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진성무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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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 기자]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매년 '올해의 사자성어'를 뽑는데 2022년에는 '과이불개'가 선정되었다. '과이불개'란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단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 어딘가에 유용하게 쓰일 말이다.
나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저 내 탓이오!라고 속절없이 둘러대도 속이 시원하지 않은 일들이 생겼던 한 해다. 그럼에도 '올해 괜찮았어!라고 위안할 수 있는 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됐고 목표했던 몸무게가 정상 체중 범위에 들어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정상 체중을 목표로 했던 만큼 올해는 무엇보다 건강에 신경을 썼다. 몸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모든 활동시 건강을 1순위에 둔 행보를 했다.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 사람들과의 관계는 최소화했고, 경제활동을 못해도 혹은 어떤 일이 있어도 오염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음식은 배달이 아닌 집밥 위주로 건강식을 챙겨 먹었다. 유산소 운동도 꾸준히 했다. 노력했던 만큼 몸무게는 정상 체중의 범위로 들어왔다.
그럼에도 매일 매일이 질환과의 싸움이다. 하나가 가면 하나가 온다. 마치 파도처럼 자꾸 밀려온다. 이런 게 나이든 삶의 파고라면 앞으로 밀려오는 파도에 단단히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포기하는 순간 파도에 휩쓸려 조난당할지 모른다.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해답을 찾을 때가 있다.
올 초 건강검진 결과 공복 당수치가 110인 당뇨 전단계로 나와 깜짝 놀랐다. 의사는 3개월 뒤에도 그 수치가 나오면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마침 보건소에서 진행한 3개월 혈당 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현재는 정상 수치를 유지한다.
혈당 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혈관 질환은 음식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름 건강식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식단은 엉터리였다. 인터넷 여기 저기 떠도는 건강 상식들로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과일은 당뇨 최대의 적이었음을 몰랐다. 그리고 당뇨라고 음식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적당량을 먹는 것이 중요했다. 탄단지(탄수화물, 단백질, 지방)가 골고루 들어간 식단이 최상이었다.
어쩌면 인생도 탄단지가 골고루 갖춰져야 균형이 맞는 건지 모른다. 각자 인생의 탄단지는 다를 수 있지만 나는 평균 탄단지가 갖춰진 일반 여성이 아니다. 슬플 일도 없지만 즐거울 일도 없다는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삶이다.
나의 삶에 탄단지처럼 중요한 사자성어는 '사필귀정'이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대로 돌아간다는 말로 순리의 뜻을 담고 있어 자기소개서에 나의 가치관으로 자주 쓰는 말이다. 자기소개서에 나의 신념을 담아 열심히 이력서를 써서 내보지만 제대로 된 곳에 취업을 못했다.
제대로 된 직장이 없다는 사회적 위치는 사람을 소심하게 만들었다. 코로나 핑계가 다행일 만큼 1년에 대부분을 집에서 보냈다. 외출을 하는 경우는 면접이 있거나, 병원을 가거나, 먹을 것을 사기 위해 마트를 갈 때뿐이었다. 그런 것들을 제외하더라도 2022년은 유독 심적으로 혹독한 한 해였다.
그런 2022를 떠나보내는 12월 끝자락이다. 삶은 계절과 같다고 했다.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나쁜 일만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지금 내가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으면 그땐 추운 겨울이라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따뜻한 봄이 오듯 혹독한 시간을 잘 이겨내면 땅에서 솟는 파란 새싹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여도 채워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비타민 같은 친구는 늘 이런 말을 했다. "어떻게 매일이 즐거울 수 있니?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 하면서 별일 아닌 듯 툭툭 털어내곤 했다. 그래, 매일이 즐거울 수는 없지,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 친구의 그 말은 이 계절을 버티게 하는 유일한 힘이었다. 지금 나의 계절은 비록 추운 겨울이지만 머지않아 따듯한 봄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건 계절의 순리이자 삶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유독 힘든 한 해를 건너오며 내가 선정한 올해 나의 사자성어는 진성무염(참된 성품은 물들지 않는다)이다. 탄단지가 없는 혹독한 삶에 오염되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이 흔들렸지만 굳건히 이겨냈고 외부의 충격에도 철저히 나를 보호했다. 그리고 나쁜 길로 가지 않았다. "지금 나는 멋진 나날을 보내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의 황금기를 꿈꾸며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
당신의 마음 속 올해의 사자성어는 무엇인가요? 모두 각자의 가슴 속에 자신만의 사자성어를 새기며, 아디오스 굿바이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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