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노조 회계 투명화, 공시시스템 검토하라”

김기찬 2022. 12. 2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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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노조 회계 감사는 전문 자격을 갖춘 회계감사원에 의해 1년에 두 차례 이상 실시해야 한다. 회계 감사 결과는 항목별로 정리해 공표된다. 또 조합원 1000명 이상 대기업 노조와 노총이나 산별노조 같은 연합단체는 재정 관련 서류를 조합원이 볼 수 있도록 비치해야 한다. 정부도 이를 활용해 재정 운용 상황을 점검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6일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노조의 자율과 자치를 해치지 않고,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제87조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노조의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금감원 전자 공시 시스템인 ‘다트(DART)’처럼 노동조합 회계 공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조 부패 방지와 투명성 강화가 우리 산업 경쟁력 강화와 노동자 복리증진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고 (실행) 계획에 임해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노조가 노동 약자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노노(勞勞) 간 착취 구조 타파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조원이 셀프 회계감사 못하게 선진국처럼 제도 바꾼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는 그동안 법에 명시된 노조의 재정 투명성 확보 방안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노조 내부 부패로 이어지도록 방치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장관은 “1987년 이후 양적으로 성장한 노조는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재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있으며 ‘깜깜이 회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노조가 그간 기업에 대해서는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실상 자기통제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노조가 노사 관계의 한 축인 기업을 상대로는 시위 등의 방법을 동원해 위력을 행사하며 압박하면서 정작 노조 스스로에 대해서는 치외법권화해 왔다는 지적이다.

이런 반성을 토대로 정부는 노조의 재정 투명성 관련 대책을 내놨다. 우선 조합원 1000명 이상 단위 노조와 연합단체 253개소(잠정)에 대해 재정 관련 서류 비치와 보존 의무를 이행하도록 안내하고, 조치 결과를 보고해 재정 운용 상황을 확인한다. 정부의 이 대책은 노동조합법 제14조에 명시된 사안이지만 사실상 사문화했다.

노조 회계 감사도 수술대에 올린다. 현행법(노조법 제25조)상 노조는 회계감사원에게 맡겨 6개월에 한 번 이상 회계 감사를 하고 그 내용과 결과를 전체 조합원에게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노조의 회계감사원은 대부분 노조 위원장이 지목하는 노조 내부 간부로 채워졌다. 선진국의 경우 예외 없이 외부인으로 회계감사원을 선임한다.

정부는 시행령을 고쳐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선출 방법을 구체화하고, 재정 상황 공표의 방법과 시기를 명시할 방침이다. 다만 노조의 경우 재정 투명성 관련 법을 어겨도 시정명령에 그치는 데다 이행하지 않아도 과태료 500만원에 처해지는 행정 제재뿐이어서 실효성은 의문이다.

또 정부는 노조의 재정 투명성 확보 방안 이외에 불합리한 노사 관행 개선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내년 2월부터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한다. 포괄임금 오·남용, 특정 노조 가입과 탈퇴 강요, 재정 운용 결과의 공개 거부 등 위법한 행위 전반을 대상으로 한다. 신고 사항이 사실로 확인되면 회사에 대해서는 근로감독을, 노조에는 시정명령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한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노조 회계 깜깜이 방지’ 법안에 이어 조만간 ‘노조의 부정선거 방지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조합원 300인 이상 노조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관리를 위탁하는 내용이다. 노조 선거를 둘러싸고 부정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노조의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개혁이 안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방안이다. 하 의원은 “노조의 부정선거는 노조 민주화와 조합원의 권익을 해치는 중대 범죄”라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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