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88살, 민주사회장으로 광주 5.18민주묘지에 안장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

김삼웅 2022. 12. 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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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 74] 그의 부고는 애절하기보다 통절한 아픔이고 슬픔이었다

[김삼웅 기자]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고 한승헌 전 감사원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 청와대 제공
 
2021년부터 건강이 악화되었다. 집안에서 넘어져 거동도 불편했다. 입원과 자택 요양 중 지인들의 소개로 2022년 8월 18일 전주의 대학한방병원에 입원하였다. 의식이 점차 희미해지고, 20일 밤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치 자신의 싯구처럼, 특별한 유언은 없었다. 많은 사람에게 그의 부고는 애절하기보다 통절한 아픔이고 슬픔이었다.

 종이 운다 -
 모두들 서로의 모습을 가리며 녹슨 일몰을 엮어오던
 하루의 나열
 한 마리의 새, 한 잎의 낙엽, 그보다 소중한 것도 없이
 강하던 생명의 거리
 여기 피로한 걸음을 멈추고 저 울려 퍼짐을 들어라. (주석 1)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는 21일부터 코로나19 사태에도 각계 인사, 시민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이날 오후 3시 문재인 대통령은 조문 후 유가족을 위로하며 '감방동기'인 고인과의 인연을 언급하고 페이스북에 "깊은 존경과 조의를 바친다. 당신은 영원한 변호사였고 인권변호사의 상징"이라고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한승헌 전 감사원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김부겸 국무총리는 "당신께서는 항상 어려운 중에서도 밝은 조크를 하였다"고 추모하고, 40년 지기로 '감옥동기'인 이해동 목사는 "친구이지만 존경했다. 구속된 유신하의 학생들을 누구 하나 변론해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유일하게 저 양반이 변론을 도맡아 하시다시피 했다"고 회고했다.  

24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 장례식장 예식실에서 추도식이 거행되었다. 상임 장례위원장 함세웅 신부, 공동상임집행위원장 김도형 민변회장,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 안지중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호상 박용일 민변 창립회원, 박종렬 목사, 장영달 민청학련 동지회 상임대표로 하는 장례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장례위원회는 민주사회장으로 장례를 모시기로 하고 4월 25일 모교인 전북대학에서 노제를 거쳐 광주 5.18민주묘지에 안장키로 결정하였다. 

24일 추도식은 함세웅 신부를 비롯해 김선수 대법관, 김준태 시인, 김영주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상임이사, 명진 스님 등이 추모사를 하고, 소리꾼 장사익 씨가 고인의 시로 만든 노래를 조가 대신 불렀다.

빈소 앞에는 동판에 각인된 "자랑스럽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부끄럽게 살지는 말자"는 고인의 좌우명이 눈길을 모았다. 추모 영상에서 고인의 유머를 담은 육성이 흘러나와 숙연했던 추도식장에 잠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 

25일의 발인식에는 1987년 방북으로 재판을 받았던 임수경 전 의원, 재일동포 유학생 학원침투 간첩조작사건으로 극심한 고문을 받다 분신을 시도했던 서승 우석대 석좌교수 등이 찾아와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오후 모교인 전북대학교 노제에는 고향 지인들의 배웅과 김용택 시인의 추모시 낭독에 이어 유기상 고창군수의 추모사로 진행되었다. 
 
 군사정권 시절 수많은 양심수와 시국 사범을 변호하며 '1세대 인권변호사'로 불렸던 한승헌 변호사가 20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 연합뉴스
 
25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2묘역에서 안장식이 거행되었다. 유족의 뜻에 따라 고인의 평소 신념인 "자랑스럽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부끄럽게 살지는 말자"를 묘비 뒷면에 새겼다. 유족이 이를 유언처럼 받아들인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추도사에서 "고인은 민주주의가 압살되고 인권과 정의가 억압받던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 민주대열의 최전선을 지키셨습니다. 이제 우리가 인권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걱정마시고 영면하십시오."라고 추모했다. 

안장식에 참석한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항쟁 참여자들이 고인의 민주화 투쟁과 열정을 추모하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였다. 

각종 매체에 여러 편의 추모사가 실렸다. 민변사무처장 조영관 변호사는 "'하나의 진실' 향한 소명… 닮고 싶은 시대의 큰 어른"이라 추모하고, 감사위원 김인회 교수는 "균형과 품격의 삶 보여준 '시대의 스승'이셨죠."라 하였다. 문학평론가 임헌영은 "시인ㆍ휴머니스트이자 해학가였던 '한변'… 당신의 유머가 그립습니다."라 했고 전북대 명예교수 이종민은 "아직 목마름… 꽃잎 져도 줄기는 남고 뿌리는 살아 슬픔이 힘 옮겨,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붓습니다."고 추모하였다. 

주석
1> 한승헌, <영시의 윤회> 앞 부분, <하얀 목소리>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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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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