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확률 '더블 블로킹' 뭐길래…한반도가 거대한 냉동고 됐다
26일 강원 일부 지역의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등 강력한 한파가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7.9도를 기록했고, 체감온도는 -12.3도까지 떨어졌다. 강원 평창(면온)은 기온이 -21.7도까지 내려갔다. 강원 대부분 지역을 포함해 중부 곳곳에는 한파 경보가 내려졌다.
이번 한파는 1973년 전국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강력하다. 한파가 절정이었던 23일 강원 대관령의 평균 온도는 -17.9도로 12월 일 평균기온 기준으로 7번째로 낮았다. 서울 역시 -11.8도를 기록하면서 12월 중에서 9번째로 추운 날로 기록됐다. 지속 기간도 이례적으로 길었다. 지난 14일에 서울의 기온이 -11도까지 떨어진 이후, 21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10도 안팎의 강추위가 이어졌다.
더블 블로킹이 만든 역대급 한파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한반도에 찬 공기 폭탄을 투하한 더블 블로킹 현상은 24일을 전후로 해소됐다”면서도 “떨어진 찬 공기는 여전히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기온은 조금씩 오르면서 연말쯤에 평년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블 블로킹 한파, 더 춥고 4배 길어
보통의 한파는 지속 기간이 2.7일로 전형적인 ‘삼한사온(三寒四溫,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하다)’ 형태를 보였다. 반면, 우랄 블로킹 한파와 오호츠크 블로킹 한파는 각각 3.6일, 5.1일로 추위가 더 길게 이어졌다. 특히, 두 개의 블로킹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더블 블로킹 한파는 지속 기간이 11.8일로 보통 한파보다 4배 이상 길었다. 평균 기온 역시 -6.3도로 보통 한파(-3.8도)보다 2.5도 낮았다. 더블 블로킹 한파의 빈도는 2.4%(4번)로 드물게 나타나지만, 한번 발생하면 위력과 지속기간 모두 역대급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안중배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마치 쌍끌이 어선이 물고기를 잡는 것처럼 한반도 양쪽에서 두 개의 블로킹이 북쪽의 찬 공기를 끌어내리다 보니 추위가 더 강하고 오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뜻한 겨울에도 블로킹 한파 강한 이유
안 교수는 “온난화가 되면 북극에서 찬 공기를 모으는 능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남북으로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요동치면서 블로킹이 잘 발생해 북반구의 어떤 지역은 매우 춥고, 어떤 지역은 따뜻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며 “온난화로 겨울철이 따뜻해지면 한파 적응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블로킹 한파로 인한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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