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표 오페라극장도 불황… 티켓수익 500억 넘게 감소

정현진 2022. 12. 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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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오페라 가수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미국의 대표 오페라 극장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메트)'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경기 침체 우려에 티켓 수익이 우리 돈으로 500억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메트가 현대 오페라를 극장에 내거는 자구책을 마련한 배경에는 미 경기 침체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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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우려에 시즌공연 10% 감축
클래식 오페라보다 현대 오페라에 집중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전세계 오페라 가수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미국의 대표 오페라 극장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메트)'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경기 침체 우려에 티켓 수익이 우리 돈으로 500억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140년 역사상 최악의 불황을 맞은 메트도 비용 감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다음 시즌 공연을 10% 줄이고, 클래식보다 현대 오페라 작품을 다수 선보여 청중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 티켓 수익 '뚝'…현대 오페라는 매진 행렬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메트는 이날 현금 부족과 티켓 판매 부진으로 대대적 변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2006년부터 메트를 이끌어온 피터 겔브 총감독은 메트가 이번 시즌에 215회 공연했지만 이를 10% 가까이 줄이고, 메트에서 현대 오페라 작품을 매 시즌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메트가 이처럼 결정한 건 수익 때문이다. 메트는 코로나19 기간 중 극장을 폐쇄하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단원, 직원을 일시 해고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접어들었지만 지난 시즌 대면 공연과 라이브 공연을 통한 티켓 수익은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4000만달러(약 510억원) 이상 줄었다. 극장 유료 관람률도 73%에서 61%로 떨어졌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외경(사진=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SNS)

메트는 내년에 미국 오페라 작곡가 제이크 헤기의 '데드맨 워킹', 미 작곡가 앤서니 데이비스의 '말콤 X의 삶과 그의 시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메트의 야니크 네젯 세귄 음악감독은 "오페라는 우리가 속해 있는 그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면서 "신작을 만들어낼 의무가 우리에겐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본인 스스로와 현실을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NYT는 메트의 이러한 결정이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보수적인 청중들이 자코모 푸치니의 '라 보엠', 주세페 베르디의 '아이다'와 같은 클래식한 작품들을 원할 것으로 보고 수십년간 신작을 피해왔던 메트가 현대 오페라를 선택한 것은 주목할만한 반전"이라고 전했다.

미 현대 작곡가 케빈 퍼츠의 '디 아워스' 공연 모습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메트가 최근 수년간 선보인 현대 오페라 작품들이 인기를 끄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시즌에 선보인 그래미상 수상자인 재즈 음악가 테렌스 블랜차드의 '파이어 셧 업 인 마이 본즈', 이번 시즌에 내놓은 미 현대 작곡가 케빈 퍼츠의 '디 아워스'가 매진됐다. 반면 베르디의 '돈 카를로'는 40%의 관람률을 기록하며 이달 막을 내렸다. 클래식 작품보다 현대 작품들이 청중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 경기 침체 우려에 美 극장계 '울상'

메트가 현대 오페라를 극장에 내거는 자구책을 마련한 배경에는 미 경기 침체 우려가 있다. 그동안 수익 타격을 기부금으로 채워왔는데 경기 침체 우려가 이어지면서 이마저도 받기 어려워져서다. 메트가 팬데믹 기간 중 약속받은 기부금은 1억5000만달러라고 NYT는 전했다. 겔브 총감독은 "경제가 흔들리면 주요 기부자들도 흔들리게 된다"고 전했다.

팬데믹에 제공되던 연방 정부의 지원도 사실상 사라진 상태라고 NYT는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에 경기 침체 우려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건 연간 예산 3억달러 이상인 메트 만의 문제가 아니다. 포틀랜드 오페라는 직원을 줄이고 시즌 내 공연 오페라 수를 팬데믹 이전 6개에서 3개로 줄였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도 유료 관람률이 팬데믹 이전 66%에서 올해 가을 47%로 떨어진 상태다. 오하이오의 데이턴 컨템퍼러리 댄스컴퍼니는 제작비 상승과 수요 부진에 이달 공연을 취소하기도 했다.

사이먼 우즈 미 오케스트라 연맹 회장은 "우리는 여전히 엄청난 불확실성과 불안의 시기 속에 살고 있다"면서 "새로운 청중을 구축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해졌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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