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지역' 뚫렸다…양구 DMZ 펀치볼 지하수서 미세플라스틱
비무장지대(DMZ) 인근인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해안분지(일명 펀치볼)의 지하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국내에서 지하수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량이지만 국내에서 '청정지역'인 이곳 지하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오염 실태 파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강원대 지질학과 이진용 교수팀은 최근 '종합 환경과학(Science of Total Environment)' 국제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양구 해안분지 지하수에 들어있는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분석 결과, L당 0.02~3.48개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미세플라스틱은 물·공기·식품 등 다양한 경로를 거쳐 인체에 들어오는 것으로 밝혀져 건강 피해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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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 관정 13곳 세 차례씩 조사
길이 10.5㎞, 폭 6.7㎞, 둘레 32㎞로 면적은 57.5㎢로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은 오목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1956년까지는 황무지였으나, 농업지역으로 개발되면서 현재 농업 인구를 중심으로 1252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저지대(해발 400~450m)에서는 논농사를, 중간 고지대(해발 450~550m)에서는 감자·콩·배추 등 밭농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최근 기후변화로 인삼밭과 사과 과수원이 늘고 있다.
비닐하우스에서는 고추·토마토·수박 등을 재배한다.
연구팀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2020~2021년 이 지역 지하수 관정 13곳에 대해 3차례 조사를 진행했다.
각 관정의 깊이는 5.1 ~ 80.1m(중간값 7.14m)였다.
연구팀은 정확한 조사를 위해 관정 당 300~500L의 많은 양의 지하수 시료를 분석했다.
또, 공기 중의 미세플라스틱 등 외부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관정 속에 고여있는 지하수 시료를 채취할 때는 실리콘 호스를 사용했다.
외국 연구보다 오염도는 낮아
플라스틱 종류는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스타이렌(PS), 폴리아마이드(PA) 등이었다.
해외 연구와 비교하면 해안분지 지하수의 오염도는 낮은 편이다.
지난 6월 중국 칭다오대학 연구팀이 '종합 환경 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중국 지아오동 반도(산둥반도)에 위치한 칭다오 등 5개 도시 지하수를 분석한 결과, L당 8~6832개, 평균 2103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강원대 연구팀은 통계 분석 결과, 미세플라스틱 농도와 지하수 사용량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농작물을 활발하게 재배하는 시기에 지하수를 많이 사용하면서 주변에서 지하수 관정으로 미세플라스틱 이동이 가속했음을 의미한다.
또, 통계적으로는 의미가 없지만, 우기에는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낮았는데, 빗물에 의한 '희석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비닐하우스·멀칭 등이 오염 원인
멀칭용 검은 비닐은 2013년 148.8톤까지 사용됐고, 이후 점차 줄고 있으나 2019년에도 41.2톤이 사용됐다. 온실용 비닐 폐기물도 2019년 78.4톤이나 됐다.
이 외에도 농약병, 화학비료 비닐봉지, 농업 장비 플라스틱 부품 등도 미세플라스틱 오염원으로 지목됐다.
연구팀은 지하수 우물 자체도 미세플라스틱 오염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정 구조물(케이싱)이나 연결 파이프(호스) 등이 플라스틱 재질로 된 경우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진용 교수는 "지하수에서 대한 미세플라스틱 분석에 대한 논문은 아직 세계적으로도 10편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사례가 많지 않다"며 "중국·호주 등에서 나온 연구는 매립지나 도시 등 오염이 심한 곳에서 진행된 것이라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높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지하수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처음이어서 논문 심사 과정에서 10여 명의 심사위원이 100여 개의 질문을 보내오는 등 외국에서도 연구 방법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1~2L를 분석한 외국 연구보다 많은 양의 시료를 사용해 분석에 정확성을 기했는데, 어느 정도의 양을 분석하는 것이 최선인가를 확인하는 작업도 진행했고, 관련 논문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 교수팀의 분석 방법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이 교수는 "국내 농촌에서 농업용수로 지하수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만큼 전국적인 오염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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