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첫발 뗐지만…갈길 먼 '노조 회계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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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하겠습니다."
정부가 노조 회계를 대대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 장관은 여러차례 '마지막', '신뢰 회복' 등을 언급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노동부와 지방 노동청은 노조의 회계감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거나 받는 것조차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정부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미국의 경우 노조는 매년 연차 회계보고서를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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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하겠습니다."
26일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말투에선 사뭇 비장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정부가 노조 회계를 대대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 장관은 여러차례 '마지막', '신뢰 회복' 등을 언급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여기엔 그동안 현행법에도 불구하고 노조 회계를 '감시 무풍지대'로 방치한 것에 대한 부처 수장으로서의 반성이 묻어났다. 실제 정부는 이날 발표 전까지 1997년 노동조합법 시행 때부터 있었던 회계장부 보존·비치 의무 준수 여부를 단 한번도 확인한 적이 없다.
고용부가 뒤늦게나마 노조 투명성 강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노동계의 오래된 관행과 제도를 바꾸려면 노조의 협조가 필요한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 정책에 '노조를 비리의 온상으로 몰려는 선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노조의 투명한 재정 운용은 사회적 책임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당장 내년 1월 말까지 이행하도록 명령한 서류 비치 의무는 위반 시 과태료가 500만원에 불과해 벌써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의 회계 자료 보존·비치 후에도 거대 노조의 부패 의혹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노동부와 지방 노동청은 노조의 회계감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거나 받는 것조차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노동조합법 27조에는 '노조는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결산 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으나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가 노조에 특정 자료를 달라고 요구하면 엄청난 논란이 있을 것"이라며 노동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에둘러 설명했다.
정부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미국의 경우 노조는 매년 연차 회계보고서를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여기엔 노조의 자산, 부채, 수령금과 출처, 총 1만달러 이상 수령한 임원, 지급된 봉급 등이 포함된다. 또 이들 자료는 조합원뿐 아니라 외부에까지 공개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언급한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과 비슷한 제도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나라에선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 어설픈 정부안으론 거대 야당이 지키는 국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고용부는 이르면 내년 1월 노조 개혁을 위한 정부 입법 방향을 만들어 발표할 예정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선진국에 걸맞은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 노조와 야당의 반대가 심하다면 여론을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는 민주노총 회계 투명성 강화에 찬성했다. 지난 30년간 노조 눈치 보기에 번번이 실패한 노동개혁의 첫 출발점에서 정부가 또다시 과거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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