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 환자 95% 항문 보존… 바이오피드백으로 후유증 최소
40대 A씨는 얼마 전 건강검진 차 아내와 함께 받은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직장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항문이 암 위치와 가까워 제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소견을 듣고는 당혹스러웠다. 항문을 살리더라도 변실금 등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꽤 있다는 내용을 인터넷에서 본 뒤 마음은 더 불안해졌다.
누구나 A씨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걱정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최근의 직장암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항문을 살리는 쪽으로 수술이 이뤄진다. 또 바이오피드백 같은 수술 후유증 관리를 위한 재활 치료들도 일부 의료기관에 도입돼 있어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
대장은 소장의 끝에서 시작해 항문까지 연결되는 약 1.5m 길이의 소화기관이다. 직장암은 대장의 마지막 15㎝ 가량되는 부위에 생기는 암이다. 2019년 신규 발생한 대장암(2만9030명)의 40.7%(1만1828명)가 직장암이었다.
직장암의 근본적인 치료는 외과적으로 암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특히 다른 암과 달리 4기도 수술 가능하다. 1기인 경우 수술로 치료가 끝나지만 2~4기는 먼저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로 암을 줄인 뒤 수술하는 게 대부분이다. 직장암은 수술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직장 자체가 좁은 골반 안쪽에 위치해 시야 확보가 힘들고 주변에 전립선, 방광, 자궁, 질 등의 복잡한 장기가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암은 최대한 남기지 않고 제거하면서 성·배변 기능을 하는 중요 장기나 조직 손상은 최소화해야 하는 게 관건이다. 그래서 수술의 70~80%는 절개 상처가 적은 복강경으로 진행되고 최근엔 정밀한 로봇 수술이 늘고 있다.
아울러 직장암 수술을 앞둔 환자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항문 기능 보존 여부다.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대장항문외과 조현민 교수는 26일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직장암 수술은 항문(괄약근)을 없애고 배에 장루(인공항문)를 다는 게 대세였지만 수술과 치료법, 다학제 진료 등이 발전함에 따라 이제는 직장암 환자의 90% 이상이 항문을 보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항암·방사선요법을 선행해도 반응이 좋지 않고 주변 조직으로 암 침범이 심한 경우엔 어쩔 수 없이 항문괄약근을 도려내야 한다.
성빈센트병원 대장암센터는 1996년 세계 처음으로 복강경 항문괄약근 보존술을 성공하는 등 국내에서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직장암의 경우 먼저 항암·방사선 치료를 한 후 복강경 수술을 시행해 약 95%의 환자에서 항문을 살려내고 있다. 조 교수는 “암 부위가 항문과 아주 가까운 ‘초저위 직장암’ 수술에서 일반적으로 1㎝가 한계치로 여겨지는데, 우리는 0.5㎝의 괄약근만 남아있어도 성공적으로 항문을 보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직장암은 항문 보존에서 한 단계 나아가 수술 후 생기는 후유증을 얼마나 최소화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도 치료 성패의 중요한 척도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항문을 보존하는 수술을 받았다 하더라도 괄약근 기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환자의 60~90%는 변실금, 잦은 배변, 급박변 등의 발생 빈도가 높아져 심하면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후유증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선 항문괄약근 기능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이뤄져야한다. 또 이를 토대로 괄약근의 압력 유지에 도움되는 케겔(항문 조임) 운동, 바이오피드백, 약물치료 등이 따라야 한다.
특히 바이오피드백 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직장 내 압력이 작용하거나 항문괄약근이 수축·이완하는 과정에 만들어지는 생체신호를 모니터를 통해 육안으로 보면서 환자 스스로 괄약근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학습하는 훈련법이다. 실제 직장암 환자들의 수술 후 변실금 등 배변 기능 장애를 줄이는 효과가 국제학술지 발표를 통해 입증됐다. 조 교수팀이 항문 보존술을 받은 직장암 환자를 바이오피드백 시행군(21명)과 그렇지 않은 그룹(23명)으로 나눠 12개월 후 변실금 점수(CCIS) 및 항문·직장 압력검사 등을 활용해 배변 기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바이오피드백 시행군의 배변 기능 지표가 치료 받지 않은 그룹 보다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술 후 액체 변실금을 거의 항상 경험한다는 응답이 바이오피드백 비치료 그룹(56.5%)에 비해 치료군(47.6%)이 더 적었다.
바이오피드백은 특수하게 제작된 의자형 기계 장치에 앉아서 의료진의 감독 아래 한 번에 15~30분 정도 받는다. 조 교수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많이 할수록 좋듯이 바이오피드백 훈련도 자주, 오래할수록 도움된다. 비용도 1회당 1000원 정도여서 환자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성빈센트병원은 국내 대학병원급에서는 드물게 대장항문외과 내에 수술 후 배변 기능 변화를 진단할 수 있는 직장·항문 기능 검사실과 항문괄약근 상태 평가 장치, 바이오피드백 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 전담 간호 인력도 상주한다. 조 교수는 “수술 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인 배변 기능 악화를 제대로 평가하고 치료함으로써 직장암의 완치를 넘어 삶의 질까지 책임지고자 하는 것”이라며 “직장암은 수술과 함께 수술 후 관리까지 모두 케어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글·사진=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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