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치러 서울서 부산 갔다" 연말 트렌드 역행한 회사에 분통
#1. LG전자 직원 A씨는 지난 24일부터 9일간 휴가를 냈다. 이 회사는 종무식을 열지 않고 12월 마지막 주에 연차를 쓰도록 독려하고 있다. A씨는 “세부에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딸 계획”이라며 “자격증 따는 게 5일 코스라 이동과 휴식시간을 고려하면 평소엔 엄두를 못 냈는데 이번 휴가 덕분에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2. 최근 롯데온 모든 임직원 1000여 명의 집으로 소주·맥주와 견과류·육포 등으로 구성된 ‘홈술키트’가 배달됐다. 지난 22일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으로 열린 온라인 종무식을 위해서다. 재치 있는 삼행시 짓기로 경품을 주거나 회사 뷰티 서비스를 소개해 반응이 뜨거웠다. 나영호 대표는 ‘게임 체인저’란 건배사로 건배를 제의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이 ‘각양각색 연말’을 보내고 있다. 최근 수년 새 대형 강당에서 열리던 종무식이 사라지면서 일찌감치 종무를 선언하고 임직원에게 연차 휴가를 몰아 소진하도록 권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엔 ‘줌·메(메타버스) 송년회’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22일 ‘업무 종료’…최대 열흘 쉬기도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연말 연차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일 재계 총수 중 가장 먼저 신년사를 내놓기도 했다. LG생활건강도 지난 22일 ‘2022년도 업무 종료’를 선언했다. 새해 업무가 시작되는 다음 달 2일까지 전사적으로 휴가를 권장한다. 임직원들은 주말을 포함하면 최장 열흘을 쉴 수 있다.
삼성전자도 종무식은 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 실적 악화로 임직원 하반기 성과급도 줄인 만큼 따로 휴가를 독려하진 않고 조용히 연말을 보내고 있다. SK하이닉스 등 SK그룹 계열사도 종무식 없이 12월 마지막 주에 업무 없는 사람들에게 남은 연차 소진을 장려하고 있다.
유통 기업들도 연차 소진을 장려한다. 이마트·SSG닷컴, CJ온스타일 등은 마지막 근무일인 30일엔 연차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메타버스서 아바타 모임…랜선 바자회도
온라인에서 송년 분위기를 내는 곳도 있다. LG CNS 정보기술연구소 직원들은 지난 22일 가상공간 메타버스에 각자 산타·슈퍼맨·좀비 같은 자신의 아바타로 모여 올해 마지막 모임을 했다. 그간 월 1회 열리던 정보공유회를 송년 인사를 겸하는 자리로 바꿔 서로 덕담을 나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지난 16일 일찌감치 온라인 송년회를 열었다. 일부는 사무실에 나왔지만 수십 명이 사무실과 집에서 동시 접속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인사를 했다.
G마켓은 지난 22일 줌으로 ‘랜선 바자회’를 열었다. 스피커·공기청정기·향수·위스키 등 임원들이 기부한 물품을 직원들이 경매로 구매하고 모금액을 결식 아동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추신수 선수의 사인이 들어간 SSG랜더스 모자가 가장 인기였다고 한다.
송년회를 문화 생활이나 타운홀 미팅 등으로 대체하는 곳도 늘었다. B대기업 한 부서 직원들은 지난 21일 뮤지컬 ‘영웅’을 보며 문화 송년회를 즐겼다. 반도체장비 업체 원익아이피에스는 26일 송년회를 팀별 조직문화를 공유하는 ‘컬쳐 페어(Culture Fair)’로 열었다. 11번가는 지난 22일 연 타운홀 미팅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여전히 전통적인 종무식을 여는 곳도 있다. 부산에 본사를 둔 C기업은 최근 종무식을 위해 서울지사 직원까지 불러 모았다. 한 직원은 “다른 기업들은 휴가 간다는데 왜 우리만 아직도 박수 치러 불려가야 하나”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백일현·박해리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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