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열달 되도록 병원 못가... 출생부터 험난한 고려인 자녀
[이재환 기자]
▲ 왼쪽 유요열 홍성이주민센터 대표, 오른쪽이 김동석 토닥토닥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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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난 고려인 자녀들은 출생에서부터 차별을 받고 있다. 의료와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출생신고조차 할 수 없다. 장애아로 태어나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장애인으로 등록할 수조차 없다.
충남 홍성군 홍성이주민센터는 국내 거주하는 고려인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고 그들을 돕기 위한 바자회를 열고 있다.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바자회는 프랑스자수밴드 '가든'이 주관하고 사단법인 토닥토닥과 홍성이주민센터가 주최했다.
김동석 토닥토닥 대표는 "한국 국적의 장애 아이들은 그나마 숫자라도 파악이 된다. 하지만 고려인을 비롯한 외국인 장애아들은 숫자로도 잡히질 않는다"며 "이번 바자회를 통해 홍성에 살고 외국인 장애아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애아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체계도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적이 외국인인 아이들은 장애가 있어도 장애등록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려인들은 임신과 출산, 즉 태어날 때부터 차별을 받고 있다. 유요열 홍성이주민센터 대표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고려인 임산부의 경우 임신 10개월이 되도록 단 한 번도 병원에 가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고려인을 비롯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은 조산아와 장애아가 태어날 확률이 높은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또 "고려인들의 역사를 기억한다면 더욱 더 그들을 차별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 홍성 이주민 센터에서는 지난 24일부터 오는 31일까지 고려인 돕기 바자회가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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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군의 고려인 현황에 대해 말해 달라.
"홍성에는 고려인이 300~400명 정도 거주하고 있다. 우리 홍성이주민센터와 연결되어 있는 고려인들은 200여 명 정도 된다. 고려인들은 대부분 공장이나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고려인들은 조부모, 부모, 자녀의 3대가 입국해 함께 사는 가정이 많다. 고려인들은 외국인들이라는 이유로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임신하고 출산할 때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고려인들은 여러 가지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 국적 취득이 어려운 것인가.
"동포 비자로 입국하기는 하지만 신분은 여전히 외국인이다. 국적을 취득하는 기준이 까다롭다. 국적을 취득하는 사례도 거의 없다. 재산증명이나 소득을 증명해야 하고, 한국어 능력 시험도 치러야 한다. 게다가 고려인들은 이중 국적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면 우리도 외국에 나가서 살 경우 이중국적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보면 된다. 고려인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에서의 삶이 완벽하지 않고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이중국적은 고려인들에게는 최소한의 안정장치인 셈이다- 기자 말)"
- 고려인과 외국인 이주민들의 상담 건수는 얼마나 되나.
"올해 5천여 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서류 오류 문제, 한국 생활 적응 문제 등 비교적 사소한 민원부터 임금 문제까지 다양하다. 실제로 1000건 정도의 상담 사례는 노무관계였다. 대부분 임금체불과 산재 등의 문제다. 임금 체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언어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어가 안 되다 보니 계약을 제3자에게 맡긴다. 그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고려인 자녀들 중에도 장애아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애아로 등록조차 못하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차별을 받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출산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출산이 임박해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임신 10개월이 되도록 병원에 단 한번도 가지 못한 임신부도 있었다. 비용 문제와 공포심 때문에 임신 기간 중 병원에서 영양제도 맞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거주 고려인과 외국인들은 미숙아나 장애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은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이다."
- 고려인 자녀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차별이 문제다. 차별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에서 태어난 고려인 아이들은 한국에 1~2년만 머물다가 떠다는 아이들이 아니다. 몇 년 전까지도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자녀가 태어나면 아이를 본국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녀가 태어나도 본국으로 보내지 않고 한국에서 함께 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면 인도적인 차원에서 비자를 발급 받는다. 그 비자로 고등학교까지 졸업할 수 있고 연장할 경우 대학에도 진학할 수 있다. 그렇게 한국식 교육을 받고 한국인으로 자란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출발선에서부터 차별을 받고 있다.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두고두고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고려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어린 자녀들을 치료하고 언어 교육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유럽에서 발생한 이민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우리도 겪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와 같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한국에서 태어나고 있는 외국인 자녀들에 대한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
- 그렇다면 해법은.
▲ 홍성 이주민 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고려인 돕기 바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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