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탈퇴" 69% 찬성에도 탈퇴 못하는 포스코 노조, 왜
민주노총 탈퇴 투표로 시작된 포스코 노동조합 사태에 정부가 개입 의사를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6일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탈퇴를 방해한 포스코지회와 관련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동위원회 의결을 통해 시정명령 등 필요한 행정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다. 이 장관은 “조합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노조의 가입이나 탈퇴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이 언급한 포스코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불발’ 사태는 지난달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포스코지회는 지난달 3~4일 기업노조로 전환한다는 내용으로 조직 형태 변경 투표를 진행했다. 이 안건에 대한 찬성률은 66.86%로 승인됐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투표 공지기간(7일)을 지키지 않았다며 노조 전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포스코지회는 같은달 18일 2차 투표를 공고하고, 28~30일 2차 투표를 했다. 이번엔 찬성률 69.93%로 안건이 통과됐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철강 제품 운반이 막힌 포스코는 큰 손해를 봤고, 이런 분위기에서 2차 투표가 진행되면서 1차 때보다 찬성률이 높았다.
하지만 고용부 포항지청은 이번엔 총회 소집 자격이 없는 조합원이 임의로 총회를 열어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이유에서 신청을 반려했다. 금속노조가 1차 투표 공고 직후 포스코지회 지회장 등을 제명한 상태여서다.
노조 임원 부재로 총회조차 열 수 없게 된 포스코지부는 지난 20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나섰다.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현재는 비대위를 구성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구성을 통해 새로운 노조 지도부가 꾸려지면 노조 전환 안건을 놓고 또다시 조합원 투표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금속노조에서 제명된 포스코지회 임원과 대의원은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노동자의 뜻을 반영해 조직 형태 변경을 했다는 사유로 노조에서 해고한다는 건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노동단체가 아님을 증명한 것”이라며 “금속노조는 법 위에 군림하는 단체인가”라고 비판했다.
고용부 포항지청의 반려 판정 이후 노조 탈퇴 절차가 지나치게 경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장관은 “조합원 총의로 조직 형태를 변화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렇게까지 하는 것이 자주적인 단결권을 보호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 노동위원회 의결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내년 2월부터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특정 노조 가입·탈퇴 강요, 재정 운영 결과 공개 거부 등 노동법 위반 의심 사례에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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