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죽겠습니다" 인사 건네는 곳…영정사진도 화보처럼 찍는다
“잘 죽겠습니다. 잘 살겠습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강남힐링센터에서 열린 웰다잉 수업 ‘행복한 삶 그리고 아름다운 준비’ 수강생들이 하는 인사말이다. 웰다잉은 존엄성과 품위 등을 지키며 삶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뜻한다. 강사로 나선 ‘웰다잉연구소’ 강원남 소장은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란 의미에서 이런 인사를 건넨다”고 했다. 수강생은 16명이며 5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수강료는 받지 않는다. 강남힐링센터는 강남구가 운영하는 일종의 문화센터다.
웰다잉 수업은 지난 7월과 11월 두 달간 진행됐다. 죽음에 관한 허심탄회한 대화부터 유언장 작성 방법, 훗날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됐을 때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작성했다.
수강생 만족도는 높다고 한다. 아내 권유로 프로그램을 듣게 됐다는 전승순(75)씨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것조차 꺼렸는데 어느새 다른 수강생과 이야기를 나누며 죽음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있더라”라며 “웰빙, 즉 잘 사는 것 자체가 후회 없는 죽음을 위한 준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조일(79)씨는 웰다잉 수업을 계기로 ‘버킷리스트’를 다시 만들었다. 그는 “나름 즐기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국선도나 색소폰을 배우는가 하면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기도하는 성당 ‘연령회’에도 가입했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특별한 영정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정자세로 앉아 경직된 표정으로 찍는 기존 영정사진과 달리 ‘나만의 화보’처럼 각자의 개성을 드러냈다. 장진순(75)씨는 “사진 속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나의 밝은 성격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장례식장에 이런 화보 같은 사진을 걸어두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며 “죽음이라는 것 자체가 마냥 슬프지 않은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남 소장은 “대부분 처음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불편해하시지만, 웰다잉 프로그램을 통해 결국엔 삶을 다시 얘기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며 “웰다잉 교육, 호스피스 병동 등이 많아져 ‘죽음의 질’도 높일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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