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영화 뷰] 오스카, 상업성·오락성 짙은 '탑건2' 선택할까
코로나19 이후 바뀐 영화 산업의 바람이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게 다시 한 번 불고 있다. OTT 영화가 오스카 변화의 화두였다면,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탑건: 매버릭'(Top Gun: Maverick)이 문제적 작품으로 떠올랐다.
내년 3월 12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개최되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1월 24일 최종 후보작들을 발표한다.
아카데미 수상을 노리는 작품들은 화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10월과 11월 개봉에 시동을 걸고 일명 '오스카 레이스'를 시작한다. 아카데미 시상식과 가까운 시기애 개봉해 각종 프로모션에 나서, 영화를 알리기 위해서다. 한국영화 대표로 올해 오스카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작으로 선정돼 외국어 영화상 예비 후보에 오른 '헤어질 결심'도 지난 지난 10월 14일 북미에서 개봉했다.
그러나 오스카 후보작으로 기대되는 다수의 작품들이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그림이다. '그녀가 말했다'는 582만 5995 달러, '타르'는 551만 533달러, '이니셰린의 밴시'는 802만 9367 달러, '더 파벨만스'는 426만 5446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전문가들의 평은 좋으나 많은 관객들에게 선택을 받지 못한 셈이다.
'미나리'나 '문라이트', '조조 래빗'처럼 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 후 호평을 얻은 저예산 예술·인디 영화가 오스카 후보에 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올해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정도 뿐이다. 이 작품은 북미에서 지난 3월 개봉 당시, LA에서 10개 스크린에서 시작해 입소문을 타고 2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 세계적으로 1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에 미국 현지 매체들은 올해 영화계 신드롬을 일으킨 톰 크루즈의 '탑건: 매버릭'이 오스카 최종 작품상 후보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탑건: 매버릭'은 올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상업 영화로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해 14억 달러 이상의 티켓 판매를 기록했다. 앞서 언급된 작품들을 큰 차이로 따돌린 수치다.
하지만 '탑건: 매버릭'은 그 동안 오스카가 지명한 작품들과는 색깔과 지향점이 다르다. 마블 영화가 전 세계를 휩쓸었어도 노미네이트 된 영화는 '블랙팬서' 뿐이었다. '다크 나이트', '아이언 맨', '어벤져스: 엔드게임' 등 평단과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대형 스튜디오의 오락 영화들은 오스카의 높은 콧대를 꺾진 못했다.
미국 매체들은 오스카가 기꺼이 '탑건: 매버릭'에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영화 산업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관객들은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영화보다는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에 선호하고, 굳이 극장에 가지 않고 OTT를 통해 영화를 관람한다. 이런 상황 속에 '탑건: 매버릭'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14억 달러 이상의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은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는 목소리다.
물론 '탑건: 매버릭'의 오스카 지명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논하는 의견들도 있다. 메시지보다 볼거리에 집중한 엔터테인먼트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일은 스스로 명성과 위상을 깎아먹는 일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상업 영화가 오스카에 입성한다면 소규모 예술 영화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따른다.
'탑건: 매버릭' 지명을 두고 벌어지는 갑론을박은 팬데믹 이전, OTT 영화가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했던 상황을 연상시킨다. 오스카는 OTT 영화에 빗장을 잠궜지만, 팬데믹 이후 극장 개봉에 문제가 생기자 문을 열었다. 그리고 지난해 애플TV 플러스 '코다'가 OTT 최초 작품상을 가져갔다.
'탑건: 매버릭'이 영화 산업의 변화를 타고 오스카에 무사히 입성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변화로 가는 과도기인지, 잠시 불다 그칠 바람인지 내년 1월 24일 확인할 수 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BNK금융 회장 후보, 6명 중 4명은 내부 출신
- 금융위 자본시장조사 전담부서 확대 개편
- '빌라왕' 전세 사기 관련자 5명 입건…경찰, 자금 흐름 추적
- 토스, 부동산 청약 정보·소상공인 정책사업 조회 가능
- 4분기 지역경제 글로벌 경기둔화에 소폭 악화
- 한동훈 "국민들, 국력이 '이재명 방탄'에 소비되는 걸 바라지 않을 것"
- '북러 조약' 발효 코앞…'북한군 파병' 정당화 나서나
- '2기 트럼프 시대' 준비하는 정부…리스크와 기회 점검에 분주
- "이 영화, 만들 일이 없었다면"…전쟁 다큐가 기록한 진실의 최전선 [D:영화 뷰]
- ‘직무 정지까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3연임 도전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