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덕봤다" 부산 떠들썩…수원·인천도 팔걷었다

최모란 2022. 12. 2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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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지난달 29일 영화, 드라마 제작자, 감독, 피디(PD) 등 영상산업 관계자 20여 명을 초청해 옛 경기도청사 촬영 지원을 위한 ‘로케이션 팸투어(홍보 목적 현지답사)’를 개최했다. 경기도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옛 경기도청사. 지난 5월 말 경기도청이 광교 신청사로 이전한 뒤, 인적이 끊겼던 이곳을 영화·드라마 제작자와 감독, 피디(PD) 등 영상산업 관계자 20여명이 찾았다. 경기도와 경기콘텐트진흥원이 마련한 영상 촬영 지원 로케이션 팸투어(홍보 목적 현지답사)를 위해서다. 이들은 이들은 옛 청사 곳곳을 둘러보고 촬영·메모하며, 청사가 어떤 촬영에 적합한지 등을 꼼꼼하게 따졌다.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청사의 외부였다고 한다. 노출 콘크리트와 테라코타(대형 타일의 일종) 외벽 장식을 갖춘 옛 청사는 2017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6만 5900㎡ 부지에 옛 경기도의회 등 10개 동 건물이 있고, 주변에 팔달산도 위치해 공공기관 로케이션 촬영지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동혁 경기도콘텐트진흥원 매니저는 “공공기관의 경우 보안 문제 등으로 촬영 허가를 얻기가 어려운데 경기도 옛 청사는 현재 빈 상태라 여러 가지로 활용이 가능해 참가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내년 1월부터는 종합편성채널의 드라마 한 편이 촬영될 예정이다.


‘재벌집’ 저택된 부산시장 관사, 촬영지 관광화된 인천시


지자체들이 영화·드라마 등 영상물 촬영지 유치에 뛰어들고 있다. 영화·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주요 촬영지에도 관심이 집중되면서 ‘신(新) 관광명소’로 이름을 날리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최근 방역 완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국내 관광 수요가 늘고, 해외 관광객 유치까지 가능해 촬영장 유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순양가 저택으로 등장하는 옛 부산시장 관사. 최근 관람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부산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속 ‘순양가’의 저택으로 등장하는 옛 부산시장 관사는 관광 명소가 된 대표 촬영지다. 1985년 대통령 별장으로 지어진 옛 부산시장 관사는 고 김중업 건축가 작품이다. 1만 8015㎡ 부지에 건물 연면적도 2437㎡, 주변에 심어진 나무만 2만3000여 그루다. 2020년 오거돈 전 시장 사퇴 이후 비어 있었지만, 최근 촬영 문의가 이어지면서 내년 2편의 작품 촬영이 예약된 상태다. 나윤빈 부산시 대변인은 “내년 말 리모델링이 완료돼 완전히 개방하면 좀 더 많은 시민이 찾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도 촬영장 유치와 지원에 열심이다. ‘별에서 온 그대(2014년)’와 ‘도깨비(2016~2017년)’ 등 촬영지에 해외 관광객이 찾아오는 등 이미 ‘명소’ 효과를 톡톡히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인천영상위원회의 촬영 지원 편수는 2020년 163건, 2021년 191건, 올해 180건 등이다. 올해도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데이트 명소로 등장한 중구 실미도 유원지와 영화 ‘공조 2’,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KBS 드라마 ‘커튼콜’의 배경으로 등장한 파라다이스 시티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은 지역별 특성이 뚜렷해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해 시대극부터 현대극까지 모두 촬영이 가능하고 서울과 가까워 촬영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데이트 명소로 등장한 강화도 낙조마을은 인천 중구에 있는 실미도 유원지에서 촬영했다. 인천시

전문가들 “일시적 효과보다는 지속성 필요”


문제는 드라마 등의 인기가 끝나면 촬영지에 대한 관심도 줄어든다는 거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2003~2004년)’과 ‘칼잡이 오수정(2007년)’의 촬영 세트장이 있는 인천시 중구 무의도 영상단지는 2017년 내부 건축물이 정밀안전진단에서 각각 B·E 등급을 받으면서 출입이 통제됐다.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로 명성을 크게 얻은 송도석산도 2016년 안전 문제로 폐쇄됐다. 현재는 찾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훈 한양대(관광학과) 교수는 “유명 촬영지는 영상물의 인기가 떨어지면 관광객이 감소하는 등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 관광지 등 해당 지역 먹거리·볼거리와 연계하고 스토리를 찾는 등 장기적인 관광지로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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