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경제 기생하는 독"…정부, 건설노조에 칼 빼 들었다

김원 2022. 12. 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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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20일 세종시 산울동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을 방문, 공사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건설노조를 향해 칼을 빼 들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건설노조에 대해 “경제에 기생하는 독”이라고 했다. 정부는 특별단속,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으로 건설노조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를 끌어낸 정부가 이번에는 건설노조와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이런 강경한 대응을 환영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왔다. 특히 대형건설사 모임인 대한건설협회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6월,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 국토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등에 건설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탄원서에는 협회 소속 회원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8672개 업체가 서명했다.

건설협회가 제출한 탄원서에는 건설노조 불법행위 사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노조는 ▶자신의 조합원·장비사용 강요 및 노조 전임료·월례비·급행료(일을 빨리 처리해달라고 지급하는 금액) 등을 요구하며 거부시 의도적으로 작업을 방해하는 행위 ▶현장 입구에서 집회를 벌이며, 심야·새벽 시간에 장송곡을 틀어놓거나 확성기 등으로 소음 발생시켜 민원을 유발하는 행위 ▶현장 상공에 드론을 띄워 안전·환경관련 법 위반 사실을 찾아내 신고하겠다고 건설사를 협박하는 행위 ▶노조가입 의사가 없는 비노조원에 대해 일감을 미끼로 노조 가입 강요하는 행위 등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협회는 조합원 채용 강요에 대해 “노조원 임금이 비노조원보다 10% 이상 높고, 생산성은 비노조원의 60% 수준에 불과한데도 자기 노조원을 채용하라고 압박한다”고 밝혔다. 이런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공사 방해, 태업 등으로 이어지는 수순이라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조직된 건설노조가 전국적으로 2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건설현장 규제개혁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법 위에 노조 있다”…노조 불법 행위 근절 대책 마련해야

노조의 방만한 회계 처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진병준 전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2019년부터 3년여 동안 법인카드를 유용하거나 노조 집행부에 상여금을 준 뒤 현금으로 돌려받는 수법 등을 통해 노조비 1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을 선고받았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건설산업노조는 지난해 7월 말 한국노총에서 제명됐다. 원희룡 장관은 “조합비가 쌓이니 이를 쓰기 위해 억지 파업이나 집단행동을 하고, 전국적으로 정치 투쟁을 벌인다”고 지적했다.

건설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전문건설업체의 피해가 특히 심각하다. 전문건설협회가 올해 150여개 협회 소속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노조의 불법 행위로 인해 공사 현장 한 곳에서만 180일 이상의 공기 지연 등으로 30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노조의 불법 및 부당행위는 과거부터 있었지만, 친노조 성향이었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심해졌다”며 “‘법 위에 노조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정부의 대응이 일회성 단속에 그치지 않길 바라고 있다. 노조 횡포가 결국 인건비 상승과 공기 지연을 불러와 공사의 안전과 품질에 영향을 미치고, 그 피해가 소비자인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원희룡 장관도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로 불법 행위로 떨어진 생산성은 고스란히 건설업체의 생산원가와 분양가에 반영된다”며 “민노총 조끼를 입으면 일도 안 하는 ‘완장 부대’가 그동안은 방치됐을지 모르지만 새 정부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방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재 노동조합법에는 사용자의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만 있는데,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항도 신설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 경찰 등으로 분산된 불법 행위 신고 채널을 일원화하고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이들의 불법 행위를 근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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