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선 고성, 당사에선 농성... 꼬여만 가는 노동현안

박소희 2022. 12. 26. 1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조법 개정 촉구 단식농성자들 민주당사 점거... 국힘 결사반대에 법안 심사조차 난망

[박소희 기자]

 26일 오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 중인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자 유최안 씨가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2022.12.26
ⓒ 연합뉴스
[기사 보강: 26일 오후 5시 55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을 기다리며 20일 넘게 곡기를 끊은 노동자들이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26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세 번째 소위 심사에 돌입했지만 여당의 '결사 반대' 태도가 굳건한 상황이다.

이날로 단식 27일차에 접어든 유최안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유성욱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선조선하청지회 사무장,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단식 22일차인 정용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이재명 당대표와 만나게 해달라'며 국회 앞 민주당 당사에 진입했다. 함께 단식해온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건물 밖으로 밀려났다가 그 앞에서 항의 농성 중이다. 

이들은 민주당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거제통영고선조선하청지회는 농성자들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국회는, 특히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가 끝나고 임시국회마저 다 끝나갈 때까지 7대 핵심법안으로 정해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던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환경노동위 법안소위조차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국민의힘 탓하지 말고 여론 핑계대지 말고 제대로 개정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단식농성자들, 민주당사 점거... "국힘 탓하지 말고 노조법 개정하라"

하지만 몇 시간 뒤 열린 국회 환노위 고용법안심사소위에서 국민의힘 간사 임이자 의원은 고성까지 질러가며 노조법 2·3조 논의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는 회의 시작 전부터 환노위 관계자들에게 "안건 상정 합의도 안 하고 이렇게 막 올려놓는가", "누구랑 협의했는가"라며 따졌고, 개의 직후 의사진행발언권을 신청해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간사 김영진 의원을 대신해 소위원장을 맡은 윤건영 의원이 "상정하고(나서)"라며 말린 뒤에도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잠시 후 발언권을 얻은 임 의원은 "국회법 제49조 제2항에 따라 안건을 상정할 때는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 하에 할 수 있도록 돼 있고, 될 수 있으면 합의하도록 돼있다"며 "그러나 근기법(근로기준법)과 노조법 일부개정안에 대해서 간사 간 충분한 합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근기법은 찬성했고, 노조법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며 "그럼에도 이렇게 안건 상정을 해서 올리는 데에 대해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의 발언에 반박하고 있다. 2022.12.26
ⓒ 연합뉴스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내가 필요한 것만 다루겠다'는 이중잣대에 유감을 표하는 바"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국민의힘에서 첫 소위 때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함께 논의도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두 번째 소위 때는 참석을 했고, 지금 세번째 소위"라며 "의원 간의 이견을 포함해서 수정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되는 것이 국회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의원이 국민의힘 태도를 비판하자, 임 의원은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이수진 의원 : "(여당은) 마치 '통과시켜봐라. 통과시켜도 법사위에서 막을 거고 앞으로 또 정부에서도 안 할 거다.' 이런 식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
임의자 의원 : "누가 그렇게 말했다고 하나! 함부로 말하지 마시라!"

이수진 의원 : "임이자 간사가 발언할 때, 말이 안 되는 내용이라도 저는 조용히 있었다. 그런데 '본인 마음에 든다, 안 든다'고 이건 상정하고, 이거는 상정하지 마라? 그거야말로 국회에서의 폭력이다. 그리고 30인 이하 사업장에 추가 연장근로시간 8시간(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의 연장)을 요구하는데, 그거는 거기 해당되는 노동자들 허락은 받고 하시는 건가? 그리고 이제 와서 (유예기간) 4년이 지났는데, 그것도 아무 문제 없었으니까 11월까지 아무 말 안 한 것 아닌가?"
임이자 의원 : "아니 지금 언제부터 얘기했는데 왜 자꾸 무슨 사실을 호도하고 그러시나! 진실만을 얘기하시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2.26
ⓒ 연합뉴스
 
"국회가 근로기준법 회피? 노조법도 회피해선 안 돼"

두 사람의 날선 공방 탓에 분위기가 과열되자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중재에 나섰다. 다만 그는 "어떤 분들은 20년 넘게 묵혀졌다고 하지만, 그만큼 난해하고 어렵다. 또 민주당 의원 사이에서도 의견 차이가 많은 법안인데 하다못해 민주당 안이 무엇인지 우리가 알고 논의해야 하지 않겠냐"며 "대신 일몰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조속히 연장해주고 노동약자 등을 위해 더 나은 제도를 보완하는 노력이 아울러 필요하지 않나"라고 정리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똑같은 논리로 노조법도 제대로 심사하자고 반박했다. 그는 "법 개정을 위한 논의는 당연히 해야 된다"며 "김형동 의원이 그동안 일몰법을 국회가 회피해왔다고 했지만, 노조법도 국회가 회피해선 안 된다. 취사선택해서 법률을 볼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 역시 "벌써 하청노동자들이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한 지 오늘로 25일을 지나고 있다"며 "더 이상 입법자들이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오후 4시 37분, 임이자 의원이 회의장 밖으로 나왔다. 10분 뒤 나온 이수진 의원은 "1시간 반 정도 근로기준법 관련 논의가 있었다"며 "정말 유감스럽게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인들이 하고 싶어했던 논의만 하고 퇴장해버렸다"고 설명했다. 5시 5분쯤 속개됐던 회의는 10여분 뒤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임이자 의원은 "노조법은 저희가 반대하니까, 반대 의사만 말씀드리고 나왔다. 근로기준법 의결해준다고 하면 언제든지 또 온다"며 자리를 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