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가 뭐해줬나" 이랬던 尹…광주쇼핑몰 사실상 좌초됐다

성지원 2022. 12. 2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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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입만 열면 광주ㆍ전남을 발전시키겠다고 했지만 광주 GDP가 전국에서 꼴등입니다. 민주당 수십년에 걸친 지역 독점 정치가 지역민들에게 한 게 무엇입니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송정매일시장에서 열린 '호남의 발전 책임지는 약속!' 광주 거점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1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광주에서 던진 공약이 호남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윤 후보가 내세운 ‘광주 대형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이다. 윤 후보는 “제가 정부를 맡게 되면 광주에 대형쇼핑몰이 유치될 수 있도록 여러 여건을 조성하고 지원해드리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이 같은 ‘서진정책’에 힘입어 지난 대선에서 윤 후보는 광주에서 역대 보수정당 후보로는 최고 득표율인 12.72%(12만4511표)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선과 지방선거가 끝난 후 정부ㆍ여당에서 뚜렷한 호남 대상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복합쇼핑몰 공약은 사실상 전면 후퇴했다. 지난 7월 광주에서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를 연 국민의힘 지도부는 “광주시가 새로운 구상을 내놨지만 워낙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정부도 예비타당성 검토를 마치지 않아 오늘은 의견을 청취하는 것으로 그쳤다”(권성동 당시 대표 직무대행)고 밝혔다. 당시 권 대행은 “복합쇼핑몰은 기본적으로 민간투자를 해야한다. 기반시설이 필요하다면 국비 지원을 검토할 생각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복합쇼핑몰 유치에 대한 국비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지난 9월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에 대해해 “쇼핑몰을 짓고 데 재정이 투입돼야 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23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도 광주 복합쇼핑몰과 관련한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광주 복합쇼핑몰 대신 국민의힘이 역점사업으로 내세웠던 전남대학교 스마트병원 건립 역시 지난 8월 기획재정부의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선정되지 못했다. 새 병원 부지와 관련해 도시관리계획 변경 등 행정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였지만, 지역에선 ‘호남 동행의 성과를 보여달라’는 민원이 적지 않게 제기됐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월 22일 오후 광주 북구 운암동 한 카페에서 지역 소상공인?청년과 대형 복합쇼핑몰 광주 유치 간담회에 참석,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광주 집중 유세에 나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을 제시하면서 대선 정국에서 쟁점화됐다. 뉴시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내세웠던 ‘호남과의 동행’ 이벤트도 최근 시들한 분위기다. 이준석 전 대표는 대선 다음날인 3월 10일 광주를 찾아 감사인사를 한 데 이어 같은 달 22일에도 광주에서 조선대 학생들과 기자간담회를 하는 등 호남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6ㆍ1 지방선거에서 광주ㆍ전남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9월 8일 비대위원장에 임명된 이후 아직 호남에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대선 이후 서진정책이 다소 소강국면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호남 지역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율도 지방선거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에 따르면 3월 10%였던 광주ㆍ전라 지역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6월에 16%로 정점을 찍은 뒤 15%(7월)→12%(8월)→11%(9월)→9%(10월)→9%(11월)→10%(12월) 등 하락세다. 이 가운데 당 지도부가 최근 당원투표 70%와 일반 여론조사 30%를 합산하던 전당대회 규칙을 당원투표 100%로 바꾸면서 당권주자 간에도 서진정책보다 오히려 전통적인 지지층에 호소하는 선명성 경쟁이 부각되는 추세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남대학교 스마트병원 신축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당에선 최근 성일종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다시 호남과의 접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기재부의 제7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하루 앞둔 26일 오전 성 의장은 국회에서 전남대병원 관계자 등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재부에 전남대병원 예타 대상 선정을 촉구했다. 성 의장은 “호남 지역 의료서비스 수준은 타지역과 비교해 많이 열악해 이에 대한 격차 해소가 시급하다”며 “전남대 병원 예타 사업이 우선 선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긍정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당의 꾸준한 요청으로 전남대병원 건립 사업이 예타 대상에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전북 남원ㆍ임실ㆍ순창을 지역구로 둔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내년도 예산안에 윤 대통령의 공약인 전북 무주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 타당성조사를 위한 신규 예산(3억원)을 반영하는 등 호남 예산 반영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정현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러 현안을 놓고 국토교통부와 수시로 협의하고 있다”며 “호남의 주요 공약을 위해 정부와 당, 국토부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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