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온도 낮추고, 해외출장 자제령까지 “내년이 더 걱정이라서"
삼성전자가 매서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4분기 실적에 ‘찬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들어가면서다. 당장 다음 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소비자가전쇼(CES) 2023’ 출장단 규모를 줄였다. 최근 있었던 글로벌 전략회의도 그동안 해외 법인장들이 국내에 입국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비대면으로 참석했다. 전사적으로 ‘해외 출장 50% 축소’ 지시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법인카드로 골프비용 결제 자제령에, 사무실 난방온도를 기존보다 1℃ 낮추는 등 대대적으로 마른 수건을 다시 쥐어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임원과 팀장에 배정된 예산을 각각 50%, 30% 삭감했다. 사내 인트라넷엔 자기계발 비용과 차량 지원비 등 복리후생비와 활동비, 업무추진비 등을 줄인다는 공지가 게시됐다. LG전자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주도로 ‘워룸(전시상황실)’ 가동을 본격화했다. 사내 각종 비효율을 제거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게 목표다.
국내 대기업들이 이렇게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앞으로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는 7조39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46.66%) 급감했다. 일부에선 6조원대로 예상하기도 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4분기 예상 매출은 74조3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1% 감소했다.
문제는 기초 체력도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231조76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기 28조7275억원 늘고, 자산도 59조8577억원 증가했지만 내실은 빈약했다. 같은 기간 부채는 11조7169억원 늘었다. 특히 재고자산은 15조9354억원어치 늘어나고, 이자비용도 두 배 이상으로 불었다.
SK하이닉스는 더 힘든 상황이다. 4분기에 영업적자 6430억원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분기 적자를 기록하면 2012년 3분기 이후 약 10년 만이 된다. 매출은 8조7815억원으로 전년 동기 29.05%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총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해 16조2680억원 늘었다. 재고자산은 같은 기간 64% 증가했다.
국내 수출의 20%를 맡고 있는 두 대표 기업뿐만이 아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기업들은 최근 1년 새(3분기 기준) 총부채와 이자 부담이 각각 4.4%, 22.3% 증가했다. 국내 1612개 상장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특히 이들 기업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같은 기간 72.4→81.4%, 18.9→19.4%로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치다. 덩치(매출)는 19% 늘었는데 체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내년 전망은 더 잿빛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내년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8.5였다.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전망이 더 많다는 의미인데, BSI는 올 4월부터 10개월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특히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은 최근 27개월 새 가장 낮은 77.8를 기록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며 수출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내수마저 얼어붙는 복합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은 앞다퉈 내년 목표 실적을 하향 조정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며 “기업에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내는 기업가정신이 필요하고, 정부는 선제적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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