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합의' 무너졌나…北무인기에 '정찰자산 투입' 맞대응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계속된 북한의 무력 도발에 빈사(瀕死) 상태에 놓였던 9·19 남북군사합의가 파기 위기에 몰렸다. 26일 북한 무인기가 5년 6개월 만에 우리 영공을 침범한 데 대응해 우리 군이 정찰자산을 이북 지역에 '맞불' 투입하면서다.
북한은 그간 수차례에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무력 도발을 벌여왔지만, 우리 군이 ‘상호 파기’에 해당하는 수준의 맞대응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정상회담을 통해 도출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로, 군사 분야의 합의 사항을 담고 있다. 상호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남북의 상호 의지가 합의서로 구체화한 건데, 특히 1조3항에는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을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동부지역 15㎞, 서부 지역 10㎞”로 설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북한 무인기는 경기 김포·파주 및 강화도 일대로 넘어와 이 중 일부는 서울 상공까지 진입했다.
7시간에 걸쳐 대한민국 영공을 휘젓고 다니던 5대의 무인기 1대는 북측으로 복귀했고, 4대는 우리 군의 탐지 레이더에서 사라지며 자취를 감췄다.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인 동시에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의 '상대방 군사 통제 아래 있는 지역과 인접한 해면의 상공을 존중한다'는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북한이 9·19 군사합의 위반에 해당하는 무력 도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 10월 13일 군사활동을 금지하는 해상 완충구역에 5차례에 걸쳐 총 560여발의 포탄을 발사하는 등 10월에만 네 차례에 걸쳐 9.19 군사합의 위반에 해당하는 무력 도발에 나섰다.
지난달 2일엔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발을 발사했고, 이 중 한 발이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에 탄착했다. 12월 5일과 6일에도 각각 동·서해 완충구역에 100여발의 포탄을 발사한 것 역시 9·19 군사합의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
북한의 계속된 합의 위반에 2018년 남북 정상이 뜻을 모은 ‘평화의 의지’는 이미 형해화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럼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가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문화된지 오래지만 형식적으로나마 9·19 군사합의를 유지하는 건 남북 화해 무드를 향한 마지막 희망의 끈으로 여겨졌고, 나아가 합의 파기를 선언하는 것 자체가 북한에 괜한 도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날 북한의 무인기 도발은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9·19 군사합의에서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한 군사분계선을 인근을 넘어 아예 대한민국 영공인 서울까지 침범했기 때문이다. 북한 무인기가 정찰 활동을 통해 우리 영토의 지리정보, 군사적 정보 등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항공당국은 이날 오후 합동참모본부의 요청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약 1시간 안팎으로 항공기 이륙을 중단했고, 해양경찰은 이날 오후 인천 앞바다에서 어선과 여객선을 안전 해역으로 이동 조치했다. 이날 무인기 영공 침범은 무력 도발의 수준을 넘어 사실상의 침략 행위에 해당하는 여파를 미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총장은 “무인기를 활용한 영공 침범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판단된다”며 “북한 무인기의 등장으로 인한 우리 측의 비행 중단 사례는 최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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