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비운의 죽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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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건강을 이해하면 우리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끼치는 극적이고 젠더화된 영향이 단순히 운이 없었던 상황이 아니라 부당한 사회정책에 따른 예측 가능한 결과였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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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세계적인 인권학자이자 건강 옹호 활동을 지속해 온 활동가 알리시아 일리 야민이 지난 30년(1991년~2019년) 동안 건강에 대한 법과 권리가 진화해 온 과정을 비판적으로 성찰한 책이다. 브라질·페루·콜롬비아·칠레·남아프리카공화국·탄자니아 등을 누비며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진 죽음과 고통을 ‘인권’의 렌즈로 파헤친다. 국가의 폭력과 불평등한 사회제도, 신자유주의 경제질서가 사회적 약자들의 건강을 어떻게 상하게 만드는지를 추적하며, 아동·여성·성소수자 등의 건강이 권리의 영역으로 발전해 온 과정을 설명한다.
여성차별철폐협약을 기점으로 우리는 형식적 평등만이 아니라 실질적 평등에 대한 여성들의 욕구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됐다. 형식적 평등은 여러 형태의 공식 고용과 공적 의결 과정에서 여성을 배제했던 임의적인 법적 차별을 철폐하고자 한다. 미국의 50개 주 전체에서 1973년까지 여성에게 배심원 역할을 주지 않은 것은 시민 영역에서의 여성 배제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다. 이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여성의 법적 (그리고 사회적) 개념을 또래 집단의 동등한 구성원이자 합리적인 주장에 기반해 숙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꿔야 했다. - p.92
건강권 옹호 활동에서 우리는 언제나 건강권이 시민적·정치적 권리 및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비롯해 존엄한 삶에 필요한 다양한 권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상호의존적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생물학적 요소나 행동 요소와 더불어 사회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개인이나 인구 집단의 건강을, 보건의료제도의 설계를 포함해 (불)건강의 패턴을 생산하는 사회정치적 및 경제적 맥락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다. 이러한 방식으로 건강을 이해하면 우리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끼치는 극적이고 젠더화된 영향이 단순히 운이 없었던 상황이 아니라 부당한 사회정책에 따른 예측 가능한 결과였음을 알 수 있다. - p.131
우리는 건강과 기타 영역에서 평등과 존엄을 위한 투쟁이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힘들고 끝없이 반복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노력 가운데 실패한 부분들도 인정할 수 있고, 또 실제로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지속되는 투쟁의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1990년대에는 더 많은 사람들의 존엄한 삶을 위해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권리를 확장하는 데 참여했고, 실제로 사람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생각만으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1990년대 초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둘러싼 인권 규범이 확대되면서 수많은 비정부기구와 ‘건강과 인권’을 다루는 많은 학문 영역이 생겨났고, 멕시코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집단의 건강권을 주장하기 위한 법적·사회적 노력들이 집결됐다. 그리고 그러한 움직임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 p.191
비운의 죽음은 없다 | 알리시아 일리 야민 지음 | 송인한 옮김 | 동아시아 | 468쪽 | 2만2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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