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은 LG전자 TV 프리미엄 전략…TCL 추격에 EU 규제까지

정길준 2022. 12.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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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OLED TV 시장 역성장 전망
LCD 패널 가격 하락에 경쟁력 잃어
TCL, 브랜드 선호도 대비 구매율 압도적
EU는 8K TV 에너지 효율 기준 규제 시행
LG TV, 적자 늪 탈출 가능할까
서울 시내 대형마트 가전매장 모습. 연합뉴스

LG전자가 수렁에 빠진 TV 사업을 구하기 위해 프리미엄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는 분위기다. 여전히 브랜드 선호도는 글로벌 톱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막상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중국 업체의 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LCD TV는 갈수록 저렴해져 LG전자의 주력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안방 데뷔 시점도 계속해서 늦춰지고 있다.

2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LG전자가 시장을 장악한 WOLED(화이트 OLED) TV의 2022년 출하량이 전년 대비 6.2% 감소한 629만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023년 출하량 역시 올해보다 2.7%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OLED 패널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가 보수적인 가격 정책을 가져갈 가능성이 커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3분기 55인치 UHD LCD 패널이 WOLED 패널보다 4.8배 저렴했다. 두 패널의 가격 차이가 2020년 초로 돌아가면서 WOLED TV를 판매하는 브랜드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했다.

소비 심리 위축으로 재고가 한계에 다다르자 중국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프로모션을 전개했다. 대표적으로 TCL이 북미 블랙프라이데이를 겨냥해 55인치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를 70%가량 인하한 199달러(약 25만원)에 판매했다.

LG전자가 지난달 홍콩 퀸즈로드에서 열린 디지털 아트페어에 올레드 TV를 전시한 모습. LG전자 제공

주요 시장인 북미에서 LG전자는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의 통계를 보면, 올해 3분기 삼성 TV가 점유율 37.3%로 1위를 지켰다. LG전자는 18.4%로 소니(13.3%)와 2위를 다투고 있다.

TCL은 5위(4.2%)에 그쳤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막강한 모습을 과시했다. 구매를 검토하는 소비자 비중은 9%에 그쳤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사례는 72%에 달했다.

LG전자는 30%의 고객이 구매를 검토하고 49%가 결제를 완료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48%가 구매 의사가 있었고 60%가 구매를 확정했다.

이처럼 LG전자가 수년 전부터 강조한 'OLED 대세화' 전략이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으로 미래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유럽에서는 규제 이슈까지 부상했다.

유럽연합(EU)은 내년 3월부터 27개 회원국에 TV 전력 소비 규제를 강화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8K TV와 마이크로 LED TV는 EU 에너지효율지수(EEI) 0.9 이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판매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마이크로 LED TV는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수요를 공략해 주도적으로 내놨지만 판매 비중이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다.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는 초고화질 라인업인 8K TV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8K TV는 4K TV보다 약 2배 많은 전력을 소비하지만 가정에서 발생하는 전체 에너지 소비에 비하면 크지 않아 규제 도입이 부당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미국 고객이 LG 올레드 에보를 살펴보는 모습. LG전자 제공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당 규제가 처음 발표된 2016년부터 업계와 공동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왔으며, 최근 EU 측과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8K TV 기업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규제 시행 이후에도 8K TV는 지속 수출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쟁 브랜드 추격에 규제 우려까지 겹치며 LG전자 TV 사업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7년 만에 적자(189억원)를 낸 데 이어 3분기 554억원으로 적자 폭을 키웠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HE(TV)·BS(PC) 사업은 올 4분기를 기점으로 최악의 상황을 통과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LG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한 3240억원으로 추정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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