역시도 최근에는 전보다는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사이, 시리즈물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면서,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16부작이 다소 길게 느껴진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에 일부 드라마들이 10부작 또는 12부작으로 제작되며 군더더기 없는 전개를 보여줬던 것. 올해 방송된 ‘사내맞선’, ‘작은 아씨들’, 진검승부‘는 모두 12부작 드라마로, 짧지만 임팩트 있는 흥미를 선사하며 호평을 받았다.


주 1회 편성으로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던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와 ‘펜트하우스3’에 이어, 주 3회라는 파격 편성작도 생겨났다.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이 그 주인공으로, 금토일 오후 10시 30분 시청자들을 만났었다.


특히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하여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였다. 집중도가 중요한 장르물의 매력을 ‘주 3회 방송’을 통해 한층 배가시키고자 했던 것. 몰아보는 시청 방식에 익숙한 젊은 시청자들은 초반부 ‘재벌집 막내아들’이 보여준 긴장감 넘치는 전개에 푹 빠져들었고, 이것이 초반 관심을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멧돼지 사냥’과 ‘팬레터를 보내주세요’ 등 4부작 드라마를 연이어 편성한 MBC와 단막극을 수, 목요일 오후 9시 50분에 편성한 KBS 등 방송사들이 다양한 시도들을 하며 달라진 시청 트렌드에 발을 맞추고 있다.


◆ ‘오징어 게임’, 한국 콘텐츠 최초 에미상 6관왕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며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시상식에서 각종 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지난 9월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이하 에미상)에서 이정재가 아시아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황동혁 감독이 비영어권 최초 감독상을 수상했던 것.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는 이유미의 여우 게스트상을 비롯해 프로덕션디자인상, 스턴트퍼포먼스상, 시각효과상까지 총 4개의 수상하면서 에미상 6관왕을 달성했었다.


‘언어’가 아닌, 이야기 또는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를 남겼다. 이정재가 수상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비영어권 콘텐츠로 어떻게 그렇게 많은 관객 분들께 사랑을 받았는지다. 특히 이런 시상식 기간에는 비영어권 연기로 주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는다”면서 “‘연기자는 꼭 언어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법으로 표현을 한다’고 답했다. 언어가 다르다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이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증명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주제가 더 중요하고,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이 거기에 부합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었다.


이제 ‘오징어 게임’은 시즌2로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시즌2 제작을 확정하고 준비에 돌입,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 OTT로 간 감독들, 희비 교차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을, ‘D.P.’의 한준희 감독 등 영화감독들이 OTT 시리즈물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는 긍정적인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올 한 해 더 많은 영화감독들이 OTT와 손을 잡았다.


영화 ‘공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연출한 윤종빈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을 통해 첫 드라마에 도전했고, 이 작품 역시도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대표 흥행작이 되면서 긍정 사례를 추가했다.


그러나 SF 드라마 ‘욘더’로 티빙에 진출한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연상호 감독의 ‘괴이’, 노덕 감독의 ‘글리치’,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커넥트’ 등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은 작품들도 꽤 많았다. ‘욘더’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면서 남다른 깊이감을 보여줬으나, 이에 다소 ‘지루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SF 판타지 장르였던 ‘글리치’ 또한 노 감독의 첫 넷플릭스 진출작으로 이목을 끌었으나 ‘지나치게 독특하다’는 평을 받으며 호불호를 유발했다.


물론 작품의 개성만큼은 살아있었다. ‘욘더’처럼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거나, 또는 ‘글리치’나 ‘커넥트’처럼 독특한 스타일로 ‘본 적 없는’ 재미를 느끼게 하면서 영화감독-OTT 협업의 의미만큼은 확실하게 보여줬다.


◆ ‘안나’로 쿠팡 간 이주영 감독, ‘편집권’ 두고 갈등


영화감독 OTT 진출이 겪을 수 있는 부작용을 드러낸 사례도 있었다. 쿠팡플레이를 통해 ‘안나’를 공개했던 이주영 감독이 “내 의사와는 다르게 편집이 됐다”고 주장하면서 ‘편집권’ 논란을 야기했던 것.


논란의 시작은 이 감독의 폭로였다. 지난 8월 ‘안나’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 감독이 쿠팡플레이가 8부작으로 편집한 작품을 일방적으로 6부작으로 편집해 공개했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쿠팡플레이가 지난 수개월에 걸쳐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했으나, 감독이 수정을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8부작은 감독판으로 8월 중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쿠팡플레이가 결국에는 창작자와 합의되지 않은 결과물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한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여기에 쿠팡플레이가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 쿠팡플레이는 원래의 제작 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고 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됐다”고 반박하면서 ‘결과’를 위해 ‘감독의 의도’를 무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안나’는 지난 9일 열린 대종상 영화제에서 시리즈 영화 감독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에 대해서만큼은 제대로 인정을 받았다. 이 감독이 무대에 올라 작품을 함께 한 수지 등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시나리오보다 훨씬 입체적으로 연기한 수지, 정은채, 김준한 배우와 끝까지 완주한 제작진에게 특히 감사하다. 저만큼 마음고생을 한 후반 작업 스태프들을 대신해서 이 상을 감사히 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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