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폭풍 덮친 美, 사망자 최소 55명으로 늘어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혹한, 폭설, 강풍을 동반한 겨울폭풍이 미국을 덮치면서 인명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1.25m 이상의 폭설이 쏟아진 뉴욕주 버펄로 에리카운티에서만 25명의 사망 소식이 확인되는 등 미 전역에서 최소 55명이 이번 폭풍 여파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NBC 자체 집계에 따르면 미국을 덮친 겨울철 이상기후 현상 ‘폭탄 사이클론(bomb cyclone)’의 여파가 광범위하게 이어지며 이날 오전 기준 콜로라도, 일리노이, 캔자스, 켄터키, 뉴욕, 오하이오, 테네시, 위스콘신 등 12개주에서 최소 55명이 사망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27일까지 일부 지역에 최대 9인치의 눈이 더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피해가 확인되고 있는 뉴욕주 버펄로 에리카운티의 마크 폴론카즈 행정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생애 최악의 폭풍"이라며 "아직 끝이 아니다.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이 지역에서는 대규모 폭설과 강풍으로 지난 23~24일 약 500명의 운전자가 도로 위 눈폭풍 속에 발이 묶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시민들의 구조요청을 받고 출동한 구급차, 소방차, 경찰차까지 눈 속에 갇히며 혼란은 더 커졌다. NWS에 따르면 이날 오전 버펄로 나이아가라 국제공항의 총 적설량은 1.25m를 기록했다. AP통신은 "버펄로 인근 자동차, 집, 눈더미 속에서 사망자들이 발견되고 있다. 일부는 눈을 치우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연방정부 차원의 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한 상태다.

이외에도 50중 추돌사고가 발생한 오하이오주에서도 각종 사고로 10명이 사망했다. 콜로라도에서는 영하의 추위로 사망한 노숙자들이 발견됐다. 미주리, 캔자스, 켄터키주에서도 교통사고 충돌 등으로 6명이 목숨을 잃는 등 전국적으로 겨울 폭풍 관련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폭설과 결빙 등으로 인한 항공편 결항 사태도 지속되고 있다.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20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지역별로는 덴버, 애틀랜타, 라스베이거스, 시애틀, 볼티모어, 시카고 등을 중심으로 결항과 지연이 많았다. NWS는 이처럼 위험한 여행 상황이 향후 며칠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폭탄 사이클론이 약화되면서 이번주에는 기온이 서서히 오를 것이라고 NWS는 덧붙였다.

현지 언론들은 잇따르는 피해 속에서도 서로 도우며 어려움을 극복한 사례들도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남편의 인슐린을 가지러 병원을 방문했다 눈더미 도로에 발이 묶인 여성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돕기 위해 나선 견인차 기사, 연휴 내내 구조작업에 나서 14명을 구조한 버펄로 주민, 온라인에 자신의 위치와 연락처를 남긴 의료 종사자들 등의 사연을 전했다. 눈 속에 갇힌 한국인 관광객 9명이 도랑에 빠진 차를 빼내기 위해 삽을 빌려달라고 하자, 선뜻 집으로 초대해 잊지못할 크리스마스를 보낸 치과의사의 사연도 보도됐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