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교황의 '종전 호소'...푸틴 "협상" 말하며 전투기 띄웠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현지시간) 즉각적인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성탄절 메시지를 내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또다시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론을 꺼내면서도, 러시아 전투기를 출격시키며 우크라이나를 위협했다.
BBC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성탄절을 맞아 전통대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서 광장에 모인 신도들을 향해 연설했다. 교황은 "세계가 평화의 기근을 겪고 있다"며 "전쟁의 차가운 바람이 계속해서 인류를 뒤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벌어지는 현재의 상황을 3차 세계대전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무의미한 전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광장엔 수천 명의 신도가 모였고, 이들 중 일부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교황은 성탄절을 맞아 어둠과 추위 속에서 집을 잃고 고향을 떠난 우크라이나인들을 떠올리자고 했다. "우리의 눈이 10개월 동안 이어진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형제·자매에게 향하길 바란다"고 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국민들을 기근의 위험에 빠뜨리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며 전쟁이 초래한 식량의 무기화도 비판했다.
또 "주님께서 우리에게 고통 받는 모든 사람들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연대의 움직임을 불어넣어 주시길, 또 무기의 천둥소리를 잠재우고 이 무의미한 전쟁을 즉시 끝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들의 마음을 일깨워주시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성탄절 연설에서 항전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자유에는 값비싼 대가가 따른다"며 "인내심을 갖자"고 말했다.
또 "우린 300일 동안 사악한 세력에 저항해 왔다"며 "우린 지혜와 용기란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늘 그랬듯 우리의 성탄절을 축하할 것이지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기적을 기다리지 않고 우리가 직접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라고도 했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정교회를 믿는 우크라이나는 원래 매년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해왔다. 그러나 올해부턴 12월 25일을 성탄절로 기념하는 분위기가 우크라이나에서 확산하고 있다.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 정교회와 완전한 거리 두기를 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다.
앞서 지난 10월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신자들이 12월 25일에 성탄 예배를 거행해도 된다고 허용했다. 이날 저녁 키이우 소피아 광장에선 수십 명이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로 꾸며진 트리 앞에 모여 성탄절을 축하하기도 했다고 CNN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성탄절인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론을 제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린 관계 당사국 모두와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는 그들에게 달렸다.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라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책임을 돌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2일에도 "우리 목표는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며 협상론을 꺼냈다.
그러나 성탄절 당일에도 벨라루스 공군기지 2곳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발진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또 러시아는 성탄 전야인 24일 우크라이나 헤르손을 무차별 포격해 최소 10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번 공격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위협과 쾌락을 위한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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