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갇힌 韓 관광객들에게 숙식제공한 美의사 부부

김현정 2022. 12. 2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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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에서 눈에 갇혀 오도 가지도 못하게 된 한국인 10명이 친절한 미국인 부부 덕분에 전화위복으로 잊지 못할 특별한 성탄을 보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캠파냐씨 부부와 한국인들은 미국 프로풋볼팀 버펄로 빌스가 시카고 베어스를 물리치는 것을 함께 지켜봤고, 손님들이 준비한 제육볶음과 닭볶음탕 등 맛있는 한식을 나누었다.

경기도 평택에서 미국으로 신혼여행을 온 최요셉씨(27)는 이들 부부와의 만남에 대해 "운명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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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방 3개 집에서 2박3일 보내며 한식도 즐겨"
집주인 "매우 즐거웠고 축복이었다…한국 방문할 것"
눈에 갇혀 이동을 못하게 된 한국인 관광객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한 캠파냐씨 부부(왼쪽)가 손님들과 함께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미국 뉴욕주에서 눈에 갇혀 오도 가지도 못하게 된 한국인 10명이 친절한 미국인 부부 덕분에 전화위복으로 잊지 못할 특별한 성탄을 보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이들의 놀라운 사연을 자세히 보도했다. 사연의 주인공인 치과의사 알렉산더 캠파냐씨(40)와 그의 아내 간호사 앤드리아는 뉴욕주 버펄로에서 평생 살아 이곳의 눈보라에 익숙했다. 이들은 냉장고에 음식을 비축해놓고 눈보라가 사라지길 기다리면서 집에서 조용한 크리스마스 휴일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23일 오후 2시, 이들의 계획은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와 함께 완전히 달라졌다. 워싱턴 DC에서 출발해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던 한국인 관광객 두 명이 도랑에 빠진 승합차 주변의 눈을 치우기 위해 삽을 빌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겨울 폭풍의 위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캠파냐씨는 삽을 빌려주는 대신 즉시 여행자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한국인 일행은 운전사 한 명과 관광객 9명 등 모두 10명이나 됐다.

캠파냐씨는 "우연히 여관 주인이 됐다"고 농담을 던졌다. 여성 7명과 남성 3명인 한국인들은 손님용 침실은 물론이고 소파, 침낭, 에어 매트리스까지 동원해 침실이 3개인 그의 집을 가득 채웠다. 한국의 한 여행사 투어를 통해서 모인 이들은 신혼여행을 온 부부, 인디애나에서 대학에 다니는 딸과 그의 부모, 친구 사이인 두 명의 대학생 등이었고, 이들 중 세 명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다.

알고보니 집주인 부부는 한식 팬이었다. 이들은 간장, 고추장, 참기름, 고춧가루는 물론 맛술에 이르기까지 한국 요리에 필요한 모든 양념을 준비해 두고 있어서 한국 손님들에게 놀람과 기쁨을 동시에 선사했다. 심지어 이 집에는 김치와 밥솥도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캠파냐씨 부부와 한국인들은 미국 프로풋볼팀 버펄로 빌스가 시카고 베어스를 물리치는 것을 함께 지켜봤고, 손님들이 준비한 제육볶음과 닭볶음탕 등 맛있는 한식을 나누었다. 특히 '굉장한 요리사'였던 인디애나 대학생의 어머니 덕분에 모두가 과식하게 됐다고.

경기도 평택에서 미국으로 신혼여행을 온 최요셉씨(27)는 이들 부부와의 만남에 대해 "운명 같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완비된 주방과 엄청난 환대를 받았던 일을 행운으로 여겼다. 또 그는 "캠파냐씨 부부는 지금껏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캠파냐씨 역시 예상치 못한 손님이 반가웠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즐거운 시간인 동시에 독특한 축복이었다"며 "우리는 결코 이 일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 경험 덕분에 부부가 한국 방문을 계획하는 데 영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25일이 되어서야 눈이 그치면서 제설작업이 이뤄졌고, 관광객들은 뉴욕시로 떠났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이번 주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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