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옥' 의붓딸 성추행 논란…경찰, 진술 분석가 투입한다

김준희 2022. 12. 26. 17: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한 장면. 사진 MBC 화면 캡처


"아동 진술 신빙성 판단…보호자 입장도 감안"


MBC 예능 프로그램인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에서 불거진 의붓딸 성추행 의혹을 조사 중인 경찰이 해당 아동의 정확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진술 분석 전문가 도움을 받기로 했다. 또 편집 전 방송 원본도 확보할 계획이다.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26일 "결혼지옥 관련 아동 성추행 신고가 접수돼 현재 의붓아버지에 대해 입건 전 조사 중"이라며 "성범죄는 피해자 처지를 가장 중시할 수밖에 없어 아동 의견을 들어보고 친권자인 보호자 상황도 충분히 고려해 입건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거 '내사'로 불리던 '입건 전 조사'는 경찰이 정식 수사로 전환하기 전 자체 조사를 하는 것으로 지난해 8월 경찰청이 '경찰수사규칙'을 개정하면서 용어를 바꿨다.

경찰 측은 "피해자 가족이 언론 노출을 원치 않아 아동과 부모를 참고인 조사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아동을 최대한 배려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피해자가 아동인 데다 친모가 보호자인 동시에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아내여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 여부를 가릴 아동 의사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경찰은 "해당 아동이 의사 표현을 못 할 정도로 어린 나이가 아니다"며 "외부 진술 분석 전문가 도움을 받아 아동 진술이 (보호자에 의해) 오염됐는지, 실제로 아동 의사가 맞는지를 구별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진술 분석 전문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아동 또는 장애인 피해자 인지·발달 수준을 파악해 조사와 질문 방법 등을 수사관과 협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피해 조사 시 모니터링·면접 등을 통해 피해자 행동·진술을 분석, 진술 신빙성 관련 의견서를 수사 기관에 제출한다.

지난 19일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이후 홈페이지 게시판에 "아동 성추행이자 학대"라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 MBC 홈페이지 시청자소통센터 게시판 캡처


경찰 "편집 전 원본도 확보할 방침"


경찰은 MBC로부터 편집 전 원본도 확보해 위법성을 따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방송에 나온 게 전부가 아니어서 당시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전체적인 맥락을 확인해 봐야 한다"며 "단순히 시청자가 반발하고 방송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의붓아버지를) 입건하면 가정이 파탄 날 수 있기에 여론과 별도로 신중히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결혼지옥에서는 전북에 사는 한 재혼 가정 남성이 일곱 살 의붓딸과 놀아주면서 '가짜 주사 놀이'라며 딸 엉덩이를 손으로 찌르고, 딸이 거부하는데도 꽉 끌어안은 채 놔주지 않는 장면이 방영돼 논란이 일었다. 아내가 이를 말렸지만, 의붓아버지는 "딸에 대한 애정 표현"이라며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방송 직후 MBC 게시판에는 "아동 성추행이자 학대"라는 시청자 민원이 쏟아졌다.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의견도 많았다. 김영식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논란이 된 '결혼지옥' 20회(12월 19일 방송)에 대한 민원은 지난 22일까지 모두 3689건 접수됐다. "아동 성추행 관련 방송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민원이 다수였다.

논란이 커지자 MBC는 지난 21일 "부부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가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도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교육적 지적과 설명을 많이 했음에도 5시간이 넘는 녹화 분량을 80분에 맞춰 편집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제가 마치 아동 성추행을 방임하는 사람처럼 비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아이다.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제가 도움될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