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적격' 구현모 경선 자처…KT 대표 레이스
경선 제안…게임 체인저 등극
사내선 4명가량 후보군 이름 올려
다음 수순은 외부 인재 후보군 모집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민영화 20주년을 맞은 KT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연임 의사를 밝힌 구현모 현 KT 대표이사 사장은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적격' 판정을 받고 난 후 되레 복수 후보와 다투는 경선 구도를 자처했다. 처음부터 연임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구 대표가 먼저 외부 후보들이 판에 끼어들 명분을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구 대표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친 KT 내부 기류 역시 바뀌었다는 평도 나온다.
26일 통신업계와 노조 등에 따르면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주까지 그룹 내부에서 후보군을 모집했다. 지난 13일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연임 적격 판단을 받은 구현모 대표가 이사회에 경선을 역제안하면서 경쟁 후보군 선정이 필요해졌다. 내부 추천과 전문기관의 외부 인재 추천 루트 등을 거쳐 최종 후보를 추린 후 향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최종 1명의 후보가 확정되는 수순이 될 전망이다. 외부 인재를 위한 최소 자격 요건 등을 선정하는 단계가 남은 만큼 1월 초에야 후보 추천이 이뤄질 전망이다. KT 계열사 한 대표는 "따로 지원하라고 공개적으로 사내 공고가 나온 것은 없었다"며 "(적격 후보 중에서) 조용히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내부 임원 중에선 10명 이상 지원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실제로는 4명가량만 경선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내 대표이사후보자 자격조건은 '회사 또는 계열사 재직 2년 이상 경력이 있으면서 부사장급 이상인 자'다. KT 자회사 중 핵심 미디어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들과 KT 내부의 사장급 이상 요직에 있는 인물 등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출신인 구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지원 인원 자체가 적었다. 다만 지원자들 역시 구 대표와 직접 경쟁하기엔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들러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KT 한 관계자는 "구현모 대표는 무리하지 않고 합리적인 지시를 내려서 임직원 사이에서 평판이 나쁘지 않다"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2019년 말 KT 차기 회장을 두고 37대1 경쟁이 벌어졌을 당시에도 내부 출신 후보로 언급됐던 인물 중 상당수가 황창규 전 회장의 측근이거나 유·무선 네트워크·기술전략 부문을 총괄하던 요직에 있는 인물들이었다. 구현모 대표 역시 황 전 회장 취임 후 첫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로 당시 최측근으로 '유력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내 추천을 받은 구 대표는 당시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으로 IPTV·인터넷 등 KT의 유선 네트워크 부문 1위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
내부 출신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선 외부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현재 외부 인사 중 유력하게 점쳐져 온 인물은 김기열 전 KTF 부사장, 임헌문 전 KT 사장, 홍원표 전 삼성SDS 대표이사, 이경수 전 KT네트웍스 네트워크엔지니어링 부문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 사장 등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선거대책위원회 IT 특보 겸 ICT코리아 추진본부장을 맡았던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도 언급된다. 다만 트렌드 변화가 발 빠른 ICT 업계에서 경쟁을 주도해야 하는 KT 수장으로 나이도 많은 과거 인사를 선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심심찮게 나온다.
KT 민영화 이후 첫 사내 출신 대표였던 구현모 대표는 11월 8일 연임 의사를 밝히며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달 8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서 한 번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최근 취임 100일 맞은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소유분산기업이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 및 연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부 인사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것도 포스코와 KT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관측됐다. 지분율 10% 이상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발언은 구 대표에게도 부담일 것으로 해석됐다. 야당 한 관계자는 "구 대표에게 힘이 쏠렸다는 분석도 있지만, 반대로 '경선'이라는 방식 역시 외부 인사들이 자연스럽게 경쟁에 합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것이란 얘기도 있다"며 "여러 방향으로 얘기가 나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KT 내부에선 대표이사 선임 절차와 관련해 함구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지배구조위원회가 내부와 외부 인사를 합쳐 후보군 모집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일정이나 자격 요건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KT 내부 임직원 인사도 지연됐다. 내년 먹거리를 고민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곤란한 상황이다. 통상 KT는 임원 인사를 12월 초중순께 단행한다. 작년의 경우 10월 'KT 전국 통신장애' 수습작업 일환으로 평소보다 한 달 빠른 11월 12일 인사명령을 통해 조직 내부 단속에 나섰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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