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경쟁 차단된 산업, 시장 기능 되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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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쯤이면 노동신문에 북한 청년들의 백두산 행군 사진이 실리곤 한다.
북한보다 한국의 경쟁력이 월등히 높은 것도 정신력보다는 시장이 전달하는 가격 시그널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시장이다.
경쟁으로부터 차단된 국내 산업의 시장 기능을 하루빨리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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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쯤이면 노동신문에 북한 청년들의 백두산 행군 사진이 실리곤 한다. 추운 겨울날 붉은 깃발을 앞세우고 행군할 정도로 정신력이 강한 북한 사람들이 궁핍하다는 것을 청년 시절엔 이해하기 어려웠다. 경제학을 공부하고 나서 그 의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시장의 힘이었다. 시장은 단순히 상품이 교환되는 곳만이 아니다. 시장은 상품과 함께 정보가 교환되는 곳이다. 아무리 열심히 땅을 파도 수백개 삽보다 굴착기 하나가 훨씬 생산성이 높다. 그런데 비싼 값을 내지 않으면 굴착기라는 자원은 시장에서 동원되지 않는다. 시장은 이미 생산성과 경쟁력을 평가해 그 정보를 가격이라는 시그널로 전달한다.
북한보다 한국의 경쟁력이 월등히 높은 것도 정신력보다는 시장이 전달하는 가격 시그널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이 열심히 일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본질은 가격 시그널이 한국 사람을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한다고 경제가 성장한다면 천리마운동과 대약진운동을 펼쳤던 북한과 중국이 1960년대에 이미 고도성장을 이뤘을 것이다.
우리 경제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삐걱거리는 곳에서는 예외 없이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가격 시그널도 보이지 않는다. 시장 규모가 크고 여러 나라 기업이 서로 경쟁하는 국제시장에서는 시장 기능이 작동되고 가격 시그널이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문제는 해외 기업의 경쟁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국내 산업이다. 교육, 의료, 운송 등의 서비스산업 그리고 전력, 가스, 열, 상하수도, 지하철, 철도, 도로 등과 같은 공익산업 등에서는 공기업 독점과 정부 규제가 경쟁을 가로막고 인위적인 공공요금 규제로 가격 시그널이 먹통이다. 요금 규제와 각종 복지제도, 지역 균형발전과 같은 정책적 목표로 공기업 적자가 쌓이면 결국 납세자에게 손을 벌린다. 수익자 부담 원칙이 무너진다. 시장과 가격 시그널이 작동하지 않고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돼 비용은 높아지고 국민 불만은 커지게 된다.
옛 소련 정부에서 못을 생산하는 공장에 연간 100t의 못을 생산하도록 목표를 할당했다. 이 공장은 1㎏짜리 못 십만개를 만들어 편하고 쉽게 생산 목표를 채웠다. 그러나 1㎏짜리 못을 도대체 누가 사용한단 말인가. 조선소에서나 사용하는 못을 쓸데없이 많이 만들어 자원을 낭비한 셈이다. 똑같은 일이 시장경제에서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1㎏짜리 못을 철물점에서 본 소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런 것을 도대체 누가 쓰냐면서 작은 못, 중간 못, 큰 못 그리고 나사못, 콘크리트못 등 다양한 못을 비치해야 한다고 주문했을 것이다. 철물점 주인은 1㎏짜리 못을 모조리 반품하면서 다양한 유형·규격·재질·기능의 못을 요구할 것이다. 우리는 이 철물점에서 못뿐 아니라 못에 대한 정보가 교환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보 교류를 통해 소비자 기호와 필요에 맞춘 새로운 제품이 생산된다. 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기술, 원료, 인력 등이 그 정보와 함께 교환되고 활용된다. 그것이 시장이다.
전공의들이 이른바 필수의료 분야인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를 기피하고 있는 것은 적정 의료수가가 책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야간에 택시가 사라진 택시대란도 타다·우버 등의 진입을 막고 택시요금을 규제한 결과였다. 30조원 규모의 한국전력 적자와 10조원 규모의 가스공사 미수금 때문에 두 회사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올려야 하는 이유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제대로 된 가격 시그널을 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쟁으로부터 차단된 국내 산업의 시장 기능을 하루빨리 되살려야 한다.
조성봉(숭실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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