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산타랠리, 1월 효과도 기대 난망?

박형수 2022. 12. 27. 0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1~2020년 1월 코스피 평균 수익률 1.4%
1월보다 4월과 11월의 평균 상승률 더 높아

[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큰 폭 떨어졌던 만큼 '1월 효과'를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가 적지 않다. 1월 효과는 새해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적 전망이 반영돼 뚜렷한 호재가 없어도 1월의 주가가 다른 달보다 많이 오르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개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올해 지수 하락의 주범인 반도체 업종을 집중 매수하면서 반등 기대감을 나타내다. 다만 전문가들은 증시 전반에 온기가 돌 정도로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라며 당분간 관망할 것을 당부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달 들어 6.3% 하락했다. 기관 투자가가 1조1000억원 이상 매수 우위를 기록했지만 외국인이 1조3000억원어치 순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도 4.8% 내렸다.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증시가 반등하면서 '산타랠리' 기대감이 커졌지만 지수는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개인 투자자, 12월에 SK하이닉스·삼성전자 집중 매수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해 유럽·일본 중앙은행 등의 통화긴축 기조와 경기 침체 우려가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며 "국내 개인 투자자 심리를 보여주는 투자자예탁금이 연초 70조원대에서 45조원대로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의 개인 투자자는 올해 주식 투자로 손실을 봤다. 계좌 잔고가 쪼그라든 투자자일수록 1월 효과를 기대하며 버티기 또는 물타기 전략으로 하락장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개인은 이달 들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4200억원, 31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쏟아낸 순매도 물량을 개인이 받아가는 모양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각각 5000억원, 350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이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 데도, 개인이 매수에 나서는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기존 보유 중인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한 '물타기' 전략이거나 1월 효과로 주가가 반등하기를 기대하는 매수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 낙관론자들은 올해 국내 증시 낙폭이 컸던 만큼 새해가 되면 대주주 주식 양도세 이슈에서 벗어난 개인 '큰 손'을 중심으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20%, 30% 이상 하락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주식시장 연간 수익률이 연속 하락한 때는 정보기술(IT) 버블 시기가 유일하다"며 "버블의 크기, 중앙은행 긴축 정도 등을 고려했을 때 IT 버블 때를 반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체로 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외 변수가 여전히 악재투성이인 데다, 국내 증시에서 비중이 큰 반도체 업황의 바닥을 확인하지 못해 매수보다는 관망이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가 크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4분기 실적 시즌에 돌입하면서 이익추정치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연말에 줄었던 공매도가 연초부터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20년간 1월 지수 흐름을 분석해도 1월 효과가 사실상 크지 않았다. 대신증권이 2001년부터 2020년까지 월별 코스피 수익률을 산출한 결과 1월 평균 수익률은 1.4%로 나타났다. 다른 달 대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지 않았다. 4월과 11월 평균 수익률이 3.5%로 가장 높았다. 총 20회의 1월 가운데 코스피가 오른 건 12회였다. 전체 12개월의 평균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1월에 주가 오르면 코스피 1년 농사 성공률 80%

국내 증시에서 1월에 주가가 오르면 연간 상승률은 플러스(+)로 마감할 확률이 높았다. 1981년부터 2020년까지 40년으로 기간을 연장했을 때 1월에 코스피가 오른 경우 1년 전체 코스피가 상승할 확률은 80%였다. 이와 달리 1월에 지수가 하락했을 때는 연간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한 확률은 52.6%에 불과했다.

다만 금리 상승 등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하는 과정이라 내년 1월 증시 결과만 놓고 코스피 1년 농사를 예단하긴 어렵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월은 국내 기업 이익의 저점을 확인하지 못한 시기"라며 "코스피 상장사 이익은 앞으로 2~3분기 동안 감소 구간에 진입해 내년 하반기 이후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올해 코스피 상장사 지배주주 순이익은 138조~145조원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지난해 190조원 대비 큰 폭 감소하면서 2017~2018년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