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벗었다"vs"시기상조"…마스크 해제 시민 찬반 팽팽

정부 단계적 '권고' 조정 발표 후 반응은
"피로감 지속" "실효성 없어" 찬성
"완전한 감소세 아냐" 반대 의견도

정부가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단계를 단계적으로 해제해 '권고'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다. 몇 년 동안 지속된 실내마스크 의무화로 피로감이 심해진 탓에 마스크 착용을 해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는 한편 코로나 확산 추세 등을 이유로 아직 해제는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지난 23일 서울 시내 한 서점에 마스크 착용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26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3일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안을 발표하면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의 기준이 되는 지표 4가지를 제시했다. 코로나19 환자 발생 추세가 7차 유행 정점을 지나 안정화하고 위중증·사망자 추세가 정점을 지나 감소세에 진입하면서 의료대응 역량이 안정되게 유지될 때 단계적 권고 조정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지표는 ▲환자 발생 안정화 ▲위중증·사망자 발생 감소 ▲안정적 의료대응 역량 ▲고위험군 면역 획득 등으로, 이 4개 지표 중 2개 이상이 충족될 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논의를 거쳐 1단계 의무 해제를 진행할 방침이다.

그러면서 ▲주간 환자 발생 2주 이상 연속 감소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 전주 대비 감소·주간 치명률 0.10% 이하 ▲4주 내 동원 가능 중환자 병상 가용능력 50% 이상 ▲동절기 추가 접종률 고령자 50%·감염취약시설 60% 이상 등 참고치를 제시했다.

"피로감 지속" "실효성 없어" 등 '해제 찬성'

이 같은 결정에 기대감을 보이는 시민들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마스크 착용 기간이 오래 지속되면서 피로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회사원 박모씨(31)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마스크를 끼고 일한 지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르겠다"며 "날이 추워지니 히터를 틀어 답답하고, 여름엔 땀도 나서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오래 쓰기도 했고, 이제 예전만큼 심각한 상황이 아닌지라 자율에 맡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의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초등생 아이를 둔 김모씨(45)는 "마스크를 꾸준히 쓰고도 결국 우리 부부와 두 아이 모두 지난 1월 코로나에 걸렸다"며 "온 가족이 걸리고 실외마스크 착용까지 해제되면서 사실상 써야 하니까 쓰는 것이지 마스크로 인한 방역 효과를 느끼지는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미 가족들끼리 외출할 때 식당에 들어가기 전까지 벗고 있다가, 들어가고 나서 바로 벗는 데 의미가 있나 싶다"고 덧붙였다.

"완전한 감소세 아냐" 반대 의견도

그런가 하면 완전한 감소세로 접어든 것이 아닌 만큼 아직 이르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주부 윤모씨(50)는 "확진자가 적어졌다가도 금방 다시 늘어나곤 하는데 아직 실내까지 해제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결정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이 지난해 코로나에 걸리시고 많이 힘들어하셨다"며 "재감염될 위험도 있고, 아직 마스크를 벗기엔 걱정이 크다"고 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이날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한파의 영향이라면서 유행 감소세가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이날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몇 번의 변화로 감소세가 시작됐다고 얘기하기는 아직은 어렵다"며 "날이 너무나 차가워 사람들 움직임이 적어지면서 감염의 전파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한두 달간 유행이 계속돼왔기 때문에, 이제는 어느 정도 선에서 정점을 확인하고 거기에 머물거나, 아니면 조금 내려가면서 안정 추세로 갈 때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확진자 수는 사흘째 전주 대비 감소하고 있다. 지난 23일 6만6211명, 24일 5만8448명, 25일 2만5545명 등 모두 전주 대비 줄었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