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원톱에 장르·힐링물 동시 선전…예능계는 짝짓기 홍수
올해도 수많은 드라마·예능 콘텐트가 각종 플랫폼을 넘나들며 시청자를 울리고 웃겼다. 지난해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은 지난 9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황동혁)·남우주연상(이정재)을 비롯해 6관왕에 오르며 K드라마의 위상을 떨쳤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에 힘입어 소재도, 형식도 한층 다양해진 드라마 시리즈들이 제작됐고, 저마다 크고 작은 성과를 거뒀다. 예능계는 지난해부터 시동이 걸린 ‘연애 예능’ 열풍이 정점을 찍은 가운데, 여러 기대작 및 예능계 아이콘들은 희비가 엇갈리는 한해였다.
똑바로 봐도 거꾸로 봐도 '우영우’
작품성으로 보나 시청률·화제성으로 보나, 올해 가장 우뚝 섰던 드라마는 단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다. ENA라는 신생 채널에서 방영되는데다 톱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도 아니라 1회 시청률 0.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미미하게 출발했지만, ‘재미있다’는 입소문 하나로 안방극장을 평정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17.5%까지 치솟았다.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변호사 우영우(박은빈)가 대형 로펌에 취직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는 법정 드라마로서의 쾌감을 선사한 건 물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뒤집으며 장애와 능력주의, 공정성을 둘러싼 사회적 공론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사랑스러우면서도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던지는 ‘우영우’의 미덕은 세계적으로도 통해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순위(비영어 드라마 부문)에 21주간 머물렀고, 세계 57개국에서 10위권 안에 랭크되는 기록을 세웠다. 드라마는 미국·일본·중국 등 수십 개국에서 리메이크 제안을 받았고, 국내 제작사가 작품의 IP(지적재산)를 온전히 보유한 덕에 뮤지컬 등 다양한 콘텐트로의 확장도 예정된 상태다.
주연 배우 박은빈은 한국갤럽이 조사한 ‘올해를 빛낸 탤런트’ 1위에 올랐고, 작품은 미국 크리틱스초이스어워즈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 부문 후보에 올라 ‘오징어 게임’의 뒤를 이어 해외에서 수상의 영광을 이어갈지도 주목된다.
여전한 K드라마 화두…'계급·복수·범죄’
지상파·케이블 채널과 OTT 등에서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쏟아졌지만, 두각을 드러낸 건 주로 범죄와 복수, 폭력을 동반한 핏빛 작품들이었다. 지난해 ‘지옥’ ‘D.P’ 등의 장르물로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넷플릭스는 올해 ‘안나라수마나라’ ‘글리치’ ‘블랙의 신부’ 등으로 장르 다변화를 시도했지만, 마약 범죄를 다룬 ‘수리남’, 소년범죄를 주제로 한 ‘소년심판’ 정도가 인기를 끄는 데 성공했다.
토종 OTT가 내놓은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서도 유의미한 성적을 거둔 작품은 ‘안나’(쿠팡플레이), ‘몸값’(티빙), ‘약한영웅 Class1’(웨이브) 등 폭력과 살인이 가미된 이야기들이었다. 세부 소재와 설정은 제각각이지만, 강한 몰입감을 자아내는 장르물이 여전히 K드라마의 강점임을 보여줬다. 하반기 인기를 끈 드라마 ‘작은 아씨들’(tvN), ‘재벌집 막내아들’(JTBC) 역시 스릴이 깔린 전개를 바탕으로 돈과 계급을 둘러싼 욕망을 풀어내 대중을 사로잡았다.
‘무해’한 드라마들의 조용한 선전
자극적인 장르물과는 정반대의, ‘무해한’ 매력을 지닌 드라마들의 선전도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우리들의 블루스’, SBS ‘사내맞선’ 등은 화려한 액션이나 피 끓는 범죄 요소 하나 없이 유쾌하거나 잔잔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 시청률 10%를 웃돌았다. JTBC ‘나의 해방일지’는 시청률은 5~6%대를 맴돌았지만, ‘날 추앙해요’ 등 일상에 지친 이들의 공감을 산 명대사와 ‘구씨’ 열풍을 일으키며 높은 화제성을 보였다.
연애 예능 범람 속 희비 갈린 기대작들
올해 예능 트렌드는 ‘연애 프로그램 대홍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연애 예능이 쏟아졌다. 이혼한 커플의 재회부터 동성애, 사내 연애 등 각종 형태의 사랑을 다루는 예능이 거의 모든 채널에서 제작돼 그 숫자만 30여개에 달했다. 하지만 뚜렷한 호응을 얻은 건 ‘환승연애2’(티빙)와 ‘나는 솔로’(ENA, SBS Plus) 정도였다.
두 프로그램은 각각 다른 결로 연애의 현실적인 측면을 보여주며 ‘과몰입’을 유발해 성공했지만, 이밖의 대다수 연애 예능은 무관심 속에 사라지거나 과도한 선정성으로 뭇매를 맞았다.
오디션, 음악 경연 프로그램도 꾸준히 제작됐지만, 최대 기대작이었던 ‘스트릿 맨 파이터’(Mnet)는 시작부터 제작진의 성차별적 발언이 논란을 빚는 등 각종 구설 끝에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엔데믹과 함께 돌아온 여행 예능 중에서는 나영석 PD가 선보인 ‘뿅뿅 지구오락실’(tvN)이 이은지·미미·이영지·안유진 등의 신선한 조합과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구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여전한 아이콘 '유재석'…그리고 뜨고 진 별들
이밖에 여러 예능이 시도됐지만, 시청자 사랑을 꾸준히 받은 프로그램들에는 여전히 국민 MC 유재석이 빠지지 않았다. 그가 출연 중인 ‘유 퀴즈 온 더 블록’(tvN) ‘놀면 뭐하니?’(MBC) ‘런닝맨’(SBS) 등 3편은 TV 화제성 지수 10위권에 줄곧 포함됐다. 유재석은 한국갤럽이 매년 연말 조사하는 ‘올해를 빛낸 예능인’에서 52% 응답을 얻어 11년 연속 1위에 올랐다.
그런가 하면 올해 예능계에서는 34년 동안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한 국내 최고령 MC 송해가 지난 6월 별세하는 비보도 있었다. 송해의 후임으로는 젊은 여성 코미디언 김신영이 낙점되며 다음 세대를 이끌 국민 MC로 주목 받았다.
올 한해 각종 솔루션 예능에 출연하며 ‘국민 멘토’로 자리매김한 오은영 박사는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 아동 성추행 방임 논란에 휩싸이며 씁쓸한 연말을 맞게 됐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관찰 예능이 점점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문제는 내년도 방송계에도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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