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이 남긴 몇 가지 의문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이 화제 속에 종영했다. 25일 방송된 마지막회 시청률은 26.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올해 가장 높은 시청률 기록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게시판과 각종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결말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2회부터 15회까지 이어진 진도준(송중기)의 활약이 윤현우(송중기)의 꿈으로 밝혀졌기 때문. 한 회 만에 모든 문제를 정리하는 전개도 어색했고, 새로 등장한 설정 역시 설명이 부족했다. 드라마가 끝나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 몇 가지를 정리했다. (기사에 ‘재벌집 막내아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윤현우는 어떻게 진도준에 대한 기억만 잃었나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재벌집 막내아들’ 15회 마지막 장면에서 진도준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에 윤현우가 공범으로 개입됐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반전이었다. 이미 드라마 초반부 윤현우가 ‘4-2’라 불리는 진도준에 대해 왜 기억하지 못하는지 떠올리려 애쓰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윤현우가 진도준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를 그가 순양그룹에 입사하기 전에 사망했거나 마주치지 않아서, 그룹에서 언급도 되지 않는 인물이라 몰랐던 것처럼 시청자를 설득했다.
새로운 설정이 등장하며 이야기는 달라진다. 16회에서 윤현우는 갑자기 진도준에 대해 아주 선명한 기억을 떠올린다. 자신이 왜 그 사건에 연루됐고, 누구의 지시였는지, 통화 녹음 파일을 어디에 보관했는지까지 기억한다. 일주일 동안 꾼 참회의 꿈속에서 윤현우는 미래 일어날 일들을 모두 알지만, 진도준 관련 기억만 잊은 것으로 보인다. 초반부에 부족한 정보를 주고, 후반부에 반전으로 이용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억이 마지막에 사건을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쓰이는 건 다르다. 최소한 진도준에 대한 기억만 잃은 것이 일종의 꿈의 규칙이었단 걸 깨닫는 장면이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진도준과 미라클은 어떻게 성장했나
어디까지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까. ‘재벌집 막내아들’ 16회에서 진도준으로 산 17년이 윤현우가 일주일 동안 꾼 꿈이란 사실이 밝혀진다. 윤현우가 돌아온 현실에선 이미 사망한 진도준이 실제 어떤 인물이었는지 자세히 다뤄지지 않는다. 몇 가지 힌트는 있다. 진도준이 진양철(이성민) 회장이 사망한 후 순양그룹 후계자 구도에서 유력한 후보였다는 사실, 오세현(박혁권) 대표와 미라클을 함께 운영했다는 사실, 서민영(신현빈) 검사와 결혼할 정도로 깊은 사이였다는 사실 등이다. 확실치 않은 사실도 많다. 실제 진도준이 과거로 회귀한 윤현우가 대신 산 인물이었는지, 미래를 예측해 다양한 계획을 세웠는지, 미래 정보 없이도 뛰어난 경영 능력을 선보인 인재였는지 추측만 할뿐 알 수 없다.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진도준에 대해 공개된 정보가 적으니, 시청자 입장에선 15회까지 지켜본 사건들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어렵다. 그냥 넘기기엔 윤현우가 진도준으로 살았어야 가능한 일들이 많다. 진도준이 순양그룹 후계 구도에서 우위에 설 수 있었던 것, 미라클을 국내 유력 투자회사로 성장시킨 것엔 윤현우의 공이 크다. 실제 진도준의 능력이 대단했더라도, 장자 승계가 원칙인 순양그룹에서 막내아들로 이 정도 성과를 내려면 더 긴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점은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흥미롭게 지켜본 이유이기도 하다. 애초에 미국에서 오세현을 만나 미라클을 설립한 것, 서민영 검사와 인연을 이어간 것 역시 윤현우가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의도적으로 시도한 일이기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
비자금 7000억원은 어디에 잠들어 있었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가 많다. ‘재벌집 막내아들’ 15회에서 진도준은 이항재(정희태) 비서실장에게 받은 순양그룹 비자금 7000억원을 전액 기부한다고 발표한다. 현실로 돌아온 16회에선 그 비자금이 그대로 순양마이크로에 잠들어 있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꿈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설정은 없지만, 진양철 회장이 가족에게도 비밀로 하며 은행 금고에 보관할 정도로 귀중하게 여긴 순양마이크로 장부가 뜬금없이 윤현우 앞에 나타난 건 믿기 힘든 일이다. 7000억원이 20년 동안 조금도 늘어나지 않고 그대로 있는 설정 역시 어색하다.
또 진도준이 힘들게 사들인 순양물산과 순양그룹 계열사 지분의 행방도 묘연하다. 사망 후 가족에게 넘어갔을 확률이 높지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드라마는 그리지 않는다. 오세현 회장이 10년 전 순양그룹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는 말도 어떤 의미인지 알기 어렵다. 진도준이 사망한 20년 전부터 수목원에 틀어박히기 시작한 10년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드라마는 설명하지 않는다. 서민영 검사의 태도도 이상하다. 과거 결혼까지 생각했던 진도준 사망 사건 공범이 윤현우인 것을 알고도 그에 대한 호감도는 떨어지지 않는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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