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기자·일반인까지 당했다, 이름부터 까고보는 野 '좌표찍기'
더불어민주당의 좌표 찍기 논란이 또 불거졌다. 지난 23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 서울중앙지검ㆍ수원지검 8개 부(검사 60명)’라는 제목으로 검사 16명의 실명과 사진을 실은 웹자보를 제작해 배포했다.
여권은 26일 “개딸(이 대표 지지자)에 좌표 찍어준 것”(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조리돌림 선동은 법치주의 훼손”(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라고 맹공했지만, 민주당은 “명단 공개를 제도화하겠다”(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고 맞섰다. “정치 검찰이 자신의 성과를 알리고 싶을 때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정보이고, 아닐 때는 좌표 찍기냐”(박찬대 최고위원)는 입장이다.
여러 논란에도 “일단 까고 보자”는 민주당식 명단 공개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어져 왔다. 팬덤 현상이 본격화하면서 문자 폭탄과 댓글 달기 운동이 활발해진 시기다.
특히 2020년 8월부터 2개월간은 기자가 타깃이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한국은행 총재 불러놓고 “아파트값 잡으라”는 與 의원들'이란 조선비즈 기사 링크와 기자의 실명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민주당은) 한은이 보다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기사 제목 잡고 쓰면 기레기 소릴 듣는다”고 썼다.
이재정 의원은 자신의 라디오 인터뷰 발언을 토씨 그대로 인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관련 기사를 쓴 한겨레 기자의 실명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정청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부정평가가 50%를 넘었다는 여론조사 기사를 쓴 서울경제 기자의 실명을 올리며 “전형적인 제목 장사”라고 썼다.
이렇듯 민주당 의원들이 기자 개인을 공격하자 진보 성향의 전국언론노조도 “민주당의 일부 정치인들이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좌표 찍기 논란을 야기했다”며 “언론인 개인을 공격하는 잘못을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냈다.
같은 해 12월엔 판사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이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징역 4년 형을 선고하자, 김용민 의원은 판결을 내린 임정엽 부장판사의 실명과 함께 “주관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평”이란 검찰 내부 문건의 세평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일반인 좌표 찍기 논란도 있었다. 지난해 6월 광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배훈천씨가 한 시민단체 주최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무능ㆍ무식ㆍ무데뽀”라고 비판한 뒤 벌어진 일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광주 카페 사장님, 언론이 숨긴 진짜 정체는?’이란 제목의 라디오 프로그램 기사를 인용해 배씨의 존재를 널리 알리면서 야권 지지층의 타깃이 됐다.
이에 배씨는 카페로 밀려드는 항의 전화에 “조국 당신 때문에 가게 전화를 자동응답으로 바꿔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6월엔 최강욱 의원이 성희롱 발언으로 당 윤리심판원에서 6개월 당원 정지 징계를 받자, 지지층은 윤리심판원 위원들이라며 엉뚱한 의원의 사진을 공개해 해당 의원이 문자 폭탄에 시달리기도 했다.
검사 실명 공개엔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상민 의원은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사 검사의 사진과 실명 배포는 반헌법적이고 반법치주의적”이라며 “매우 몰상식적이고 지극히 위험스럽고 이성을 잃은 행태”라고 했다. 친문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팬덤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커녕, 당 지도부가 팬덤에 기대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인영, 내년 2월 결혼식 올린다…예비 신랑은 누구 | 중앙일보
- 송중기, 영국인 여성과 1년째 열애중…"따뜻한 시선 봐달라" | 중앙일보
- 같은 학교 여고생 2명, 오피스텔 옥상서 추락사…유서 발견 | 중앙일보
- 노무현 "우린 끝까지 올라오노? 대통령이라 봐주는 게 없네" | 중앙일보
- [단독] 옷장 시신은 택시기사…범인은 접촉사고 낸 음주운전자 | 중앙일보
- 단 한 곡으로 929억 벌었다…매년 '캐럴 연금' 받는 이 가수 | 중앙일보
- 새벽마다 잠깨는 이유 이것이었다…겨울철 건강 비결 3가지 | 중앙일보
- 여고생 3명 탄 킥보드, 시내버스와 충돌...알고보니 음주 무면허 | 중앙일보
- [단독] '중국 비밀경찰서' 논란 중식당, 국회 코앞서 사무실 운영 | 중앙일보
- 책 보지 말라던 성철 스님도, 이 책은 꼭 읽어보라고 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