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거머리"... 결국 안전운임제 약속 뒤집은 국힘
[곽우신 기자]
▲ 안전운임제 관련 입장 발표하는 성일종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안전운임제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안전운임제 일몰제라고 해서 이거 하나만 연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할 생각이 없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 -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일몰제 연장을 거부하고 나섰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6일 오전 안전운임제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안전운임제는 설계할 때부터 굉장히 문제가 많았다. 안전운임제라는 이름부터 적절하지 않다"라며 "우리가 운임을 올려줬다고 해서 사망사고가 줄거나 안전이 확보된 게 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국토교통부의 의뢰를 받아 제출한 연구 보고서를 근거로 삼은 발언이지만, 해당 통계는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 차량만으로 도출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추가 조사 및 분석이 필요하다"라는 게 결론이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사망사고 건수만 가지고 '안전운임제 무용론'을 재차 설파한 것이다.
현행 안전운임제는 오는 31일자로 기한이 만료되기 때문에, 이날 성일종 의장의 입장 발표는 사실상 안전운임제 폐지를 선언한 셈이다. 화물노동자들의 파업 이전까지 '일몰제 3년 연장'을 약속했던 국민의힘이, 파업 종료 이후 스스로 약속을 뒤집는 모양새이다.
성일종 "일몰제 연장, 받아들일 수 없다... 현장 혼란? 있을 수 없다"
성일종 의장은 "(일몰제 연장은) 안전운임제 기존 틀을 가자고 하는 거잖느냐"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반드시 이번에 불합리하고 불공정하고 부당이득을 취하는 부분에 대해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라며 "이번에 완전한, 혁신적인 개혁을 통해서 대한민국 물류 운송 체계를 바꾸도록 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새로운 제도를 설계하는 데 대해 야당과 타협이 이뤄지더라도, 일몰제 3년 연장에 대해서는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걸 새롭게 법안을 만들어서 1월이고, 2월이고 법을 통과하는 게 목표가 되어야지, 연장에 중심을 둬서는 안 된다"라는 이야기였다.
기자들로부터 현장의 혼란에 대한 우려가 나왔으나 "현장에 혼란이 왜 있느냐. 지금까지처럼 운행하면 된다"라며 "현장에 혼란이 있을 수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화물연대와의 재충돌 가능성이 제기되자 "지금의 운송체계·운임체계에 문제가 있거나, 번호판 같은 불로소득들을 정비해주는 것이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사항"이라며 "다른 데에 품목을 확대해서 세력을 키우는 게 목표가 돼서야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자기(화물차 운전자)들이 좋아질 건데. 화물연대에 가장 수혜가 돌아가는 게 아니냐?"라며 "23만 대에 이르는 차주가 번호판 하나 제대로 못 받는데, 지금 이 분들이 수백만 원씩 뜯기는데, 이런 혜택을 줄이는 윤석열 정부의 개혁에 대해 동의하고 엄청 박수 칠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도 이런 걸 원하는 것으로 안다"라고도 주장했다.
▲ 화물연대 소속 화물노동자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생명안전 후퇴 윤석열 정부 규탄, 노동자 참여 입법 촉구 결의대회’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자신의 차량 번호판을 목에 걸고 참석하고 있다. |
ⓒ 유성호 |
이날 성 의장은 기존 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 내지는 최저운송운임제라고 바꾸어야 이 설계가 제대로 될 수 있다"라며 '원점 재검토'를 여러차례 시사했다.
특히 그는 현행 안전운임제가 불완전하다는 취지로 "지휘 차량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성 의장은 "번호판을 50개, 100개, 몇 백 개씩 갖고 있는 운송회사가 있다. 이 운송회사는 직접 기사를 고용하지도 않고, 차량을 사지도 않는다"라며 "번호판만 갖고 있으면서 이 차량을 사갖고 차주들이 오면, 면허 번호판을 하나씩 부착하면서 2000만~3000만 원씩 받는다"라고 꼬집었다.
"월 30만~40만 원의 지입료를 받는데, 이렇게 중간에서 번호판 장사하는 회사가 불로소득을 취해서, 차량을 한두 대씩 사서 운행하는 분들에 대한 소득이 그만큼 착취된다"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이 구조를 혁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이런 회사를 시장에서 '거머리 회사'라고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민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귀족들이 서민을 힘들게 하면서 이윤을 착취하는 구조로 가서 되겠느냐?"라는 문제 제기였다.
성일종 의장은 "귀족 노동자들"을 재차 "거머리"라고 표현하며 "이런 구조들을 획기적으로 바꿔야겠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오는 28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는 무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연장부터 30인 미만 추가연장근로 일몰제 연장 등 여러 현안이 산재해 있지만, 여야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성일종 의장 역시 "협상을 주고받을 일이 아니다"라며 "잘못된 건 확실히 바로 잡아야지, 여야가 지지층을 위해서, 당리당략적 측면에서 (법안을) 주고 받는 걸 정치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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